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의 장애아동 학대, 1심 판결 뒤집고 ‘무죄’ 선고한 항소심
장애계 분노… ‘교육적 목적 이유로 각종 인권침해 용인하게 될 것’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 바로 잡아달라” 촉구
특수교사가 장애아동을 학대했다. 그러나 교육적 의도가 있고 학대의 의도성은 없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걸까. 최근 장애아동을 학대한 특수교사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 특수교사의 장애아동 학대, 1심 판결 뒤집고 ‘무죄’ 선고한 항소심
2017년 5월, 강동구의 한 유치원에서 특수교사가 장애아동을 학대했다. 피해자는 당시 4살의 중증자폐성장애아동이었다. 특수교사는 장애아동이 음식을 거부하고 소리 지르며 울자, 한 손으로 울고 있는 피해자의 입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은 채 깍두기 올린 숟가락을 아동의 입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그는 아동이 뱉지 못하도록 자신의 손으로 아동의 입을 틀어막았다. 또한, 장애아동이 물로 양치하는 것을 거부하며 화장실에서 발버둥 치자 울부짖는 아동의 어깨를 손으로 강하게 붙잡아 입에 칫솔을 집어넣어 강제로 양치시켰다.
당시 장애아동은 물 양치에 극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특수교사는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장애아동이 물 양치를 거부하며 울다 뒤로 넘어가기도 하여, 아동의 부모는 물 없이 양치할 수 있는 치약을 유치원에 보내기도 했었다.
이러한 특수교사의 행위는 2019년 11월, 1심에서 아동학대로 인정받았다. 특수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벌금 300만 원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아동에 대한 교육 정도를 넘어 피해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던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 이 판결은 뒤집힌다. 올해 11월 6일 항소심에서 특수교사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특수교사의 행위는 교육적 의도가 있었으며, 아동학대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판결문을 보면 2심 재판부는 “아동에게 교육의 일환으로 행해진 행위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을 가지고 있거나, 결과적으로 교육 효과보다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해서 그 행위가 곧바로 아동학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학대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공개된 장소’에서 그러한 행위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법원은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유치원 내 다른 교사들과 아동들에게 개방된 곳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학대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다른 이들의 이목을 피할 수 없는 장소에서 울면서 저항하는 피해자에게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교육적 목적과 의도로 피해자를 돌본다고 생각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가 울면서 저항함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계속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에게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보이지 않은 피고인의 태도가 피해자에게만 국한되지는 않기에,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감정에 기인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세심한 주의와 배려 없는’ 피고인의 보편적 태도를 교육자의 기본적 자질에 대한 의심이 아닌 무죄의 근거로 본 것이다.
- 장애계 분노… ‘교육적 목적 이유로 각종 인권침해 용인하게 될 것’
이러한 법원의 판단에 장애계는 ‘수많은 학대와 폭력의 변명거리를 열어준 판결’이라며 분노하며 대법원에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아줄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대법원 앞에서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괴롭힐 의도는 가해자가 판단할 일이 아니며, 피해당사자가 울고 저항했다는 ‘사실’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피해당사자가 괴로워서 울고 저항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강압적 행동을 계속한 것에 학대의 의도가 없었다고 볼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피해아동은 사건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번 항소심의 판결은 4년여를 정서적 불안정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에게 그 고통의 책임은 ‘괴롭힐 의도’ 없이 가해진 ‘교육적 행동’ 때문이었으니 그 책임은 네 스스로 지라고 하는 꼴”이라고 분노했다.
나동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변호사 또한 항소심의 ‘위험한’ 판단을 우려했다. 나 변호사는 “항소심의 판단에 따르면 특수교사가 교육적 목적과 의도를 갖고 있다면 ‘강압적 행동이 장애아동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과 부정적 영향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더라도 아동학대죄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면서 “이러한 판결로 장애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행위가 묵인되고 반복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든다”고 전했다.
이번 항소심의 판단은 대법원의 판결과도 배치된다. 2015년 대법원(2015도13488 판결)은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며 ‘미필적 고의’에 따라 아동학대죄의 고의 여부를 판단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나 변호사는 “특수교사의 행위에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나 변호사는 “피고인은 피해아동이 특정 음식의 섭취나 물로 헹구는 양치질에 특별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자폐성 장애아동의 특성과 교육방법에 대해 알고 있던 특수교사다”라면서 “자신의 강압적 행위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나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은 교육적 정당성이라는 미명으로 장애아동에게 가해질 인권침해를 폭넓게 용인하는 반인권적 판결”이라면 “대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으로 잘못된 2심 판결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