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부모에게 책임지라 할 것인가?

서울 00초등학교. 장애가 있는 2학년 햇살(가명)이는 특별활동시간이면 곡예를 한다. 휠체어를 타는 햇살이는 수업을 받기 위해서 엄마와 특수교육보조원의 손에 의해 휠체어에 앉아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혁신교육과 책임교육이 슬로건인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중도장애를 입은 아이의 학교생활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그 고단함이 혼자의 것이 아니라 엄마와 교육보조원에게도 전가되는 것이 힘들기만 하다. 말이 3층까지 휠체어를 들고 이동을 하는 것이지 실제 누구라도 그렇게 해 본다면 혀를 내두를 것이다.

 

엄마는 학교로, 남부교육지원청으로 열심히 발품을 팔며 사정을 이야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대답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학교에서는 사정은 알고 있지만 학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상급기관에 요청하라 하고, 상급기관인 남부교육지원청에서는 예산 문제를 들먹이면서 사정을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온다.

 

노력하겠다는 말은 참으로 쉽고, 간단하기만 하다. 실천이 없어도 노력은 늘 할 수 있으니 답변으로는 최선이고 최상이다. 그 노력의 결실이 언제 만들어질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대답이 없다. 역시 기다리라는 결론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고, 언제까지 허리가 휘도록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야 할까.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대형사고가 벌어질 것이 뻔하지만, 누구도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 온몸에 파스를 붙이고 다녀야 할 정도로 고단한 시간이 매일 지나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에 남부교육지원청에서 보내온 답변이다.

1.

서울영중초등학교는 2009년도에 예산이 배정되어 현 위치 본관동에 학교와 협의하여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였습니다.

2.

현재 영중초에는 특수학급 3학급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등 기타 장애우 학생이 많이 있으며 방과후 수업, 특별활동을 위한 수업시간에는 부모님과 보조교사님이 휠체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안전사고에 위험을 감수하며 학교생활을 하고있는 내용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교육청에서도 민원인이 제기하신 것과 같이 특수교육대상자들이 차별과 배제가 없는 환경에서 안전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금회 추경예산에 예산편성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우리교육청 관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는 공립 초·중학교 92교중 45교로【초등 63교중 34교, 중등 29교중 11교】49% 설치되어 있으며, 이와 같이 매우 열악한 현실에 처해 있는 실정임을 알려드립니다.

학교 구조상 건물이 연결되지 않아 건물과 건물을 건너다녀야 할 상황이니 특별활동을 하는 건물에도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특히 교육지원청의 답변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내용도 잘 알고 있다’는 내용은 ‘대단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위험을 감수하며 다닌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이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교육지원청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안전에 대한 최고의 불감증이다.

 

 

 

답변의 결론은 학생과 부모의 어려움은 알고 있지만 당장 해결을 할 수 없고, 예산이 편성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의 학습권과 교육권, 더 거창하게는 행복추구권은 사라지고 없다. 억지를 좀 부려본다면 다른 학교들도 다 열악한 상태에 있으니 나대지 말고 좀 가만히 있으라고 들린다.

 

지금처럼 이동하다 자칫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이동하면서 소홀하게 대한 부모와 특수교육보조원의 몫인가, 아니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학교의 몫인가, 그렇지 않으면 시설환경을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으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교육지원청의 몫인가?

 

언제나 그렇듯이 부모가 그 책임을 다 지고 가야 할 것이다. 학교 안에서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여전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며 장애학생의 인권이나 교육권은 일단 접어두고 가자는 인식이 만연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제 한 학기를 마치는 시점이다.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은 2학기까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말이고, 설령 추경예산이 편성되어 공사를 한다고 가정해도 그 기간을 대충 계산해 봐도 올해 어떤 변화가 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결국 지금처럼 위험을 감수하며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이고 그 위험의 감수에는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학기 중에 공사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을 가져올 것이 뻔한 일이고, 그렇게 된다면 다수의 학생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 피해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방학을 이용해 공사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 방법은 예산문제로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교육청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 위험을 감수하며 기다려야만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것이 최선이고, 최상의 답변인지 이번에는 공개질의를 해 본다.

 

장애학생의 안전과 원만한 학교생활을 지원할 방법은 정말 없는지, 통합교육을 이야기하면서 진정한 통합교육의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것인지, 위험한 상황임을 알고 있으면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던 지난 시간 동안 그 부모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한 번이라도 가슴으로 느끼고 부모에게 먼저 손 내밀어 본 적이 있는지 꼭 답변을 듣고 싶다.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http://blog.ohmynews.com/smfvnfmsRna/369980)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최석윤의 '늘 푸른 꿈을 가꾸는 사람들'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와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정신연령이 현저히 낮은 아비로 집안의 기둥을 모시고 살아가는 다소 불충한 머슴.  장애를 가진 아이와 살아가면서 꿈을 꾼다. 소외받고, 홀대 당하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한 가운데로 모이는 그런 꿈을 매일 꾼다. 현실에 발목 잡힌 이상(理想)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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