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는 것처럼 숨겨져 있던 말들

이 책은 저자의 독립출판물 『아무도 만나지 않고 무엇도 하지 않으면서 2014~2016』가 나온 지 1년 만에 다시 정식 출판된 책이다. 2019년 7월 게이 하위문화인 크루징을 주제로 한 <동성캉캉>이라는 전시에 맞춰 펴냈던 이 독립출판물은 그가 2014년부터 2016년도까지 쓴 일기를 엮은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에이즈 치료제이자 예방약으로 쓰이는 트루바다와 프렙, U=U 등이 성적으로 활발한 게이에게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그동안 섹스하는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 과정에서 누락된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동성캉캉> 전시 이후로도 저자는 감염인의 성관계를 범죄화하는 법령(에이즈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금지조항)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글쓰기를 계속했다.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의 해설을 맡은 나영정 퀴어 활동가는 이 책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이 책은 ‘이것도 성적 권리야?’라고 반문하게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성적 권리를 확장한다. 가장 성적 권리를 얻을 자격이 없고 심지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고 상상되는 문란한 게이와 HIV감염인의 위치에서 성적 실천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권리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의 계층, 사는 곳, 가족 관계, 성정체성에 대해 수용하는 방식, 정신건강 등이 어떻게 상호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게 하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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