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아주 힘들게 시작한다. 밥을 먹다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누워 한참을 있는다. 학교고 뭐고 그냥 쉬자는 생각에 옆에 누우니 목을 끌어안고서 놔주지 않는다. 그렇게 둘이 다시 자리 차지하고 누워 한동안 있었더니 슬그머니 일어나서는 컴퓨터 한다고 방으로 들어간다.

 

먹던 밥 다시 먹이고 학교 갈 준비를 하니 비틀거리면서 나가자고 한다. 얼른 챙겨서 집을 나서서 교실에 들어서자 선생님에게 넙죽 큰절을 하고는 그대로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교실 문을 닫고 얼른 돌아 나온다.

 

교무실로 가서 커피를 한 잔 뽑아드는데 선생님이 인사를 한다.

“매일 들르시나 봐요?”

“네, 여기 커피가 제일 맛 나거든요”

웃으며 자판기 단추를 누르고 한 잔을 뽑아들자 앉아서 마시고 가라며 자리를 권한다.

“걸어가며 먹는 맛이 아주 좋거든요”

웃으며 대답을 하자 웃음이 건네진다.

 

아이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것을 보면히 분명 단세포 구조로 되어 있거나 단기 기억상실증이라 할 만하다. 불안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교실 바닥에 뒹구는 모습을 보고 내려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다 잊어버리고서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라니…

 

내 일을 다 보고서 복지관에 아이를 찾으러 가니 다른 날과 같이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눈은 반쯤 감기고, 앞으로 고꾸라질 듯 꾸부정하니 비틀거리며 나온다.

“오늘 경기(驚氣)가 심하네요. 낮잠을 자면서 경기를 계속하는데 많이 힘들어해요.”

이런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말 그대로 일상이 되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듣는 이야기다.

“그리고 오늘 한빛이가 활동보조 선생님하고 한바탕 씨름을 해서 양말을 다 버렸어요. 시커멓게 돼서 양말을 안 신었거든요.”

“또요?”

“오늘은 좀 심했던 모양이에요. 아주 누워서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고 한 번 쳐다보니 저도 찔리는 것이 있는지 눈을 안 마주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눈에 초점을 잃은 듯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고 앉아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전화기를 달라, 노래를 틀어라, 손뼉을 쳐라 하며 주문이 많았을 텐데 얌전하게 앉아서는 침을 흘리며 마치 없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 이런 상황이 더 불안하다.

 

부리나케 집에 도착해서 옷을 벗는데 또 때린다. 눈을 부라리며 때리는 건 안 된다고 험악하게 인상을 쓰니 표정이 묘하게 변한다. 웃을까, 말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야단맞는 상황이 실제 상황인지 가늠해 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런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래서 더 분위기를 잡아 본다.

 

“한빛 때리는 거 하면 된다고 했어, 안 했어?”

“……”

“사람들 때리면 싫어한다고 했지. 때리면 아프다고 했지?”

“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겨우 대답만 한다.

“너 맞으면 아파 안 아파? 너도 맞을까?”

“안 돼요”

“오늘은 벌이야. 노래 없어. 알았지?”

그리고는 컴퓨터를 켜 주지 않으니 혼자서 의자에 앉아 조용히 있는다.

 

잠시 후 조용히 나와서는 책을 하나 꺼내 들고는 아는 척한다. 외면하고서 딴청을 하니 혼자서 책을 보는 척하더니만 다시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몇 번 들락거리면서 컴퓨터를 켜 달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아예 모른 척 외면을 하자 나와서는 다리를 베개 삼아 누워서는 잠자는 척한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사이 엄마가 들어오고 대충 상황을 이야기해주자 같이 모른 척하는데 다시 책을 들고 와서는 얼굴에 뽀뽀를 해 댄다. 둘이 무릎을 맞대고 앉아 다시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한빛 사람들을 때리면 아파요. 그러면 안 돼요. 알았지?”

“네”

“한빛이가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해요. 그러면 친구도 없는 거야.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정말 사람들 때리면 안 돼요”

“네”

“아빠하고 약속하는 거야? 또 그러면 정말 혼나는 거야?”

“네”

“자 악수하고 약속합시다”

손을 내밀자 덥석 잡아챈다.

 

컴퓨터를 켜 주자 소리 지르며 신명을 낸다. 저녁을 먹고서 정리하는 사이 크게 경기를 하며 신음을 낸다. 그렇게 정신 차리지 못한 틈을 이용해 얼른 씻기고 나니 여전히 기운 차리지 못하고 쓰러져 꼼짝을 안 한다. 부랴부랴 약을 먹이고 가만히 두니 그대로 잠이 든다.

 

요 며칠은 종일 경기를 하며 지내는 중이다. 모든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에서나 복지관에서나 활동보조 선생님이나 한빛이와 엮인 사람들은 모두 어려운 시간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물론 한빛이가 가장 힘든 시간이라 하겠지만, 주변에서 수발들어주는 사람들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리라. 다시 전쟁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매일 아침 눈 뜨는 것이 무섭고 두렵기만 하다. 오늘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는 아주 다른 날이 펼쳐지기를 바라면서…

 최석윤의 '늘 푸른 꿈을 가꾸는 사람들'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와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정신연령이 현저히 낮은 아비로 집안의 기둥을 모시고 살아가는 다소 불충한 머슴.  장애를 가진 아이와 살아가면서 꿈을 꾼다. 소외받고, 홀대 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한 가운데로 모이는 그런 꿈을 매일 꾼다. 현실에 발목 잡힌 이상(理想)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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