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메인뉴스 수어통역 시행으로 다른 방송사에도 영향 줄 듯
“수어, 한국어와 동등하지만 여전히 차별… 장벽 하나 넘었다”

오는 9월 3일부터 KBS가 메인뉴스 ‘뉴스9’에 수어통역을 시작한다.
KBS는 그동안 주로 낮 뉴스와 뉴스특보 등에 수어통역을 제공했지만, 정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메인뉴스에서는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지난해 2월 20일 농인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아래 장애벽허물기)’ 등 시민사회단체는 KBS, MBC, SBS 등의 지상파 방송국의 8시, 9시 메인뉴스에서 수어통역방송을 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했다. 특히 공영방송 KBS의 영향력을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수어통역방송을 요구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5월 KBS, MBC, SBS 지상파 3사에 저녁 종합뉴스에 수어통역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KBS는 그동안 불수용 입장을 보였다. KBS가 내세운 이유는 ‘비장애인의 시청권 저해’와 ‘장애인방송 의무고시율 달성’ 등이었다. KBS는 수어통역 화면 영역이 다른 화면을 가려서 비장애인의 시청권을 저해한다며 ‘스마트 수어방송’을 모색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부족해 시행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하나는 이미 KBS가 장애인방송 의무고시율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현재 장애인방송 고시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정하는 방송 시간 중 폐쇄자막방송 100%, 화면해설방송 10%, 한국수어방송 5%에 해당하는 장애인 방송물을 제작·편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는 2020 상반기 1·2TV 통틀어 전체 방송의 12.9% 정도 수어통역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KBS가 메인뉴스에서 수어통역을 하겠다고 밝힘으로써, MBC와 SBS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KBS에 지속적으로 수어통역방송을 요구해 온 김철환 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KBS의 메인뉴스는 엄청난 상징성을 가진 만큼 수어통역 시작은 다른 방송사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KBS의 메인뉴스 수어통역 수용은 뉴스 시청권에서의 장벽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뉴스 시청권은 한국수화언어법에서 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한 지위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메인뉴스 수어통역 수용은 앞으로 발달장애인의 방송 접근권 등 소수자들의 방송접근권을 거론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