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속 쏟아지는 ‘사회실험’이라는 기만
비장애인 중심의 ‘감동 포르노’ 시각에 그쳐
장애인 당사자의 ‘브이로그’, 새로운 변화 만들 수 있을까

* 편집자주 _ 이 글의 필자는 유튜브에서 꾸준히 생산되고 있는 ‘사회실험’ 콘텐츠가 장애를 활용하는 방식이 기만적이라고 비판하며, 장애인 당사자 유튜버들의 새로운 시도가 ‘감동 포르노’가 아닌 새로운 사회실험 콘텐츠를 보여준다고 믿는다. 콘텐츠 제작자이자 비평가로서 장애인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 ‘사회실험’이라는 기만

코로나로 언택트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미디어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뉴미디어이자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예능·오락부터 교양, 뉴스까지, 다양한 영상을 제공함에 따라 이용자가 나날이 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기존 언론 매체에서 주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던 장애 관련 콘텐츠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현재 유튜브에는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라이브방송, 브이로그, 사회실험(실험/관찰/감동카메라) 등 다양한 종류의 장애 관련 콘텐츠가 업로드 되고 있으며, 그중 사회실험 콘텐츠는 장애인이 참여하지 않아도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는 특징에 따라 그 수가 방대하다.

그런데 현재 사회실험 콘텐츠는 내용·형식상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바로 ‘몰래카메라’다. 한국에서 몰래카메라는 장난으로서의 몰래카메라와 불법촬영물을 가리키는 몰래카메라로 나뉘는데, 특히 후자의 경우 N번방 사건에서와 같이 불법성적촬영물을 가리키곤 한다(전자를 ‘깜짝카메라’ 후자를 ‘불법촬영’이라고 부르자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그런데 현재 사회실험 콘텐츠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한다는, 이른바 ‘선한 영향력’에 기대어 사회실험을 진행함에 따라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진지하면서도 불법촬영으로 간주될 수 있는 몰래카메라를 새롭게 창출하고 있다.

프랭키 프렌즈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에서 1000만원 떨어트린다면?? (이걸 가져가네;;) | 사회실험 | 실험카메라’ 유튜브 영상 캡처(상단), 브로TV ‘시각장애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시민들의 반응은? (감동주의) | 관찰카메라’ 영상 캡처(하단). ‘이 영상은 시민들의 촬영 동의하에 제작되었습니다.’ ‘시민분들 및 경찰서 협조 하에 촬영되었습니다’처럼 콘텐츠 제작자들이 띄운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영상 속 촬영기법 및 내용은 안내문의 진실성에 의문이 드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프랭키 프렌즈 ‘시각장애인이 횡단보도에서 1000만원 떨어트린다면?? (이걸 가져가네;;) | 사회실험 | 실험카메라’ 유튜브 영상 캡처(상단), 브로TV ‘시각장애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시민들의 반응은? (감동주의) | 관찰카메라’ 영상 캡처(하단). ‘이 영상은 시민들의 촬영 동의하에 제작되었습니다.’ ‘시민분들 및 경찰서 협조 하에 촬영되었습니다’처럼 콘텐츠 제작자들이 띄운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영상 속 촬영기법 및 내용은 안내문의 진실성에 의문이 드는 장면들의 연속이다.

사회실험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①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② 설정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촬영하는 형식을 따른다. 영상에 따라 후반부에 본 촬영이 사회실험 영상이었음을 밝히며 추가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②에서 촬영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몰래” 영상을 찍는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회실험 콘텐츠는 위 그림처럼 사람들의 반응을 ‘롱샷/익스트림 롱샷’(피사체를 멀리서 찍는 것으로 클로즈업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찍거나, 건물 뒤와 같은 사각지대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특정 장소가 명백히 촬영 중임을 보이고 있음에도 누군가 그곳을 지나가면, 그 사람은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간주되어 촬영 동의를 따로 구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사회실험 콘텐츠의 경우 이처럼 카메라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힘든 곳에 있으므로 묵시적 동의의 전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콘텐츠 제작자들이 시민들로부터 얻어내는 ‘동의’와 ‘협조’는 어디까지나 편집과 동영상 업로드에 대한 것이고, 콘텐츠 제작자들은 촬영한 내용이 ‘배려’이자 ‘감동’임을 내세워 동의받지 않은 촬영 행위를 논점의 대상에서 제외해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협조 하에 촬영되었다는 문구는 기만에 지나지 않으며, ‘장애인을 위하는 모습’은 비장애인들의 표창장처럼 전시되고 만다.

- 사회실험이라는 ‘감동 포르노’

이와 같이 현재 수많은 사회실험 콘텐츠들은 ‘사회실험’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감동의, 감동에 의한, 감동을 위한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감동의 만연에 대한 비판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14년 4월, 호주의 코미디언이자 칼럼니스트인 스텔라 영은 TED 강연 “나는 당신의 영감이 아닙니다. 고맙습니다.(I’m not your inspiration. Thank you very much.)”를 통해 이러한 콘텐츠를 ‘감동 포르노’라고 지적했다. 비장애 중심적 사회에서 장애인을 동기 부여나 감동 선사에 동원하는 것은 비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장애인을 물건 취급하는 대상화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실험 콘텐츠 제작자들은 ‘감동 콘텐츠’를 위한 대상화 작업을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사회실험 콘텐츠의 주요 제작층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도 불리는 20~30대 청년들이다. 이들이 사회실험 콘텐츠에 대해 무비판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그 배경을 살펴보게 되면, 예능이라는 명목 아래 언론매체의 책임마저 상실했던 레거시 미디어를 마주하게 된다.

채널A의 예능 프로그램 ‘젠틀카메라’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약자를 울리는 사기’(2014.1.19.) 회차에서 제작진은 장애인들의 사기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얘기하며 사회실험을 진행한다. 그런데 정작 제작진은 사기 현장을 시민들이 ‘목격할 수 있도록’ 설정하고서 그 현장 속 장애인을 돕는 시민들을 찾아 나선다. 이는 장애인의 사기 피해의 핵심이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취약성임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돌리는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양산해낸다.

제작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각장애인과 아르바이트생을 대치시켜 시각장애인을 악인 앞에서 무력한 약자로 그려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무력함’이야말로 장애인을 단순히 결핍된 존재로 보는 제작진의 비장애인으로서의 일방적 시선을 보여준다. 이처럼 ‘젠틀카메라’는 그 시작부터 끝까지 장애인의 현실에 무관심한 비장애인의 무지 안에서 이뤄진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장애인을 도운 시민들, 이른바 ‘젠틀맨’을 찾아낸 것이 하나의 업적인 것처럼 다음과 같은 문구를 띄우며 막을 내린다.

“불의를 보면 화나는 게 당연합니다. 분명 나서는 것도 쉬운 건 아닙니다. 그러나 약자에게 조그만 관심은 큰 힘이 됩니다. 용기를 내준 모두가 젠틀맨입니다.”

- 일궈 나가는 변화

이러한 가운데, 최근 사회실험 콘텐츠와 관련하여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영향력 있는 지체장애인 유튜버 중 한 명인 굴러라 구르님(본명 김지우)은 올해 4월 9일 ‘여태까지 영상을 안 올렸던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개재해 사회실험 콘텐츠들이 장애를 도구로 쓰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가 하면, 구독자 19만 3천여 명(2021년 8월 31일 기준)을 보유한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본명 김한솔)은 작년부터 본인이 직접 사회실험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원샷한솔 ‘스크린도어 없는 지하철에서 생긴 일 | 사회실험, 실험카메라’ 유튜브 영상 캡처. ‘음성안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고, 원샷한솔이 시각장애인용 공용리모컨을 누르며 ‘잘 돼 있는 데가 사실 흔치 않아’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사회 구조적 문제와 연결하여 보여주고 있다.
원샷한솔 ‘스크린도어 없는 지하철에서 생긴 일 | 사회실험, 실험카메라’ 유튜브 영상 캡처. ‘음성안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고, 원샷한솔이 시각장애인용 공용리모컨을 누르며 ‘잘 돼 있는 데가 사실 흔치 않아’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사회 구조적 문제와 연결하여 보여주고 있다.

원샷한솔의 콘텐츠는 기존의 사회실험 콘텐츠와 확연히 다르다. 실험 상황을 작위적으로 설계할 필요 없이 본인의 일상 속 일면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되기 때문이다. 해당 채널의 사회실험 콘텐츠는 몰래카메라보다 ‘브이로그’에 가까운 것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주체인 콘텐츠에서는 비장애 중심적 사회 안에서 문화를 영위해 나가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기존의 매체가 장애인을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재현함에 따라 비장애인의 배려를 시혜로 그려냈다면, 장애인 유튜버들은 비장애인의 행동이 구체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동등한 인권을 지닌 평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청자는 지금까지의 사회를 재고하며,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게 한다. 장애인이 주체인 사회실험 콘텐츠야말로 실험의 진정한 의의를 보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사회실험 콘텐츠들은 장애를 도구로 취급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영상을 올릴 수 있다는 유튜브의 강점을 악용해 왔으며, 그에 따른 피해는 장애인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유튜브가 비윤리와 무책임의 장이 되어가고 있던 와중, 장애인 유튜버들의 활동은 그 흐름을 바꾸고자 하는 하나의 운동이 되어주고 있다. 이들의 운동은 장애인권의 이슈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던 장애인들이 서로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이 계속해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장애인 유튜버들의 지속적 활동과 더불어 영상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적 태도 역시 필요하다. 또한 시각 장애, 청각 장애, 지체 장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 당사자 콘텐츠가 늘고 있는 만큼, 정체성으로서 장애를 표현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콘텐츠들에 개입하는 비평가로서 장애인들의 역할 또한 중요해질 것이다. 이처럼 긍정적 변화들이 모이고 모여 유튜브에서 장애인 유튜브 채널을 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장애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얘기하는 것이 보통인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필자 소개 _ 장혜영 연세대학교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책임을 배워나가고 있는 여느 이십 대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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