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비었는데 엘리베이터 없는 2층에 입주… 종로구 “이유 밝힐 수 없다”
주민들이 장애인 시설이라고 반대? 장애인·가족도 주민인데…‘장애인 차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종로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 1층 건물이 비어있다. 사진 이가연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종로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 1층 건물이 비어있다. 사진 이가연

종로구에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생겼지만,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1층을 두고 엘리베이터 없는 2층에 생겨버려 정작 장애인은 방문할 수 없게 됐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아래 센터)는 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며, 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동료상담, 긴급돌봄, 방학돌봄, 자조모임, 부모교육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의 경우 현재 부모연대 등이 서울시 및 자치구로부터 위탁을 받아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양천구를 제외한 모든 구에 센터가 설립되었거나 개소를 앞두고 있다. 

종로구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지난 11월 25일부터 삼청동의 종로구가 소유한 건물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종로구청은 작년 12월 17일, 센터의 개소 소식을 알리면서 “우리구 장애인 수는 총 6,013명이며 장애인 가족은 약 1만 4,800명이다. 장애인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족지원·사례관리·가족상담 담당자도 배치되어 있다”라며 “장애인 가족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는 공간으로 차별 없는 ‘함께 하는’ 종로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차별 없이 함께하겠다’는 종로구청의 말과 달리, 정작 장애인은 센터 건물에 진입조차 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 없이 좁고 가파른 계단밖에 없는 2층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단이 좁다 보니 활동지원인과 함께 걷는 장애인도 오르내리기 어렵다.  

그러면서 경사로를 두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같은 건물 1층은 현재 텅텅 비어있는 상황이다. 비어있는 1층이 아닌 2층에 있는 이유를 센터 관계자에게 묻자 “종로구에 1층을 사무실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종로구는 차후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옮겨준다고 했다”라며 “장애인 시설이라고 하니 주민의 반대가 있었나 보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저기 센터 개소 소식을 많이 홍보하고 있지만, 센터를 방문해도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아 장애인은 진입할 수 없으니 염려스럽다”라며 “(접근성이 보장되어) 센터가 종로구 주민들과 장애인, 그 가족들이 함께 공생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자녀가 있는 종로구민 김 아무개 씨는 “종로구에 왜 1층이 안 되는지 물어보니, 원래 주민공간으로 쓰려던 건물에 센터가 들어오게 되어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종로구가 1층을 민원을 무마하기 위한 다른 목적의 공간으로 사용하겠다고 했다”라며 “결국 1층 공간을 이용할 수 없는 건 그저 장애인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 아닌가. 주변 지인 중에서도 장애인 자녀를 둔 장애인 당사자가 많다. 그런데 이들은 지원조차 못 받는 것인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김 씨는 “작년 12월 말, 직접 종로구청장을 만나 접근성 확보를 호소했지만, 종로구청장은 그저 담당자에게만 일을 미루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담당자는 서울시 사업지침에 센터가 노유자시설이라는 규정이 없어 접근성 미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노유자시설이란 노인, 아동, 장애인 등 화재 대피에 취약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로, 더 엄격한 소방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건축법 및 소방시설법령에 규정되어 있다.  

센터에 방문하려면 엘리베이터 없는 2층 계단을 거쳐야 하지만, 계단이 상당히 가파르고 좁다. 사진 이가연
센터에 방문하려면 엘리베이터 없는 2층 계단을 거쳐야 하지만, 계단이 상당히 가파르고 좁다. 사진 이가연

주민 반대로 1층에 있을 수 없다? 종로구에 이유 묻자 “밝힐 수 없다”

현재 종로구는 센터가 왜 1층에 자리할 수 없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유를 내놓지 않고 있다. 종로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비마이너와의 전화통화에서 “(센터가 있는 건물은) 종로에 접근성이 좋은 장소가 없어서 겨우 구한 장소다. 시작이 미비하게 된 부분을 개선하려 한다. 1~2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다른 장소로 옮기는 것을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센터 공간에서 뇌병변장애인 등에게 제공하는 방학·긴급돌봄 사업은 접근성 확보 없이 어떻게 운영될 수 있는지 묻자 “요즘은 센터에서 돌봄이 아닌, 거의 다 방문돌봄을 하더라”고 답했다. 그러나 비어있는 1층에 왜 자리할 수 없는지 묻자 “밝히기 곤란하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한 현재 1층에 대한 임대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에 있는 다른 센터들은 어떨까? 서울장애인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2017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공간이 협소하고 접근성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노유자시설이 아니더라도 많은 자치구에서 협조하여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 등이 확보되었다”라며 “센터를 이용하는 분들은 주로 장애인 자녀와 함께 센터에 방문한다. 그러면 센터를 이용하는 동안 장애인 자녀가 머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접근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종로구는 단지 센터 이름이 ‘가족’지원센터라고 해서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현재 종로구가 명백히 ‘장애인 차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센터 건물의 소유·관리자인 종로구청이 장애인의 접근·이용을 제한하는 ‘차별 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 가장 큰 목적은 국가나 지자체에 공공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로구가 ‘몇 년 뒤 이사 가겠다’고만 하고 나 몰라라 하는 건 공공기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종로구가 노유자시설을 핑계 삼아 접근성 보장을 배제하는 건 본래의 규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건물을 소유하고 센터를 관리·감독하는 종로구가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는 상황은 장애인·가족·관련 기관들을 구민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드러난 것과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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