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이라더니 정말 그렇구나

주말을 잘 보내고 월요일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 경기(驚氣)를 한 탓도 있지만, 기운이 영 없는 것이 상태가 좋지 않음을 한눈에 알게 해 준다. 살살 달래서 학교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칭얼대면서 짜증을 부리더니 울고불고 난리다. 복도가 울리도록 울어대는데 난감하기 짝이 없다. 겨우 달래 교실에 넣어주고는 늘 하던 대로 교무실로 향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며 인사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뽑아들고 일을 보기 위해 나선다.

 

오후 들어 복지관에 도착해서 들은 이야기는 가관이다. 학교에서는 종일 울며불며 난리를 피웠고 복지관에 도착해서도 동네가 떠나가도록 울어대는 통에 선생님들이 데리러 내려왔다고 한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라며 아침 컨디션을 묻는다. 별다른 일은 없었고 심하게 경기를 하고서는 학교에도 늦게 가고 그런 기분이 아침부터 있었다고 전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집에 와서도 경기를 하고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것이 힘든 하루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다음 날 아침 왼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 ‘혹시 머리에 이상이 생겨 왼팔마저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썩 좋지 않은 상상을 하면서, 기분도 좋지 않고 어제 학교에서의 일도 있고 해서 그냥 집에서 쉬기로 한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는 한빛.

 

오전 약속이 있어 얼른 일을 보고 들어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마님에게 맡겼다.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점심도 잘 먹고 과일을 먹으며 컴퓨터에 빠져 있다.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라 여기며 왼팔을 보니 여전히 사용을 못 하고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밀려온다.

 

옷을 벗겨 신체검사를 해 보기로 하는데 반항이 심하다. 살짝 옷을 걷어 살펴보니 왼쪽 쇄골부분이 심하게 부어 있다. 어제까지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단순한 타박상이면 다행이지만, 뼈에 이상이 있다면 문제가 심각하기에 대충 챙겨 입고서 병원으로 달려간다.

 

CT를 찍고 기다리면서 뼈에 문제가 있다면 깁스도 안 되는 부위라 큰일이라고 생각하며 단순한 타박상이길 바라는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다. 뼈가 부러져 있고 깁스를 할 수 없으니 저절로 붙을 때까지 기다려 보잔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어디서 그랬는지, 누가 그랬는지도 궁금하지만 그렇게 아프면 고통을 호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을 못하니 고스란히 혼자의 몫으로 안고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미어진다. 분명히 아픔을 달리 표현했을 텐데 그것을 알아주지 않았으니 얼마나 서러웠을지 생각하니 그것도 아프고, 답답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짜증 부린다고 화를 냈으니 그것도 아프다.

 

불면 날아갈까, 안으면 깨질까, 조심조심 지내왔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안 그래도 경기하면서 넘어가 머리가 성할 날이 없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더 답답해진다. 왼손을 주로 사용하는 녀석이 왼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텐데 그것도 걱정이고, 경기를 하면서 넘어가는 일이 생기면 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걱정이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다. 입술이 터지고, 머리가 깨지고, 몸에 멍이 가시지 않는 녀석에게 이제 뼈까지 문제가 생겼으니 난감하기만 하다. 두 달을 꼼짝하지 않고 지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뼈가 붙는단다. 그걸 이 녀석이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지금부터 걱정이다.

 

 

 최석윤의 '늘 푸른 꿈을 가꾸는 사람들'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와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정신연령이 현저히 낮은 아비로 집안의 기둥을 모시고 살아가는 다소 불충한 머슴.  장애를 가진 아이와 살아가면서 꿈을 꾼다. 소외받고, 홀대 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한 가운데로 모이는 그런 꿈을 매일 꾼다. 현실에 발목 잡힌 이상(理想)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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