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폭행 흔적… 학대 정황 뚜렷하지만 발뺌하는 구미혜당학교
피해 장애학생, 10개월간 뇌사상태로 있다 결국 사망
담임교사 사직 이후 어떤 징계도 안 받아
비대위 “가해자 처벌하고 재발방지대책 수립하라” 강력 규탄

사립 특수학교인 경상북도 구미혜당학교에서 지난해 11월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고3 학생 ㄱ 군이 지난 19일 결국 사망했다.

ㄱ 군이 10개월간 병상에 뇌사상태로 있는 동안, 학대의혹을 받는 담임교사가 ‘과실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을 뿐 구미혜당학교, 학교법인 금오학숙, 구미교육지원청 등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구미혜당학교인권유린사태해결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아래 구미혜당학교비대위)는 23일 성명을 내고 △가해자 및 은폐 관련자 전원 처벌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요구했다.

피해자는 머리 뒤통수 부분이 5cm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피해자는 머리 뒤통수 부분이 5cm가량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피해자 다리에 끈으로 묶인 것 같은 상처가 나 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피해자 다리에 끈으로 묶인 것 같은 상처가 나 있다. 피해자 아버지 제공

- 수사는 지지부진, 관련자들은 혐의부인… 책임지는 사람 없다

구미혜당학교 고3 중증지적장애인 ㄱ 군(기존 장애1급)은 작년 11월 18일, 학교에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머리 뒤통수에 5cm가량 찢어진 상처가 있었고 다리에는 끈으로 묶인 것 같은 붉은 흔적이 발견됐다. ㄱ 군은 뇌사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호흡하다 지난 19일 사망했다.

ㄱ 군의 몸에 폭행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처가 뚜렷하게 있었지만 학교 측은 ‘ㄱ 군이 하교시간에 신발을 신다가 넘어져서 다쳤다’, ‘끈 자국은 119구조대 호송과정에서 혈관을 찾기 위해 다리를 고정하다 생긴 자국’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ㄱ 군의 쌍둥이 동생 ㄴ 군의 증언은 달랐다. 지적장애인(기존 장애3급)으로 ㄱ 군과 함께 구미혜당학교에 다니던 ㄴ 군은 사고 당일 ㄱ 군이 체육용 매트에 말려 그 위에 다른 친구가 올라타 있는 등 ‘돌돌말이’를 당한 것을 두 번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ㄴ 군은 ㄱ 군이 ‘돌돌말이’를 당할 때 옆에 사회복무요원이 있었지만 그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ㄱ 군과 같은 반이었던 학생 두 명도 ㄱ 군이 ‘돌돌말이’를 당하다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구미혜당학교는 증언한 학생들이 모두 중증장애인이라 당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학생들의 증언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학교는 현재까지도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2월 2일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구미혜당학교 앞에서 가해자 처벌 및 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며 열린 기자회견 모습. 피켓에는 '학대 정황! 폭행 사실! 명백히 밝혀내라!', '은폐·무마 시도 즉각 중단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지회
지난해 12월 2일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구미혜당학교 앞에서 가해자 처벌 및 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며 열린 기자회견 모습. 피켓에는 '학대 정황! 폭행 사실! 명백히 밝혀내라!', '은폐·무마 시도 즉각 중단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지회

ㄱ 군이 쓰러진 지 이틀 후인 작년 11월 20일, ㄱ 군의 아버지는 담임교사와 구미혜당학교를 경찰에 신고했다. 구미경찰서는 담임교사에 과실치상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 구미혜당학교에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지난 1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는 보강수사가 진행 중이다.

혜당학교비대위는 구미경찰서가 담임교사에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한 것은 “소극적 혐의를 적용한 것”이라 비판했다. 비대위는 “구미경찰서는 담임교사에 대해 ‘과실치상’이라는 소극적 혐의를 적용하며 학생 보호 의무자라는 책임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피해상황을 목격한 동생의 명확한 진술도 ‘판단불가’로 결론 내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결국 구미경찰서의 지지부진한 수사와 무의지, 미온적 대응 속에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가족은 진상규명에 가 닿기도 전에 아들을 떠나보내게 됐다”고 성토했다.

구미혜당학교, 학교법인 금오학숙, 구미교육지원청 등 유관기관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임교사는 자발적으로 사직한 후 어떠한 징계조치도 받지 않았으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연다던 구미교육지원청은 경찰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미혜당학교비대위는 “피해학생이 한 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는 동안 여전히 그 누구도 구미혜당학교 사태와 고인의 죽음을 책임지지 않았다”며 “진실이 밝혀지고 관련자들이 분명한 책임을 지도록, 다시는 이런 피해가 교육이란 이름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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