“검진대상자가 불안에 떨지 않아야... 보건당국과 소통하며 차별 막겠다”
언론에는 인권보도준칙 준수를, 보건당국에는 안심하고 검사받는 환경 조성 촉구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출범 및 활동계획 발표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있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7개 단체 주최로 열렸다. 사진 박승원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출범 및 활동계획 발표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있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 7개 단체 주최로 열렸다. 사진 박승원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해 몇몇 지자체와 언론이 확진자 정보를 과도하게 노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성소수자들은 “보건과 상관없이 성소수자에 관한 혐오와 차별, 낙인찍기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방역당국과 소통하는 긴급 대책본부 출범을 알렸다. 아울러 성소수자 구성원에게 '용기 내 서로를 지키자'라면서 자발적 검사도 당부했다.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출범 및 활동계획 발표 긴급 기자회견’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있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아래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아래 대책본부) 주최로 열렸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아래 행성인) 등 7개 단체는 대책본부를 출범하면서 “혐오와 차별은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검진, 치료와 회복 기간 차별을 받거나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라면서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대응, 인권침해 상담, 검진홍보 및 독려, 방역당국과의 소통을 직접 하려 한다”고 전했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검진대상자가 불안에 떨지 않고 검진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면서 “보건당국과 소통하면서 이태원과 강남 방문자가 검진받고 자가격리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상담 매뉴얼을 제작·배포해 상담을 지원하고, 지속적인 언론 모니터링과 대응 계획도 밝혔다.

취재 현장에 20여 여 명 기자가 참석했다. 주최 측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 및 종합편성채널, 국민일보, 한국경제 등 언론사 취재 출입을 제한했다. 사진 박승원
취재 현장에 20여 여 명 기자가 참석했다. 주최 측은 조선, 중앙, 동아일보 및 종합편성채널, 국민일보, 한국경제 등 언론사 취재 출입을 제한했다. 사진 박승원

- 혐오 조장하는 언론, 인권보도준칙 지켜야 
이태원 확진자가 발생한 뒤 가장 문제가 불거진 것 가운데 하나는 성소수자에 관한 언론의 혐오 표현이었다. 남웅 행성인 활동가는 “특히 국민일보나 머니투데이 등 일부 언론이 성소수자를 가십거리로 다루고 성적으로 낙인찍는 데 집중했다”라면서 “이처럼 질병을 특정 집단에 표적하는 것은 공중보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남 활동가는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면서 혐오 표현을 기사화하는 것을 멈추고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는 인권보도준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대책본부는 언론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면서 언론대응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 보건당국에 확진자와 접촉자가 검사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 촉구도 
나영정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활동가는 보건당국에 확진자와 접촉자가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나 활동가는 “정세균 국무총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소수자 차별 반대 발언을 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라면서 “보건당국도 검진과 자가격리, 치료 과정 속에서 당사자가 겪을 수 있는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표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안전하게 검사받고 자가격리하여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정보 제공 △차별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담과 지원채널 마련 △확진과 자가격리로 발생할 직장·가정 내 괴롭힘과 해고, 폭력에 대처할 방안 마련도 요구했다. 
 

창구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활동가가 발언하는 모습. 창구 활동가는 “검사 절차는 성소수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꾸준히 개선 중이니 용기 내 서로를 지키자”라고 당부했다. 사진 박승원
창구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활동가가 발언하는 모습. 창구 활동가는 “검사 절차는 성소수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꾸준히 개선 중이니 용기 내 서로를 지키자”라고 당부했다. 사진 박승원

- 검사 절차 꾸준히 개선 중... “용기 내 서로를 지키자” 
창구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활동가는 성소수자 구성원에게 “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아웃팅 되거나 자가격리로 직장, 가족, 친구에게 알려져 피해를 당할까 고민하는 분이 많은 것에 공감한다”라면서 “이러한 성소수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검사 절차를 꾸준히 개선 중이니 용기 내 서로를 지키자”고 당부했다. 그는 검사 대상에 해당하는데도 두려워 검사받지 못한 당사자가 있다면 검사받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창구 활동가는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특정업소를 명시하지 않고도 이태원, 논현동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검사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에서 검사받는 경우,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익명 검사를 받을 수 있다”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새롭게 업데이트하는 검진 정보를 공유하겠다”라고 전했다. 대책본부는 다른 지자체도 익명검사 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종걸 친구사이 활동가는 “직장 또는 가족,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정보 노출로 생기는 인권침해 상황에 대응하는 상담창구를 마련했다”라면서 ‘친구사이, 행성인,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등 4개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상담창구를 개설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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