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토론 앞서 '장애인야학의 특수교육적 함의' 기조강연 진행
"장애인야학은 특수교육의 외연 확장 필요성과 개혁 가능성 함께 보여줘"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안민석·이상민 의원실 주최로 21일 늦은 2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교 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발전방안’ 공청회에서 토론에 앞서 특수교육에서 장애인야학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는 강연이 마련됐다.
이날 공청회에서 ‘장애인야학의 특수교육적 함의’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대구대 특수교육학 김용욱 박사는 먼저 장애인야학을 '우리 사회의 도린곁'이라고 표현했다. ‘도린곁’은 ‘사람이 별로 가지 않는 외진 곳’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김 박사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는 교육권마저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가정과 사회의 무책임으로 방치되어 있다가 학령기를 훌쩍 넘은 나이에 운명처럼 배움의 길로 들어선 장애성인을 감싸 안은 곳은 제도권 교육기관이 아니었고, 바로 이 땅에서 힘들게 살아남아 있던 장애인야학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한 사회의 복지와 인권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정책적 배려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특수교육의 출발도 다르지 않다”라면서 “따라서 가장 그늘지고 어두운 곳에서 힘겹게 대안을 모색해가며 교육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배려와 비전이 어떠냐에 따라 특수교육의 지표도 그만큼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박사는 장애인야학이 특수교육에 시사하는 바를 △장애인야학의 전개 △장애인야학의 학생 문화 △장애인야학의 교사 문화 등으로 나눠 살펴보았다.
장애인야학의 전개에 대해 김 박사는 “서울의 노들장애인야학과 대구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의 탄생과 전개과정을 들여다보면 다분히 장애인운동 지향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라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설립 당시 이들의 가장 구체적인 존재행태가 이동과 교육에서 심한 불이익을 받고 있었던 교육받지 못한 장애성인이었고, 또 이들의 총체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화가 가장 용이한 곳이 장애인야학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장애인야학은 자신들의 시대와 사회를 냉철히 분석해 찾아낸 문제의식을 교육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망을 교육에서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희망’이라는 주제를, 교육이란 반드시 학교에서만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새로운 시각과 함께 실천을 위한 해법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서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야학의 학생문화에 대해 김 박사는 “학생들은 스스로 힘으로 야학에 나오는 그 자체와 학습을 통하여 지식을 쌓게 되는 것에 대해 매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두고 학생들은 ‘대단하고도 대단한 일이다’, 교사들은 ‘비장애인이 스카이(명문대)에 다니는 것’과 견주어 비유할 정도”라면서 “이러한 자발성은 삶과 교육을 일치시키는 야학의 독특한 교육방식과 실천에서 기인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또한 학생들이 교육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학력을 취득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며 삶의 불편한 것들을 고쳐나가려는 노력은 곧 교육의 실천이자 생존을 위한 노력, 저항이 된다”라면서 “삶과 교육을 일치시켰던 야학의 교육방식은 결국 자발성과 저항이라는 형태로 표출되어 이들의 삶 속에서 커다란 줄기를 형성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고, 이것은 교육의 본질과 출발점을 어디에 삼을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특수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라고 강조했다.

장애인야학의 교사문화에 대해 김 박사는 “야학의 교사들은 지식공급자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고 현실의 문제와 맞서는 문제제기식 교육을 통해 학생이 삶의 주체가 되도록 하며, 이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쳐 학생들로 하여금 현실에 비판적으로 개입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라면서 “이렇게 볼 때 특수교육은 시혜와 교정의 차원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것을 거부하고 장애인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데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야학이 특수교육에 시사하는 바를 살펴본 김 박사는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시대 상황에서 제도권 교육에서조차 제대로 기회를 갖지 못하고 성인이 된 장애인들의 배움과 삶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새로운 교육기관과 교육내용은 시대적 요구와 맞닿아 있다”라면서 “결국 장애인 야학의 역사와 실천, 그 지난한 몸부림은 현재 제도권 중심의 특수교육 외연을 확대할 필요성과 그 개혁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박사는 “장애인야학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이들의 바람과 소망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한국사회가 진정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복지국가임을 증명하고 싶다면 이들의 작은 소망을 적극 지원하고 함께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애인야학은 지난 2009년부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로 인가를 받기 시작해 2010년 5월 현재 15개 장애인야학이 등록돼 있다.
하지만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와 시·도 교육청이 파악하고 있는 장애인야학은 총 49개로 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장애인야학은 인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일부 시·도 교육청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등록하지 못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