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두 차례 행정명령 받았는데 또 시설범죄 발생
보호자의 탈시설 반대로 다른 시설로 전원된 장애인들
서울시의 적극적 대응, 의미 있지만 과제도 남아
평생의 시설생활을 끝내고 지원주택으로
지난 3월, 서울시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를 통해 거주인 학대사건이 밝혀진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 루디아의집이 10월 31일 자로 폐쇄됐다. 무연고 장애인을 우선으로 10월부로 11명의 장애인이 지원주택 입주를 마쳤고, 4명은 지원주택 입주신청 후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45명은 다른 시설로 전원되었고, 2명은 원가정으로 복귀했다.
사건 발생 후, 장애계는 루디아의집 거주장애인들의 지원책으로 지원주택(또는 자립생활주택) 입주, 활동지원서비스를 포함한 24시간 지원체계를 담은 탈시설지원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이 금천구청장을 대신하여 이용계약절차의 대행자로 지정받아 시설퇴소 및 지원주택 입주 신청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장애영유아시설부터 성인이 된 후에도 각종 시설을 전전해온 이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사자 면담을 통해 입주 신청뿐만 아니라 이후 지역사회 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각종 정보를 체크했다. 또한 당사자에게 최적화된 주거환경을 위해 당사자와 직접 지원주택에 방문하여 편의시설 공사가 필요한 부분을 점검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당사자 면담이 제한된 후에는 루디아의집 탈시설 지원을 위해 꾸려진 민관합동 특별조사단(아래 특조단)이 시설 담당자, 지원주택 서비스기관 담당자와 미팅을 진행하며 지원주택 입주를 준비해야 했다. 장애 재진단을 위한 각종 검사, 활동지원 신청, 종합조사, 초기 세간살이 구매, 지원주택 입주계약, 이사 등의 과정은 탈시설 초기정착과정에서 필요한 제도개선지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고가 있는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대면 면담이 불가한 상황인 데다 지원주택 입주 신청은 보호자 동의가 필요했으므로 보호자들에게 먼저 지원주택과 지역사회제도에 대해 안내했다. 일부 보호자들은 지원주택 모델을 궁금해하며 특조단원과 함께 지원주택에 실제 방문하기도 했다. 지원주택의 탄생 배경, 시설과 지원주택의 차이, 당사자들이 어떤 지역사회서비스를 이용하며 살고 있는지 등을 눈과 귀로 직접 접했다. 그럼에도 시설 전원을 선택한 보호자도 있었고, 지원주택 입주를 결정해서 현재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보호자도 있다.
시설범죄의 반복은 어떻게 가능했나
루디아의집은 이미 2014년에 보조금 횡령과 장애인을 못 움직이도록 제압복을 착용시킨 혐의로 1차 행정명령을, 2017년에는 장애인을 감금시키고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인권침해로 2차 행정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2020년 3월, 루디아의집은 또다시우리 앞에 나타났다. 인권위 조사결과, 거주장애인에 대한 상습폭행과 폭언, 가혹행위가 있었으나 이에 대한 필요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이 밝혀졌고, 인권위는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와 금천구에 시설폐쇄, 법인설립허가취소, 관내 장애인거주시설 지도·감독을 권고했다.
장애계는 사건보도가 된 다음 날 즉각 시설거주인 전원에 대한 탈시설 지원을 촉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계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3월 내에, 그 외 거주인에 대해서는 4월 내에 탈시설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또한 인권위 권고대로 서울시에는 선한목자재단 법인설립허가취소를, 금천구에는 시설폐쇄 이행을 요구하며 면담을 진행했다. 시설범죄가 발생했을 시, 시설운영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처를 취하고 시설거주장애인은 타 시설전원이 아닌 지역사회로의 이전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게 핵심요구였다.
얼마 후, 서울시는 루디아의집 시설폐쇄와 운영법인인 선한목자재단 법인설립허가취소 처분을 결정했다. 언론보도 후 곧장 시설폐쇄와 법인설립허가취소 처분을 발표한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서울시의 이례적인 발표는 환영할만한 소식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두 차례나 거주인에게 치명적인 인권침해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지침을 이유로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비판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일이다. 다른 무엇도 아닌 ‘거주인에 대한 인권침해는 즉각적인 폐쇄조치’라는 원칙은 반복되는 시설범죄의 고리를 끊어내는 첫걸음이다.
취약한 가족 지원은 장애당사자를 어떻게 시설로 내모는가
시설범죄 대응 과정에서는 당사자 지원뿐만 아니라 가족 지원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가족 지원의 첫 번째 단계는 이 시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사건설명과 조치계획 전달이다. 한국사회에서는 복지시설의 평가결과를 각 시설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으며, 공식적인 조사기관의 결정문을 게시할 의무도 없다. 따라서 가족들은 해당 시설에 대한 정보를 공식적으로 접할 길이 없다. 루디아의집이 그동안 두 번이나 행정명령을 받았던 것, 관할청이 송파구에서 금천구로 변경된 것을 아는 보호자는 없었다. 금천구청은 사건이 보도된 3월, 보호자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안내문을 발송하고 보호자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설명회 당일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시설에서 조직적으로 참여하여 설명회를 방해했고, 일부 보호자 역시도 고성을 지르며 설명 듣기를 거부했다. 이후 추가로 개최된 보호자 설명회는 아예 보호자들이 보이콧했다.
이러한 가운데 특조단은 매칭된 보호자에게 개별상담을 진행했다. 현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 당사자가 지원받을 수 있는 조치, 보호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을 안내해드리며 설득해야 했다.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변화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지역사회복지서비스, 탈시설정책 등을 가족이 알 리 만무했다. 보호자들의 반응은 여러 가지로 비슷했다. 권익옹호기관의 조사결과와 인권위 결정문을 믿을 수 없다, 그동안은 뭐하고 왜 이제 와서 연락했느냐, 그런 정책을 지금에야 알려주는 저의가 뭐냐로 시작한 상담은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내 자녀가 루디아의집에 계속 살 수 있게 해달라’로 끝맺었다. 일부는 아예 모든 전화를 차단하고, 다시 전화하면 고발한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해 못 할 반응은 아니었다. 가족들은 시설과의 관계에 있어 철저한 을(乙)이다. 특히 루디아의집 입소자 대부분은 신체장애와 발달장애가 중복으로 있는 중증장애인이었다. 가족에겐 장애가족과 지역사회 생존이 더는 어려워져 이곳저곳 도움을 청했을 때 장애가 중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한 경험이 뼈아프게 자리 잡아있었다. 그 거절의 끝에 도달한 게 루디아의집이었다. 통화 시 가족들은 ‘유일하게 우리 자녀를 받아준 게 루디아의집’이라고 했다. 이곳이 아니면 우리 자녀가 갈 곳은 없다고 믿고 있었고 그들이 경험한 바로는 사실이었다. 한 부모는 말했다.
“사건을 들었는데 물어보지 못했어요. 내 자식을 내 손으로 시설에 보냈는데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싶어서……”
그러나, 이러한 가슴 아픈 사연에도 불구하고 남는 고민이 있다. 연고가 있는 발달장애인의 사후조치를 위해서는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루디아의집 대응과정에서 이미 법적 연고자와 연락이 끊긴 당사자도 여럿 있어 연고자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었다. 그러니까 보호자에게 아무리 좋은 지원제도를 안내한다 한들 반대하면 당사자를 지원할 방안이 없다. 그 결과 62명 중 49명은 보호자 동의하에 타 시설로 전원되었고, 현재 이들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위험에 놓여있다. 그런데 가족이 설득될 때까지, 동의할 때까지 당사자는 시설에 있어야 하는가? 이는 이후 탈시설 정책에서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로 남았다.
양심을 잃은 사회복지법인의 실체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에서는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반복적 또는 집단적 성폭력 범죄 및 학대 관련 범죄가 발생한 때 법인설립허가취소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에 의하면 루디아의집과 선한목자재단은 삼진아웃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시설범죄가 발생한 운영법인에 대해 지자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법인설립허가취소’까지 완수한 사례는 일명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의 법인 우석재단과 전주자림원의 법인 자림복지재단 뿐이었다. 장애계는 산하시설을 지도·감독할 의무를 방관해온 사회복지법인 선한목자재단 이사 전원에게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법인설립허가취소가 지자체가 취해야 할 조치라면, 전원 사퇴는 이사들의 자체적인 반성의 표시다.
그러나 3월 25일 선한목자재단은 서울시가 파견한 임시이사 1명으로 정수를 충족하여 이사회를 개최했는데, 해당 이사회에서는 사망한 전(前) 대표이사의 배우자 오 씨를 새로운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오 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다행히 부결되었다. 그러나, 이는 이사선임에 있어 특수관계인을 규정하는 법망을 피해 갔을지는 몰라도 일말의 양심을 져버린 비도덕적인 처사였다. 설립자 일가의 족벌운영과 세습, 사유화 문제 등 그동안 지속해서 문제시된 민간 사회복지법인의 악행을 선한목자재단이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다름없었다.
이후 장애계는 본격적인 이사 사퇴 촉구 투쟁을 벌였으며 그 결과 7명 중 5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서울시는 임시이사 5명을 파견하였고, 임시이사는 새로운 정이사 5명을 선임하는 절차를 거쳤다. 장애계는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에 서울시의 법인설립허가취소 처분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구(舊)법인 세력은 서울시와 금천구의 행정조치에 협조하지 않고 오히려 일부 직원과 부모를 앞세워 시설폐쇄를 지속해서 방해했다. 무연고자의 전원조치를 저지하기 위해 행정법원에 시설폐쇄 집행정지소송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오 씨는 본인을 대표이사라 사칭하며 이미 임기가 만료됐거나 자신의 의지로 사임한 과거 이사들을 조직하여 시설폐쇄 및 법인설립허가취소 불복소송을 제기했고 본 소송은 루디아의집이 폐쇄된 현재까지도 종결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 선임된 정이사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까지 냈으나 법원은 지난 11월 이를 기각했다.
이 황당한 사건의 근원은 사회복지법인이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그릇된 인식에 있다. 가해자에 대한 인사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않고, 피해자와 보호자에 대한 안내, 산하시설을 지도·감독할 의무가 있는 사회복지법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법인의 소유권만 주장하는 게 사회복지법인 선한목자재단의 실체였다.
2020년 12월 현재 구성된 정이사회에는 여전히 오 씨가 포함되어있으며 오 씨는 막무가내로 법인의 도장을 숨기는 등 이사회 권한 발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서울시는 법인설립허가취소 처분을 내린 만큼 신임이사회가 법인해산 및 청산절차를 완수할 수 있도록 점검과 행정적 지원을 통해 서울시 범죄시설 해결모델의 표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루디아의집 특별조사단 구성과 6시간 대치 끝에 이뤄진 전원조치
장애계는 거주장애인과 보호자 지원을 위해 서울시, 금천구에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특조단을 제안했다. 그간의 경험을 고려했을 때, 보직 이동이 잦은 공무원 체계에서는 전문성과 연속성 있는 사건 대응이 어려웠고, 그동안 민간은 공적 영역을 대신해 개별적인 서비스지원계획 수립과 지원을 해온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특조단은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이 단장을 맡고, 장애당사자 지원경험이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행정처분이 지연되는 동안 특조단원들은 루디아의집을 방문하여 당사자의 생활실태 및 안정상황을 긴급하게 점검하고 기본적인 서비스 필요를 파악하여 지원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벽에 부딪혔다. 집단생활로 인해 감염병 취약성이 높은 장애인거주시설은 전면통제가 방역 대책이라며, 감염자 발생 시 코호트격리가 이뤄졌다. 이미 수년에 걸쳐 발생한 반복적 학대로 삶이 재난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재난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시설의 문이 굳게 닫혔다. 루디아의집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거주인에 대한 지원조치를 거부했다. 결국 수차례 갈등 끝에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들은 모두 코로나 선제검사를 실시한 뒤 거주인들을 만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2차 조사 당일에도 원장 및 국장과 일부 직원들은 조사관들에게 시비를 걸며 상담시간을 지연시켰고, 코로나19를 우려하며 지원조치를 거부하던 것과는 다르게 단체외출이 있다며 거주인들을 외부로 빼돌리는 등 방해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7월 13일, 루디아의집 거주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조치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결단 하에 무연고 장애당사자만이라도 먼저 지원주택 입주 전까지 생활할 수 있는 시설로 전원조치를 진행하고자 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금천구청에서 사전 고지를 수차례 했으나 전원조치 당일 루디아의집은 모든 출입문을 잠갔다. 외부자의 입장에서는 지원조치 거부였으나, 내부 거주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명백한 감금이었다. 유리문 하나를 두고 보이는 현관에는 어쩌다 1층에 내려오는 거주장애인에게 다시 올라가라는 지시가 이어졌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배치된 경찰병력은 눈앞에 감금 사태를 두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신임 이사진의 동의를 얻어 열쇠공을 불러 현관문을 열었다. 오랜 시간 대기 끝에 거주인들이 한 명 한 명 전원시설 차량에 탑승했다. 무연고 장애인 11명과 연고 장애인 1명이었다. 시설 측의 지원조치 거부로 거주인들은 짐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신분증, 약 정도를 급히 챙겨 나와야 했다. 이마저도 오전 10시부터 이어진 대치 끝에 저녁 5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시설 폐쇄를 막기 위한 시설 측의 방해가 이어졌으나 10월 31일 마지막 전원을 끝으로 루디아의집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루디아의집 대응과정은 무엇을 남겼나
루디아의집은 공적차원에서 범죄시설을 폐쇄하고 거주장애인에 대해 탈시설지원계획을 수립한 서울지역의 첫 번째 사례이다. 전국 차원에서는 대구희망원, 전북 벧엘의집이 있었다. 2016년 서울시 인강재단 산하 송전원도 폐쇄되면서 일부는 자립생활주택을 통해 탈시설했지만 서울시 차원에서 공적 계획을 수립한 건 아니었다.
이번에 꾸려진 특조단은 민관합동의 긍정적 모델이다. 그동안 민관합동조사는 합의하기도 쉽지 않았고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실태조사를 목적으로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다수였다. 그러나 루디아의집 특조단은 특히 거주장애인의 대다수가 중증발달장애임을 고려하여 장/단기지원을 목적으로 발달장애당사자 지원 경험이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를 민간상담원으로 구성했다. 조사단이 당사자뿐만 아니라 보호자 전원과 상담을 공식적으로 진행한 것도 처음이었다.
루디아의집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민간과 권익옹호기관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긍정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현재 시설범죄와 관련하여 법적으로 조사권을 지닌 곳은 지자체를 제외하면 권익옹호기관이 대표적이다. 헌데, 일부 지역에서는 권익옹호기관이 오히려 장애당사자가 원하는 탈시설 지원을 가로막거나, 설립 취지에 따라 부여된 권한과 역할을 매우 소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이번 사례에서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조사권을 최대한 발휘하고 민간과 협력하여 적극적인 탈시설 지원을 하였는데 이는 다른 지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모범사례로 참고할만하다.
현재 루디아의집 62명 중 11명이 탈시설하여 지역사회로 이주했고, 4명이 추가로 준비 중이다. 그 비율이 24%일지라도, 서울지역에서도 중증중복발달장애인 탈시설 지원의 첫발을 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본인 의사표현이 어렵다는 이유로 물을 것도 없이 타 시설로 전원된 사례는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중증중복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고 더 단단한 관계망이 요구된다. 이들의 삶 그 자체는 서울시를,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
루디아의집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자신이 없었다. 그동안 숱하게 겪은 장애인거주시설 범죄사건은 해결이 쉽지 않았다. 기간은 지지부진 길고 아등바등 온 힘을 써도 기껏해야 시설폐쇄 행정처분이라도 내려지면 큰 성과였다. 지겹도록 반복되어온 시설범죄만큼 장애계의 투쟁도 숱하게 있어왔지만, 불과 10년 전에는 시설장 교체, 5년 전에는 시설폐쇄 하나로 수차례 싸워도 될까 말까였다.
시설폐쇄가 큰 성과임에도 앞에 '기껏해야'가 붙는 이유는 행정처분이 내려진다고 해서 시설폐쇄가 집행된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그 안에 살고 있던 거주인들의 삶은 대개 타 시설 전원조치로 그치기 때문이다. 활동 시작 후 여러 시설범죄 대응을 해왔지만 완전한 승리는 없었고 다시 어디론가 흩어진 사람들의 삶처럼 나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잘 해내지 못했던 기억이 앞서 덜컥 두려움이 앞섰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외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중에 몇이라도 삶이 달라진다면 해볼 만한 일이었다. 아니 설사 그러지 않더라도 실패의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끝내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도 아픈 경험의 깨달음이었다.
루디아의집 사건은 시설폐쇄, 공적인 탈시설지원계획 수립과 이행이라는 성과를 가져왔지만, 모두의 탈시설 지원을 이뤄내지 못했으니 절반의 승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기록을 공유하는 이유는 일부 지자체의 '해도 안 된다'라는 말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결국 마땅히 해야 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시설범죄를 인지하고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시설범죄에 대응하며, 당사자들의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지원하고자 무던히 애쓰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 필자 소개 _조아라. 탈시설운동단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