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숨진 채 방치됐다 발견된 어머니… 아들은 발달장애인
생전에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생계·의료급여 못 받아
주거급여 수급자임에도 ‘찾동’ 가동 안 돼

지난 14일 보도된 한국일보의 ‘사망 5개월 만에 발견된 엄마, 노숙자가 된 아들.., 방배동 모자의 비극’ 기사. 사진 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지난 14일 보도된 한국일보의 ‘사망 5개월 만에 발견된 엄마, 노숙자가 된 아들.., 방배동 모자의 비극’ 기사. 사진 한국일보 홈페이지 캡처

시민사회단체가 방배동에서 숨진 김 씨와 노숙인으로 생활하고 있던 발달장애인 아들의 비극을 통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촉구했다.

14일, 한국일보의 ‘사망 5개월 만에 발견된 엄마, 노숙자가 된 아들.., 방배동 모자의 비극’ 보도에서 우리나라의 허술한 복지체계의 민낯이 또다시 드러났다. 서울 방배동에서 지난 3일 발견된 김 씨는 지병으로 사망한 지 최소 5개월은 지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씨의 아들은 발달장애인으로 어머니의 사망 후 노숙생활을 했다. 노숙생활을 하며, ‘우리 엄마는 5월 3일에 돌아가셨어요’라는 종이를 두고 구걸을 했고, 한 사회복지사가 발견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았다. 2008년 11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 병원조차 제대로 가지 못했다. 일정한 소득이 없어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으로 생계를 꾸렸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어렵게 생계를 이어갔지만, 김 씨는 2018년 10월부터 주거급여 25만 원가량밖에 받지 못했다. 주거급여는 고스란히 월세로 지출되었다. 

- 부양의무자기준 탓에 주거급여 받았지만, 생계·의료급여 못 받아

보도를 종합해 볼 때, 김 씨는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생계·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8년 부양의무자기준이 완전히 폐지된 주거급여만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부양의무자는 이혼한 전 남편, 즉 자녀의 아버지이다. 

빈곤사회연대는 14일 성명을 통해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 못하는 국가에서 또다시 사람이 죽었다”며 “지난해 인천에서 사망한 일가족이 겪었던 일과 똑같다. 부양의무자기준 때문에 공공일자리가 끊겨 소득이 없었는데도 생계·의료급여를 신청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제2차 기초생활보장 기본계획(2021~2023)에서도 생계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의 단계적 폐지 계획을 담았다. 그러나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두고 있어 사실상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료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조차 없다.

빈곤사회연대는 “의료급여 수급자였다면 장기체납 문제를 해결하고 병원에 갈 수 있었을 것이고, 생계급여를 받았다면 공공일자리가 끊겼더라고 해도 최소한의 생활비를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빈곤한 사람에게 차별적인 부양의무자기준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사람이 ‘오늘의 생존을 내일로 미룰 수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지금 당장 시행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한 사람이 ‘오늘의 생존을 내일로 미룰 수 없다.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지금 당장 시행하라’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 주거급여 수급자임에도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가동 안 돼

김 씨 모자는 장기간 건강보험, 공과금을 납부하지 않았음에도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아래 찾동)’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찾동은 ‘생계가 어려운 주민을 직접 찾고, 주민 상황에 맞춰 복지서비스를 연결한다’는 복지전달체계로 서울시 25개 구, 424개 동에서 시행하고 있다. 더욱이 김 씨는 주거급여 수급자임에도 찾동에서 발견조차 못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아들은 장애인등록도 되지 않고, 초등학교 2학년 과정을 마친 뒤 어떤 교육·복지 서비스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 씨 모자는 철저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는 15일 성명을 통해 “빈곤뿐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우리 사회의 복지 민낯”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설 빈곤의 문제를 더 이상 가족에게 전가하지 않고 사회가 보장하는 지원체계를 약속했지만, 임기 1년여 남은 시점에 달라진 것은 없다. 방배동 모자의 비극은 문재인 정권의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부모연대는 “김 씨는 죽는 순간까지 홀로 발달장애인 아들을 책임지고 있었다. 정부는 약 4만 5000여 명의 발달장애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거라고 추정하면서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생활실태를 파악해 지원하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결국 방배동 모자의 비극은 현재의 열악한 복지정책으로 인한 인재다. 제2, 제3의 방배동 모자와 같은 비극이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의 이행은 물론 등록하지 않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 대한 생활실태조사 시행과 ‘찾동’의 기능 강화를 촉구했다. 아울러 부모연대는 “홀로 남은 아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개인별 지원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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