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 시·청각장애인 배제
비장애중심 세계관 투영된 기술,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아이폰 바탕화면에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클럽하우스 앱이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아이폰 바탕화면에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클럽하우스 앱이 있다. 사진 언스플래시

- 기술은 정말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걸까요? (하민지 기자)

요즘 한창 인기 많은 음성 SNS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기업 가치가 1조 원이라고 합니다. 벌써 여러 벤처 캐피탈 회사가 앞다퉈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네요. 미국 마케팅 전문지 애드위크에 따르면, 클럽하우스는 주간 사용자 수 200만 명을 등에 업고 유튜브나 틱톡처럼 유료 제작자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클럽하우스가 작년 12월에 40명의 인플루언서를 데리고 크리에이터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 테스트를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대단한 성장세인 건 분명한 듯합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이 방, 저 방을 들락거리다 보면 장애인언론사 기자로서 이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은 이거 어떻게 쓰지?’ 클럽하우스에서는 텍스트로 의사 표현을 전혀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말도 텍스트로 변환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요. 그래서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은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받아도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배경에 관해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 시대’를 언급합니다. 다들 고립돼 있지만 클럽하우스에서는 편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줌이나 구글미트와 달리 옷을 갖춰 입거나 머리를 만질 필요도 없습니다. 침대 위에 누워서, 조깅하면서, 집안일을 하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관심 분야가 겹치는 사람들과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녹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벌인 ‘아무 말 대잔치’가 휘발되기 때문입니다. 싸이월드처럼 흑역사를 축적하지 않을 수 있죠. 좀 더 자유롭게 나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도 고립돼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도 관심 분야가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요즘 대세’라는 클럽하우스를 아직 이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럼 음성 기반 SNS는 아예 만들지 말라는 말인가요?”라고 되묻는 분이 계실 듯합니다. 아니요. 만드세요. 기술이 어디까지 사람의 삶을 풍요롭고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마음껏 만들어 주세요. 다만, 기술이 풍요롭고 즐겁게 하는 삶 중에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삶도 있어야 합니다. “그럼 라디오랑 팟캐스트는요?”하고 묻는 분도 계실 듯합니다. 오랜 문제죠. 그런데 과거의 미디어가 문제라고 해서 오늘날의 새로운 미디어가 그 문제를 그대로 답습한다면, 그건 옳은 일일까요? 그리고 요즘에는 라디오와 팟캐스트 모두 텍스트로 된 녹취록을 올리거나 자막을 설정할 수 있는 유튜브 녹화본을 올리기도 한답니다.

기술은 정말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걸까요? 보안시스템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된 경비노동자와 청각장애인·언어장애인도 기술의 혜택과 즐거움을 함께 누려야 기술이 정말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술, 정확히는 ‘기술을 다루고 만드는 사람’이 인간을 구분 짓는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카테고리를 통해 대화의 주제를 찾을 수 있다. 정체성(Identity) 카테고리에는 동아시아계, 밀레니얼 세대, 장애인, X세대 등이 있다. 사진 클럽하우스 캡처
클럽하우스에서는 카테고리를 통해 대화의 주제를 찾을 수 있다. 정체성(Identity) 카테고리에는 동아시아계, 밀레니얼 세대, 장애인, X세대 등이 있다. 사진 클럽하우스 캡처

- 비장애중심적인 세계관이 투영된 클럽하우스 (이가연 기자)

클럽하우스를 이용한 지는 이틀 되었습니다. 처음 어플을 써봤을 때는 음성이 매우 잘 들리고 또렷해서 그 기능에 놀랐습니다. 제가 발화를 해도 그 누구도 녹음할 수 없고, 텍스트로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은 대화의 부담을 한층 줄여주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이용자가 관심 분야를 몇 개 정해두면 관련 대화가 창에 나타납니다. 관심분야에는 믿음(Faith), 평안(Wellness), 지역(Places), 정체성(Identity) 등으로 카테고리가 나뉘고, 정체성 카테고리 아래에는 LGBTQ, 흑인, 장애인, 라틴아메리카계, 동아시아계 등 여러 소수자 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어플이나 플랫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소수자 중심의 카테고리에 눈길이 사로잡혔습니다(물론 이런 단어들은 모두 영어로만 제공하지만요). 관심사로 ‘장애인’을 설정하자, 장애를 주제로 한 대화가 스크린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장애를 논하는 대화에 청각장애인은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한 청각장애인 이용자가 들어왔지만,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말을 하거나, 소리를 또박또박 내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하기 어렵다고도 전했습니다. 대화방의 규모가 작거나, 평소 SNS를 통해 이미 서로의 성향을 파악한 사람들끼리는 청각장애인을 배제하는 클럽하우스에 신랄한 비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규모가 큰 대화방에서는 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클럽하우스가 배제하는 청각장애인 이외의 장애 유형이나 다른 주제로 종종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애를 논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어플이 배제하고 있는 접근성은 클럽하우스만의 ‘교양 있는’ 분위기로 인해 말하기 껄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IT업계 사람들은 클럽하우스 어플의 기술을 칭찬하고, 기술의 발전이 장애를 극복하게 할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말하기도 했지요. 정작 클럽하우스의 기술은 장애 극복은커녕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는데요.

클럽하우스는 자체 가이드라인에 ‘사전 허가 없이는 정보를 기록하거나, 녹음하거나 재배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 이용자를 위해 대화 내용을 기록해 전달하게 된다면, 가이드라인을 어기게 되는 셈이죠. 이처럼 대화 내용을 최대한 기록하지 않는 클럽하우스의 특성으로 인해, 추후 청각장애인을 위한 텍스트 입력 기능이나 자동음성번역 기능이 도입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쌍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어플에서 비장애인 중심의 일방적인 소통만을 강요한다면, 더이상 다양성을 내세우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다양성은 ‘패션’이 아닌, 실제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구현되어야 합니다.

- 부족한 접근성, 하지만 놓을 수 없는 가능성 (안희제 객원기자)

철저히 음성 위주인 클럽하우스는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채팅 기능조차 없어서 사실상 청각장애인은 완전히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시각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것도 아니더라고요. 음성만 사용하는 매체라고 하더라도, 음성을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과정은 모두 시각적으로 이루어지니까요. 앱을 켜고, 방을 찾고, 누가 들어와 있는지, 방에 인원은 몇 명인지 확인하고, 방에 들어간 이후에는 누가 말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말하기 위해, 혹은 방을 나오기 위해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봐야 하고요.

TTS(문자 음성 자동변환 기능)로 읽어주는 게 적어서 사용이 어렵다는 한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접하고 직접 아이폰의 보이스오버(VoiceOver) 기능을 사용해 보았더니, 정상적으로 읽히는 버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방 안에 들어가면 사람마다 큰 프로필 사진과 그 아래의 작은 글씨로 된 이름이 있는데, 여기서도 정확히 이름을 눌러야만 인식돼요. 방에 몇 명이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말하고 있는지도 들어가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들어간 이후에도 방을 아래로 내린 후 사람들 사진 옆의 아주 작은 동그라미를 정확히 눌러야만 몇 명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이러한 플랫폼의 결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들어가서 조금 더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적용하기도 하고, 어떤 점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기도 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서도 원래 대체텍스트 입력 기능이 없었지만 생긴 것처럼, 클럽하우스도 사람들의 실천을 통해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플랫폼을 초과하고 바꾸어내는 개인들의 집단적 실천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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