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감] 한국형 폐쇄형 상영시스템, 무거운 장비 어깨에 메고 영화 관람해야
미국·영국은 소형 수신기로 안경, 헤드폰으로 배리어프리 영화관람 환경 구축
22일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의 배리어프리 영화관람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미국·영국에서는 폐쇄형 상영시스템을 구축해, 시각·청각장애인이 매표소에서 자막상영기와 헤드셋을 받아서 영화를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 정부가 영화관에서 자막과 해설을 포함한 디지털 필름에 폐쇄형 상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예지 의원은 “미국·영국은 제작사, 영화관 등 콘텐츠 제공자와 정부와 공공기관이 장애인당사자와 소통하면서 배리어프리 영화관람 문화를 이뤄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상영되는 배리어프리 영화는 대부분 영화 사운드와 해설음성, 자막이 동시에 재생되는 개방형 시스템이다. 별도로 제작된 영상을 상영하므로 시각·청각장애인은 비장애인과 함께 영화 관람을 하기 어렵다. 이러한 환경이 시각·청각장애인의 문화접근권을 제한한다는 문제제기에 최근 한국에서도 폐쇄형 상영시스템이 시제품으로 발표되었지만,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외국의 폐쇄형 상영시스템은 대부분 목에 거는 소형 수신기다. 수신기가 영화정보를 받아 가벼운 3D 안경과 헤드폰으로 영화를 관람한다. 또한 자막이 보이는 영상기기를 영화관 의자의 컵홀더에 고정시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형은 직접 어깨에 대형 장비를 장착하고 영화를 관람해야 한다. 김 의원은 “시각·청각장애인이 참여한 시연회에서도 장비가 무겁고 불편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한국형 폐쇄형 상영시스템이 개발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보여주기식 개발로 보인다”라고 질타했다.
이러한 지적에 오석근 영진위 위원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저도 이 시스템을 보고 분개했다. 폐쇄형 상영시스템은 ‘함께 보는 것’이 핵심인데 극장에서 이런 시스템으로는 함께 볼 수 없다. 화면을 읽어주는 시스템 개발에만 집중했다. 부주의했다”고 인정했다.
김 의원은 “영진위 자료에는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가 619편인데, 이를 배리어프리 영화로 제작 보급한 것은 2018년 30건, 2019년 31건, 올해는 15건뿐이다”라며 “코로나19로 영화관을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배리어프리 영화 제작 확대는 물론, 온라인 등을 통한 상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사용자 친화적인 폐쇄형 상영시스템 방안과 함께 의원실로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