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탈시설 후 올해까지 찍은 사진 중 10점 전시
사진 교육 과정에서 공부하며 찍은 사진도 사진첩 두 권에 담겨
18일까지 프리웰지원주택 신월신정커뮤니티 3층에서 열려
시설에서 나와 자립 후 찍은 1년 남짓의 사진 기록을 모은 유진화 ‘LOVE-스마트폰 사진전’이 11일부터 열렸다.
사진전에는 유진화(24세) 씨가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중 10점을 엄선해 전시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 출근하면서 찍은 한강, 친구네 집에서 만난 무지개, 신월동 집 근처에 핀 벚꽃, 강릉 바닷가, 인천 영종도, 식물원 등 시기도 장소도 다양하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설렌다”던 진화 씨의 설명처럼 작품에서는 그 순간과 풍경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그래서 사진전 이름을 ‘LOVE(사랑)’로 지었다.
전시회 포스터에는 진화 씨가 가장 좋아하는 강릉 바다 사진과 8주간 스마트폰 사진 교육을 했던 박김형준 사진가가 고른 지하철에서 바라본 한강 사진이 담겼다.
박김형준 사진가는 “교육 전에도 이미 사진을 좋아하고 잘 찍었다. 보는 눈이 좋아서 교육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 교육을 할 때는 사진 찍기의 재미를 다양하게 느끼도록 만화경과 파노라마 기능, 아바타 만들기 등의 작업도 함께했다”고 말했다. 교육하면서 찍은 사진도 사진첩 두 권으로 묶어 전시회에 내놓았다.
박김 사진가는 “진화 씨가 나를 처음 만나 낯설었을 텐데도 열심히 따라와 주어서 고맙다고”고 마음을 전했다. 사진전을 권유한 것도 박김 사진가였다.
사진교육은 사진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아본 미소 프리웰지원주택 신월신정커뮤니티 팀장의 권유로 시작했다. 진화 씨는 교육이 있는 날이면 피곤해도 일찍 일어나 준비했고, 늘 박김 사진가를 기다렸다. 그만큼 사진을 찍고 배우는 게 즐거웠다. 진화 씨는 앞으로는 카메라로 사진 찍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진화 씨는 지난 2019년 12월 장애인거주시설 해맑음마음터에서 그룹홈을 거쳐 탈시설해, 프리웰지원주택 신월신정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인거주시설에 살았던 그는, 스무 살이 넘어서야 시설에서 나왔다.
자립한 후 가장 좋은 점은 “내 집이 생긴 거”다. 외출도 자유롭다. 지금은 친구를 만나서 좋아하는 곱창에 술도 마시지만, 그 전에는 외출할 때마다 허락을 받아야했다고 떠올렸다.
물론 자립 후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집에는 곰팡이가 많고, 간혹 발생하는 층간소음 민원도 신경 쓰인다. 그래서 다른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
자립 후 활동지원사와도 서먹한 사이여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잘 지내고 있다. 활동지원사도 진화 씨의 사진 실력에 놀라움을 표하며 작품 설명을 들었다.
현재 ‘사진작가’로만 활동하고 있지만, 그동안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권익옹호활동을 하면서 기자회견도 참여하고, 장애인인식개선 강사로도 활동했다. 장애인식개선 강의에서 탈시설 경험을 알렸다. “내가 지금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자립을 했는지 하나하나 설명해요.” 사람들이 앞에 서는 건 늘 긴장되지만, 경청하는 걸 느낄 때마다 뿌듯함도 느끼고 있다.
진화 씨는 사진에만 재능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파티 기획, 동영상 편집, 춤도 수준급이다. 그래서인지 진화 씨는 인기가 많다. 전시회 내내 친구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시회에는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 왜인지 묻자, “친구들이 알아서 찾아올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실제로 친구들은 알아서 전시회를 찾아왔다.
진화 씨의 앞으로의 계획은 열심히 사는 것. 열심히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냐고 묻자 “일도 열심히 하고, 열심히 사는 거죠”라는 답이 왔다. 사진도 열심히 찍어서 또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도 말했다. 물론 “전시회 때문에 잠도 잘 못 잤고, 사진 보면서 이야기하니까 너무 좋은데, 말을 많이 해야 해서 힘들다”는 푸념도 잊지 않았다.
진화 씨가 굳이 알리지 않는, 전시회는 18일까지 프리웰지원주택 신월신정커뮤니티 3층에서 열린다. 진화 작가의 사진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프리웰지원주택 신월신정커뮤니티로 연락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