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쓰러져 입원한 후 2주째 의식 불명
피멍에 머리와 다리 상처까지… 피해 학부모, 폭행 의혹 제기
학교 측 “신발 신다 넘어져서 다친 것”

피해자는 머리 뒤통수 부분이 5cm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피해자는 머리 뒤통수 부분이 5cm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사립 특수학교인 경북 구미혜당학교에서 고3 장애학생이 다쳐 2주째 혼수상태다. 피해 학부모는 학생 몸의 여러 흔적을 보고 폭행‧학대가 일어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학생이 넘어져 다친 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그날, ㄱ 군에게 무슨 일이

구미혜당학교에 재학 중인 중증지적장애인 ㄱ 군(기존 장애1급)은 지난달 18일, 학교에서 쓰러져 의식 불명인 상태로 병원에 입원했다. 머리 뒤통수 부분이 5cm가량 찢어져 상처를 입었고 왼쪽 귀 뒷부분에 피멍이 들어있었다. 다리에는 끈으로 묶인 것 같은 붉은 흔적이 발견됐다. 현재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인공호흡기에 호흡을 의지하고 있다.

ㄱ 군의 아버지 ㄷ 씨는 2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ㄱ 군 동생이 학교에서 형이 멍석말이(체육용 매트로 학생을 돌돌 마는 일) 당하는 걸 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ㄱ 군의 쌍둥이 동생 ㄴ 군 또한 지적장애인(기존 장애3급)으로, 형제 모두 구미혜당학교 학생이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ㄱ 군은 언어 구사가 어려운 반면, 동생 ㄴ 군은 형보다 장애가 경해 어느 정도 진술이 가능하다고 ㄷ 씨는 전했다.

아버지가 전한 ㄴ 군 진술에 따르면, 사고 당일 1교시가 끝난 오전 9시 50분경, ㄴ 군은 자신의 형(ㄱ 군)이 멍석말이를 당하고 있는 걸 봤다. ㄱ 군은 매트에 말려 있었고 그 위에 ㄱ 군의 친구가 올라타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ㄷ 씨는 “어제저녁에도 담임 교사와 통화를 했다. 교사가 가끔 애들 멍석말이한다고 나에게 말했다. 우리 애가 키 165cm에 몸무게 70kg이다. 다 큰 애가 움직이면 멍석 말아 놓은 게 풀리게 되니까 다른 애가 올라타게 되지 않았을까. 우리 애(ㄱ 군)가 언어 구사를 잘 못 한다. 엄마, 아빠 정도만 할 줄 안다. 말도 못 하고 끙끙거리고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12시 50분쯤, ㄴ 군은 형이 멍석말이를 당하고 있는 것을 한 차례 더 목격했다고 한다. 옆에는 사회복무요원이 있었지만 그는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30분 뒤인 오후 1시 20분경, 아버지 ㄷ 씨는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ㄱ 군에게 심정지가 왔다는 것이다. ㄷ 씨는 “학교는 ‘애가 갑자기 쓰러지더니 숨을 안 쉰다, 심정지가 왔다, 응급조치하면서 119에 신고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다리에 끈으로 묶인 것 같은 상처가 나 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피해자 다리에 끈으로 묶인 것 같은 상처가 나 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ㄱ 군의 몸에는 폭행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상처들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부인하며 “하교 시간에 ㄱ 군이 신발을 신다 넘어져서 다쳤다. 매트에 넘어진 후 호흡 곤란이 와서 병원으로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ㄱ 군 학부모는 같은 반 학생 두 명의 증언을 확보했다. ㄱ 군 어머니가 확보한 통화 녹음본에 따르면, 목격자인 학생들은 ㄱ 군이 멍석말이를 당하다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에 관해서도 부인 중이다. 학생들이 중증 장애인이라 당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 ㄷ 씨는 “학생 두 명 모두 카톡도 잘하고 게임도 하고 의사소통에 무리가 전혀 없는 아이들”이라며 학교 측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ㄷ 씨는 지난달 20일, 담임 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을 아동학대, 폭행으로 신고했고 현재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또한 구미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구미혜당학교 관계자는 2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구미교육지원청의 심의 결과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장차연을 포함한 여러 시민사회 단체가 2일 구미혜당학교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사진 경북장차연
경북장차연을 포함한 여러 시민사회 단체가 2일 구미혜당학교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현수막에는 '특수학교 재학생 폭행 및 학대 의혹, 구미혜당학교를 규탄한다! 구미혜당학교 장애인학생 상해·의식불명 사건 긴급규탄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경북장차연
ㅇ
기자 회견 참가자의 모습. 피켓에는 '학대 정황! 폭행 사실! 명백히 밝혀내라!', '은폐·무마 시도 즉각 중단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지회

-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건가”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아래 경북장차연)는 2일, 구미혜당학교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구미혜당학교는 피해자와 가족 앞에 사죄하고 피해자 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를 즉각 실시할 것 △교육·수사 당국은 학대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 전원 엄중 징계·처벌할 것 △구미혜당학교와 경상북도 교육청은 반복되는 특수학교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ㄱ 군의 아버지 ㄷ 씨는 “평범한 직장인인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꿈에도 몰랐다. 기가 막힌다. 학교는 진실을 왜 자꾸 감추나. 신발 신다 넘어져서 혼수상태가 됐다니, 박종철처럼 우리 아이가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건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수교육이라는 분리 정책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배예경 경북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장애학생이 지역 사회에서 완전히 통합되기를 원한다. 지역 사회의 일반 학교에서 많은 지원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학교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장차연은 기자회견문에서 “우리는 최중증 장애학생을 ‘특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한 공간에 몰아넣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사고만 없으면 된다는 식으로 유지돼온 분리 정책이 역설적으로 이번 사고를 만든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면서 “장애학생이 통제와 훈육의 이름으로 존엄을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기자회견 시작 직전, 학교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등장해 “우리 학교 이름 나오게 하지 말라고”며 항의하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학교 이름 나오는 게 창피하면 피해 학생한테 사죄부터 하라”며 맞받아쳤다.

2020년 구미혜당학교 학교생활규정 4장 40조에는 '체벌금지' 규정이 있다. '학생들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정신적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는 언어폭력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해서는 안 될 체벌 유형으로 도구에 의한 체벌, 손이나 발 등 신체에 의한 체벌, 반복적·지속적 신체 고통을 유발하는 기합 형태의 체벌, 학생끼리 체벌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학생들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 등을 유발시키는 언어적 폭력 등이 열거돼 있다.
2020년 구미혜당학교 학교생활규정 4장 40조에는 '체벌금지' 규정이 있다. '학생들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정신적 모욕감과 수치심을 주는 언어폭력 등을 포함한 일체의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해서는 안 될 체벌 유형으로 도구에 의한 체벌, 손이나 발 등 신체에 의한 체벌, 반복적·지속적 신체 고통을 유발하는 기합 형태의 체벌, 학생끼리 체벌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학생들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 등을 유발시키는 언어적 폭력 등이 열거돼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