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저상버스 도입률, 시·도에 맡긴 특별교통수단 도입 의무
지역마다 들쑥날쑥한 특별교통수단 운영, 장애인들은 ‘이동’이 ‘고통’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발족식을 겸해 장애인 이동권 차별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토론회가 세종시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유튜브 영상 캡처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발족식을 겸해 장애인 이동권 차별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토론회가 세종시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유튜브 영상 캡처

“세종시 장애인콜택시는 이틀 전에 앱과 전화로 예약전쟁을 치르고, 이틀 후에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어쩌다 실수로 예약을 못 하게 되면 등하교는 물론, 출퇴근과 예약한 병원도 못 갑니다. 갑자기 잡힌 약속은 깨지기 일쑤입니다.” (문경희 세종시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공동준비위원장)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장애인 이동권은 하향 평준화됐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에서 교통약자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권리에 대한 정부의 의무는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인 이동권 차별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토론회가 10일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발족식을 겸해 세종시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낮은 저상버스 도입률, 시·도에 맡긴 특별교통수단 도입 의무

이동권 제약에서는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도입이 지지부진한 점이 지목됐다. 국토교통부는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2017~2021)에서 전국 시내버스의 42%를 저상버스로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제1차 고시개정전문위원회 4차 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저상버스 도입률은 전국 26.5%에 불과하다. 가장 낮은 곳은 충남(10%)이며, 그 뒤로 울산(12.4%), 전남(13.1%), 경북(13.9%), 인천(19.3%) 순으로 도입률이 낮았다. 세종은 23%, 경기는 27.2%였다. 서울은 49.8%였다. 

2019년 저상버스 도입 현황. 사진 고시개정전문위원회 4차 회의자료 캡처
2019년 저상버스 도입 현황. 사진 고시개정전문위원회 4차 회의자료 캡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지역별 저상버스 도입률 달성 여부를 비교해 보니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세종,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이 2019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저상버스 도입을 지자체 의지에만 맡겨 두면 시장이나 도지사의 의지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대폐차에 대해서는 모두 저상버스로 바꾼다는 강제조항을 만든다면, 저상버스 도입은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별교통수단의 도입률도 저조하다. 특별교통수단은 ‘중증장애인 200명당 1대’에서 지난 2019년 7월에 보행상의 장애인 중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명’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전국 특별교통수단 도입률은 82.6%에 불과하다. 의무도입률을 지킨 곳은 경기(141.7%), 경남(104.4%) 두 곳뿐이다. 충북은 49%에 불과했다. 전남(51.5%), 충남(53.8%), 인천(53.9%), 울산(54.7%), 강원(56.3%), 경북(57.9%)은 의무도입률을 절반 정도만 지키고 있다.

2019년 특별교통수단 도입 현황. 사진 고시개정전문위원회 4차 회의자료 캡처
2019년 특별교통수단 도입 현황. 사진 고시개정전문위원회 4차 회의자료 캡처

이처럼 특별교통수단의 지역 간 격차가 큰 것은 교통약자법에서 운영과 예산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경석 대표는 “현재 교통약자법에서는 시장이나 군수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대수 이상의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하고, 국가 또는 시·도에서 특별교통수단의 확보 또는 자금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어 강제 사항이 아니다”라며 “국가가 운영과 예산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교통수단 이외에도 장애인 임차택시, 장애인 복지콜, 바우처 택시 등도 사정이 비슷하다.  박 대표는 “이러한 교통약자 이동수단은 지자체 예산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여부에 따라 이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운임도 제각각이고, 운영기관도 제각각이다”라며 “장애인 임차택시, 장애인 복지콜, 바우처 택시 등은 교통약자법상의 특별교통수단도 아니기에 이동편의실태조사 대상도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 지역마다 들쑥날쑥한 특별교통수단 운영, 장애인들 이동권 제약

도입률 이외에도 운영 문제로 불편을 겪는 지역이 많다. 특별교통수단의 세부 운영은 지자체 조례로 정해져 있어 불편의 유형도 제각각이다. 경기도는 특별교통수단 의무도입률에 도달했지만, 31개 시·군 내에서 자유로운 광역 이동이 불가능하다. 

정기열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공동집행위원장은 “경기도는 특별교통수단 광역 이동 및 환승이 불가능해, 경기도 포천에서 화성으로 이동할 때 총 4번을 갈아타야 한다. 대기 시간까지 계산하니 10시간 이상 걸리기에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기도 내에서도 가입 기준, 운행 시간, 요금이 다 다르다. 광역 간 이동을 수월하기 하기 위해 통합이동지원센터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경석 대표는 “현재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약 80%에서 이동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거의 특별교통수단과 이용자 사이의 중개 역할만 하고, 광역 간 환승·연계는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동지원센터 운영마저도 지자체의 역할로 정하고, 의무도 아닌 선택 조항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태훈 세종시교통약자이동권보장 및 공공성강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강태훈 세종시교통약자이동권보장 및 공공성강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세종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이동지원센터의 민간위탁운영도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세종시 또한 9년째 세종시지체장애인협회에 이동지원센터 민간위탁운영을 맡긴 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세종시 장애인콜택시는 즉시콜이 불가능하며 예약을 해야지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비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위한 바우처 택시 등도 없다 보니, 장애인콜택시로 이용자가 몰려 운영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 

강태훈 세종시교통약자이동권보장 및 공공성강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최근 운전원 두 명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민간위탁기관은 조사는커녕 덮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세종시는 법적 권한이 없고, 강제할 의무도 없다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있다”며 “민간위탁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공공운영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박경석 대표는 “정부는 2020년을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2단계인 이동지원 분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대상자 대비 5%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만 내놓고, 서비스의 양적·질적 확대 계획이 전혀 없다”며 “이동지원 분야에서 ‘진짜 장애등급제 폐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통약자법 제3조의 ‘이동권’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공공성을 전제로 할 때만 가능하다. 교통약자법 개정을 통해 정부의 책임과 예산 책정에 대한 근거를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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