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만 사용하는 SNS ‘클럽하우스’, 시·청각장애인 배제
누가 시·청각장애인에게 ‘초대장’을 보낼까?

2021년 2월 5일 금요일, 나는 한 지인분께 초대를 받아 클럽하우스(Clubhouse)를 시작했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Community Guidelines)에서 통합(“Be Inclusive”)을 강조하면서도 음성만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라서 청각장애인의 참여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했으나, 실제로 들어가서 사용해 보니 상황은 조금 더 복잡했다. 음성만 사용하는 플랫폼인데도 시각장애인 접근성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플랫폼 자체의 차별적 구조와 함께 이를 바꿔내려는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이 안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해나가는 장애 당사자들이 존재했다.

시각장애인 접근성

기타를 안고 기쁜 듯 웃고 있는 음악가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클럽하우스 애플리케이션의 아이콘을 눌러서 들어가면, 전면에는 앞으로 어떤 모임들이 예정되어 있는지, 지금 어떤 방들이 열려 있고 거기에는 누가, 몇 명이나 들어가 있는지 나와 있다. 상단에는 다섯 개의 버튼이 있는데, 제일 왼쪽 구석에는 검색, 상단 중간쯤에는 초대, 그 오른쪽으로는 차례대로 캘린더와 알림, 프로필이 있다. 여기서 프로필을 눌러야 프로필 사진이나 이름, 자기소개를 바꿀 수 있고, 알림이나 관심사, 고객센터 문의 등이 있는 설정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글자를 소리로 바꾸어주는 TTS(Text to Speech) 기능, 정확히는 아이폰의 보이스오버(VoiceOver)를 사용해 본 결과, 예정된 방들의 제목도, 현재 열린 방에 몇 명이 있고 몇 명이 말하고 있는지, 즉 총인원과 스피커(speaker)의 수도 읽어주지 않았다. 이 두 가지는 방을 고를 때 방의 제목만큼 중요한 기준이지만, 들어가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다섯 개의 버튼 중 검색, 초대, 캘린더는 그저 ‘버튼’이라고만 읽혔고, 알림과 프로필은 인식 자체가 안 됐다. 검색 버튼은 ‘버튼, 추정, 검색, 광학장비’라고 읽혔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된 정보였다. 애플리케이션에는 이 버튼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텍스트로 입력되지 않은 것이다.

방을 찾아서 들어간 이후에도 문제는 많다. 우선, 누가 말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방 안에는 프로필 사진과 그 아래의 작은 이름이 있는데, 둘이 별개로 인식된다. 그래서 누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사진 아래의 작은 이름 영역을 정확히 눌러야 한다. 누군가가 말을 하면 그 사람의 사진 주변으로 회색 동그라미가 생기는데, 이 또한 TTS로 알 수 없다. 사람이 적으면 목소리만으로 어느 정도 구별이 되겠으나, 사람이 많아진다면 지금 말하는 사람의 이름이 무엇인지, 몇 명이 말하고 있는지도 알기 어렵다.

방에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청중(audience)이 되는데, 청중이 스피커가 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방의 관리자(moderator)가 그에게 스피커가 되길 먼저 제안하면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손들기 버튼을 눌러서 말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면 관리자가 그에게 스피커 제안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손들기·마이크·초대·나가기 버튼은 다 읽히지만 정작 스피커 제안은 안 읽힌다는 것이다.

직접 방을 만들면 이런 문제를 안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방 만들기도 다소 불편하다. 방 만들기 버튼을 누르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방(Open),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방(Social), 내가 선택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방(Closed) 중 선택하는 화면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글자는 아주 작다.

어떤 방식으로든 스피커가 되면 마이크를 켤 수도 있고 끌 수도 있는데, 마이크를 끌 때는 프로필에 표시가 된다. 그러나 프로필을 안 읽어주므로 이 또한 읽어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이크를 빠르게 껐다 켬으로써 소리 없이 박수를 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말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모두 TTS로 포착할 수 없다. 물론, 누가 관리자인지도 알 수 없다.

클럽하우스 버전 0.1.27의 업데이트 노트 중 일부. 보이스오버와의 호환성을 높였으며, 부족한 점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Accessibility improvements. Clubhouse now has improved VoiceOver support, so you can use the native iOS screen reader to navigate through the app. We’ve worked hard to support all of the core flows, but please send us a note if you have suggestions or notice anything we’ve missed!
클럽하우스 버전 0.1.27의 업데이트 노트 중 일부. 보이스오버와의 호환성을 높였으며, 부족한 점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Accessibility improvements. Clubhouse now has improved VoiceOver support, so you can use the native iOS screen reader to navigate through the app. We’ve worked hard to support all of the core flows, but please send us a note if you have suggestions or notice anything we’ve missed!

이 글을 처음 쓴 2021년 2월 9일 늦은 밤, 애플 앱스토어(App Store)에는 클럽하우스 버전 ‘0.1.27’ 업데이트가 올라왔다. ‘접근성 개선(Accessibility improvements)’ 부분에서 이들은 보이스오버로 앱을 사용하기 편하게 보완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여기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 중 대부분이 해결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스피커 제안과 스피커 수락/거절 버튼은 보이스오버로 인식되지 않는다. 즉, 시각장애인이 스피커가 되려면 직접 방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다른 애플리케이션들의 사례를 생각하면 이 문제들은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무리 개발 인력이 적다고 한들, 2020년 3월에 시작한 이 플랫폼은 이전에도 개선될 시간이 충분했다. 앱스토어에서는 클럽하우스가 3개월 전부터 20번도 넘게 업데이트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클럽하우스가 이야기하는 “통합”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다른 플랫폼과의 비교

이처럼 시각장애인 접근성에서 큰 문제가 있는 이 애플리케이션은 음성 위주라는 점에서 이미 청각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채팅조차 없고, 화면도 켤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과 클럽하우스를 비교해 보자. 줌은 화면, 음성, 채팅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 필요하면 자료를 직접 공유하거나 화면 공유를 통해 보여줄 수도 있고, (부족하긴 하지만) 자막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줌을 활용하는 다양한 회의에 참여해 본 결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접근성을 꽤 높일 수 있다. 인터넷 연결 상태에 따라서도 음질, 화질에 차이가 생기는 플랫폼의 특성상, 채팅은 다양한 경우에 의사소통을 보완한다.

줌으로 사적인 모임을 해보면 이처럼 다양한 소통 방식을 지원한다는 것의 장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내가 참여한 공식 행사들에서는 주로 문자통역이 이루어졌고, 때로는 줌에 자막 기능으로, 때로는 쉐어타이핑으로 속기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비용을 생각하면, 사적인 모임에서 전문 속기사를 고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적인 모임이 있을 때는 채팅을 마치 필담과 같은 형식으로 활용한다. 코로나19 이전, 친구의 인공와우 배터리가 다 떨어진 날에 필담을 나눈 적이 있는데, 줌의 채팅을 온라인 필담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아이폰 화면에 ‘Social Media’ 폴더가 열려 있고, 여기에는 핀터레스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클럽하우스, 페이스북이 들어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아이폰 화면에 ‘Social Media’ 폴더가 열려 있고, 여기에는 핀터레스트,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클럽하우스, 페이스북이 들어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그러나 줌과 클럽하우스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줌은 주로 특정한 목적을 가진 방을 일시적으로 운영할 때 사용하며, 링크를 가진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 그 안에 연락처를 등록하고 다른 회의 일정들을 받아볼 수 있지만, 그 구조가 폐쇄적이다. 줌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가 소셜 미디어라는 점에서 방금 언급한 매체들과 비교해 보아도, 접근성의 문제는 여전히 두드러진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기본적으로 텍스트 위주이고, 사진을 올릴 때 대체텍스트를 입력할 수도 있다. 아직 많이 부정확하지만 대체텍스트를 자동으로 형성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위주여도 대체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다. 물론 사진이나 영상을 설명 없이 올려야 하는 ‘스토리’ 시스템은 전적으로 시각장애인 배제적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기존의 소셜 미디어는 부족하나마 대부분 사진, 영상, 음성, 글자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니 클럽하우스는 음성 위주일 뿐 아니라, 음성을 보완할 방법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싸’와 ‘아싸’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려면 이미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초대장을 받거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클럽하우스 측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아직 사용자 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서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하지만, 일각에서는 인맥이 좋은, 소위 ‘인싸(insider)’들만 들어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수질 관리’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등장한다.

이 지적은 꽤 설득력이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각 방의 참가자는 기본적으로 스피커와 청중이지만, 여기서 청중은 다시 둘로 나뉘어 있다. 스피커가 팔로우하는 청중(Followed by the speakers)과 나머지(Others in the room). 여기서 우리는 규모가 큰 친교 파티나 유명 정치인들의 연설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소수의 인물(관리자, 스피커)이 있고, 이들 가까이 있는 사람들(스피커가 팔로우하는 청중)이 있고,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일반 청중(나머지)이라는 구조 말이다.

특히 북한이나 중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보도들을 떠올려 보자. 김정은이나 시진핑 바로 옆에 누가 앉았고, 원래 근처에 앉던 사람이 멀찍이 떨어져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사람들은 권력 관계를 파악한다. 권력의 중심과 주변이 드러나는 바로 이러한 구조는 클럽하우스의 모든 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관리자나 스피커일 때는 말할 것도 없고, ‘나머지’ 자리에 있을 때보다 ‘스피커가 팔로우하는 청중’ 자리에 있을 때 팔로워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누구든 손을 들면 대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지만, 손을 드는 버튼, 스피커 제안을 수락하는 버튼, 마이크 버튼을 찾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사람에게도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 여러 사람이 말하고 있어서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초대장을 통해서 ‘인싸’와 ‘아싸(outsider)’가 나뉘고, 방에 들어가서도 스피커와의 관계에 따라 다시금 인맥을 기준으로 위계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접근성 미비와 결합하여 더욱 견고한 배제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러니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은 애초에 가입 단계부터 쉽지 않다. 김초엽 작가는 사람들이 “실례처럼” 느껴질까 봐 자신의 청각장애인 친구에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으리라고 우려하며, 초대장을 통한 폐쇄적인 방식이 청각장애인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는 한 청각장애인 당사자는 자신이 먼저 초대장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자신에게 초대장을 먼저 주지도, 초대장이 필요한지 묻지도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이는 시각장애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실시간과 목소리의 현장감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클럽하우스에 열광할까? 각기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이런 모든 문제점을 느끼면서도 클럽하우스를 계속 사용해 보는 이유의 중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클럽하우스가 나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가 된 것은 무엇보다도 현장감 때문이다.

나는 크론병과 살아가는 만성질환자로, 자가면역질환자이자 면역억제제 복용자로서 코로나19 참사에서 ‘기저질환자’로 분류된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나는 외출이 어려워서 사람들과 만나기도 어렵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나는 종종 학교에서 장애인권위원회실에 일없이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과 떠들곤 했는데, 그런 순간들이 나에게는 가장 그립다.

기존의 소셜 미디어와는 달리, 클럽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실시간으로만 이루어진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도 라이브 방송을 열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라이브 방송을 열더라도 연 사람은 영상과 음성으로 소통하지만 참가자는 글자로만 말할 수 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일단 스피커 자격을 얻으면 똑같이 음성으로 소통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유명인들과 ‘동등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는 사람들의 감상이 나온다.

글에도 문체와 분위기가 있지만, 목소리의 크기나 억양, 톤의 변화만큼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클럽하우스를 처음 만들 때 개발자들이 고려한 것도 이러한 ‘목소리’의 특징이었다. 문자나 채팅은 주고받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 함께 있다는 느낌이 줄어드는 반면, 목소리는 현장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그것이 라이브로 이루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command’라고 적힌 버튼이 있는 키보드 위에 아이폰과 헤드폰이 있다. 아이폰 화면에는 인사하는 듯 흔들리는 노란색 손이 있고, 그 아래에 ‘Clubhouse, Drop-in Audio’라고 적혀 있다. 사진 셔터스톡
‘command’라고 적힌 버튼이 있는 키보드 위에 아이폰과 헤드폰이 있다. 아이폰 화면에는 인사하는 듯 흔들리는 노란색 손이 있고, 그 아래에 ‘Clubhouse, Drop-in Audio’라고 적혀 있다. 사진 셔터스톡

이처럼 실시간으로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방을 개설하는 시스템과 결합할 때 현장감은 더욱 강해진다. 방을 개설하고, 방을 오가는 누군가와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지금 당장은 혼자 있더라도 언제든 누군가가 들어와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감각을 심어준다. 마치 내가 장애인권위원회실이나 카페에 앉아 있다가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마주쳐서 수다를 떠는 것처럼 말이다.

코로나19 참사에서 많은 사람들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그리워한다. 클럽하우스가 2020년 3월에 만들어진 이후 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이것과 관련된다. 나 또한 며칠 전 몇 시간 동안이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거기서 느낀 감각은 지난 1년 동안 줌이나 통화로는 느끼기 어려웠던 현장감이었다. 접근성 문제를 잘 알고 있음에도 계속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다.

덧붙여, 이 플랫폼은 정치적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흑인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인종차별에 대한 대항 담론 및 자신들의 문화를 형성했다는 점은 해당 플랫폼의 중요한 성장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중국 정부는 클럽하우스 안에서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대화들이 오간다는 이유로 이 플랫폼을 차단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매력과 더불어, 클럽하우스를 둘러싼 이런 정치적 맥락들도 이 플랫폼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플랫폼을 재설계하는 사람들

코로나19 유행 이후 상당히 강도 높은 칩거 생활을 한 기저질환자로서 클럽하우스는 나의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내가 만든 방에 아무도 안 들어와도 덜 외롭고,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클럽하우스를 하면서 지난 학기에 참여한 현장연구(fieldwork)가 떠올랐다. 그때 우리는 기저질환자들을 인터뷰했는데, 그 과정에서 줌이나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아픈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대면’ 기술이 다양한 몸을 배제한다는 지적은 타당하지만, 동시에 그 기술은 아픈 사람들이 더 많은 수업과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었다. ‘비대면’ 기술이 무조건 편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폐기 대상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만든 방에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눠주신 사라 씨는 클럽하우스가 다른 소셜 미디어보다 여러 면에서 편하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사는 그는 서울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이슈들에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고, 정신질환으로 인해 현장 참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그에게 코로나19 이후 줌 강연의 확산은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만나는 계기였고, 클럽하우스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클럽하우스를 통해 “날것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라 씨의 이야기는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고 있는 청각장애인 대학생 최유경 씨는 클럽하우스 안에서 접근성을 다루는 방들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인공와우를 사용하는 그는 각 스피커에 대한 음량 조절, 음악 플레이어의 이퀄라이저(equalizer)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면 더 다양한 목소리를 조금 더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클럽하우스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문가들과 직접 나누며 접근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큰 효능감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는 청각장애인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번에 한 명만 말하는 규칙이 그 방에서 잘 지켜졌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그는 “다른 방에서도 (이러한 규칙이) 퍼질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보았다.

물론 이러한 규칙이 어디서나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금요일에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한 사용자는 다른 방에서 시각장애인의 요구가 무시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시각장애인이라서 누가 말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말을 시작할 때 이름을 알려달라는 그에게 다른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에서 나는 사람들의 차별에 머리가 아득해졌지만, 동시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모습을 보았다. 아직 문제들은 남아 있지만, 당사자들의 꾸준한 문제 제기는 최근 업데이트에서 수많은 개선이 이루어지는 데에 큰 공헌을 했을 것이다.

《사이보그가 되다》에는 기술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매끄럽지 않게 결합하면서 장애 중심적으로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들의 사례가 담겨 있다. 장애인들은 적극적으로 기술에 개입하고 장애 정의를 실현해 왔다. 클럽하우스에서도 플랫폼 자체의 한계가 존재함에도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구조를 넘어서는 개인적·집단적 실천을 통해 플랫폼을 재설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클럽하우스 안팎에서 나오는 접근성에 대한 비판은 우리가 기술과 더 나은 관계를 맺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족하지만, 나도 클럽하우스에 메일을 두 통 보냈다. 이름을 설정할 때 성(last name)에 한글을 쓸 수가 없어서 지금 내 이름은 ‘희제 Ahn’이다. 그래서 이름 전체를 한글로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메일,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스피커 제안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지금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 플랫폼의 매력도 정의로울 수 있도록, 클럽하우스의 틈새에서 함께 플랫폼을 재설계하자.

* 클럽하우스 문의 메일 주소 : support@joinclubhou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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