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역 참사 20주년, 버스에 쇠사슬로 몸 칭칭 감고 사다리 목에 매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28.4%… 버스 10대 중 3대꼴
“장애인의 이동할 자유 구속 말고 ‘지금 당장’ 법제화로 보장해야”

22일 오후 3시 전장연 등은 서울역 7번 버스정류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완전 쟁취를 외치며 ‘버스 타기 직접행동’을 했다.  저상버스를 타고 서울 프레스센터에 내린 세 장애인 활동가들이 사다리를 목에 매고  버스를 가로 막고 있다. 사진 이가연
22일 오후 3시 전장연 등은 서울역 7번 버스정류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완전 쟁취를 외치며 ‘버스 타기 직접행동’을 했다.  저상버스를 타고 서울 프레스센터에 내린 장애인 활동가들이 사다리를 목에 매고  버스를 가로 막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인 활동가들이 버스 앞에서 사다리를 목에 매고 투쟁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인 활동가들이 버스 앞에서 사다리를 목에 매고 투쟁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오이도역 장애인리프트 추락참사 20주기인 오늘, 장애인들이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장애인 이동수단을 규탄하며 광화문 한복판 세종대로에서 버스를 점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은 22일, 오후 3시 서울역 7번 버스정류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완전 쟁취를 외치며 ‘버스 타기 직접행동’을 했다.

이규식 활동가가 쇠사슬로 몸을 묶고 사다리를 맨 채 버스를 점거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규식 활동가가 쇠사슬로 몸을 묶고 사다리를 맨 채 버스를 점거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장애인 활동가가 버스를 가로 막은 채 사다리와 쇠사슬을 몸에 매고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저상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로 이동했다. 프레스센터에 도착해 하차하던 중, 휠체어를 탄 장애인 활동가가 저상버스에 자신의 몸과 함께 쇠사슬을 칭칭 감았다. 다른 장애인 활동가들도 버스 앞에서 사다리를 목에 매고 버스를 점거하자, 경찰들이 등장해 이들을 에워쌌다. 버스는 순식간에 ‘특별교통수단 지역 간 이동권 차별 없이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라!’, ‘장애인이동권은 자유권이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하라’ 등이 적힌 피켓들로 뒤덮였다. 20년 전, 장애인이동권연대가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고 외치며 버스를 점거했던 모습이 20년 만에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재연된 것이다. 

20년 전 오늘인 2001년 1월 22일, 장애인 노부부가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역에서 장애인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크게 다쳤다. 오이도역 장애인 추락참사를 계기로 장애인들은 ‘장애인이동권연대’를 결성해 본격적인 이동권 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2년 서울시 강서구 발산역에서 또다시 장애인리프트추락참사가 발생하자, 장애인들은 사다리를 목에 매고 서울시청역 선로를 점거했으며, 39일 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전국 버스 10대 중 고작 3대 저상버스… “장애인 이동권은 자유권”

 전장연 등이 22일, 오후 3시 서울 스퀘어빌딩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완전 쟁취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전장연 등이 22일, 오후 3시 서울 스퀘어빌딩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완전 쟁취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가연
22일 오후 3시, 전장연 등이 서울 스퀘어빌딩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완전 쟁취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들이 저상버스를 점거한 이유는 저조한 저상버스 도입률 때문이다. 2020년 9월 기준, 전국 저상버스 도입률은 28.4%로 전국 버스 10대 중 3대도 미치지 못한다. 전장연은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방안이 없어 지자체 및 운수 사업체의 재량 아래 전체 교통약자 국민의 이동권이 후퇴하고 있다”라며 “장애인 이동권은 자유권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이동할 자유를 구속하지 말고 ‘지금 당장’ 법제화를 통해 보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영봉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집행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에서 서울역까지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네 번이나 갈아타야만 했다.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은 경기도가 관할하지 않고 시·군·구 단위로 조례에 따라 운영방침이 다르다. 이로 인해 최악의 경우 시·군·구 경계를 넘을 때마다 환승해야 한다. 

이 집행위원장은 “경기도 안에서만 장애인콜택시를 네 번 갈아 탔더니 7시간이 걸렸다”라며 “각 지자체에 가서 장애인 이동수단을 늘려달라고 하는데, 늘 예산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도는 재난지원금도 몇 번 뿌리고, 지자체 예산이 남아돌면 아직도 도로를 부순다. 장애인에게만 예산이 없다고 한다. 지난 20년 동안 경기도는 뭐가 바뀌었나”라며 분노했다. 

한 활동가가 경찰 앞에서 '기재부는 돈 장난 하지 말라. 장애인이동권 보장, 중앙정부가 책임져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한 활동가가 경찰 앞에서 '기재부는 돈 장난 하지 말라. 장애인이동권 보장, 중앙정부가 책임져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20년 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시작했지만, 저상버스 도입은 아직 멀었다. 지자체가 이동권 보장의 책임 주체이기에,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자체에서는 예산 반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가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장연 등은 오후 5시가 넘을 때까지 저상버스를 점거하며 국토부에 △국토부 장관 면담 추진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 법제화 △장애인특별교통수단 지역 간 차별철폐 법제화를 요구했다. 

또한, 서울시에 대해서는 △서울시장애인이동권선언 약속 이행 △2022년까지 서울시교통공사 관할 모든 지하철·엘리베이터설치 1동선 100% 설치 예산 반영 △2024년까지 서울시 노선버스에 대한 저상버스 100% 도입 예산 반영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3차 이동편의증진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면담 자리를 마련할 것을 밝혔으며, 서울시와는 다음주 중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 한 버스가 점거되어 멈춰있다. 버스에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들이 붙여있다. 사진 이가연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 한 버스가 점거되어 멈춰있다. 버스에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들이 붙여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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