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중앙노동위의 해고 합당 판결 잘못됐다’ 했지만…
중앙노동위·코리아와이드포항, 반성은커녕 판결 불복해 항소
서울고등법원 “신장장애 이유로 해고, 부당하다” 재확인
신장장애를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던 강성운 씨가 중앙노동위원회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또다시 승소했다. 이로써 법원은 강 씨에 대한 장애인 차별과 부당해고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5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는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취소’ 항소심에서 중앙노동위와 피고의 보조참가인 ㈜코리아와이드포항의 항소를 기각했다.
강 씨는 지난 2019년 2월 10일, ㈜코리아와이드포항의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입사했다. 그러나 사측은 강 씨의 신장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이니까 나가세요”라며 채용취소 통보를 했다. 이에 강 씨가 국가인권위원회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자, 사측은 강 씨를 복직처리했다. 그러나 4일 뒤 사측은 강 씨에게 ‘만성신부전과 정기적인 혈액투석은 시내버스 기사로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며 또다시 해고했다. 이후 강 씨가 경북지방노동위원회를 찾았지만 구제신청이 기각되었으며, 뒤이어 중앙노동위에서도 재심신청이 기각됐다.
결국 강 씨는 장애인단체들과 함께 중앙노동위의 결정에 대해 ‘고용에서의 장애인차별’이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을 근거로 작년 6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지난 1월 14일,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1심에서 원고인 강 씨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서 장애를 이유로 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중앙노동위가 ‘당사자의 장애가 버스안전 운행에 부적합하고, 따라서 채용거부는 합당하다’고 판단한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중앙노동위는 지난 1월 25일, 반성은커녕 사측과 함께 즉시 항소했다.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는 중앙노동위가 오히려 회사의 편에 서서 법원의 결정에 불복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2심 재판이 시작된 뒤 두 차례의 변론을 거쳤으며, 법원은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인정하며 또다시 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강 씨를 비롯해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은 2심 공판에서 승소 후 오후 2시 30분 서울고등법원 서문 삼거리 앞에서 행정소송 2심 선고 결과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측은 신장장애인인 강 씨가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해 운전을 안전하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혈액투석을 받는다고 해도 직장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볼만한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사측은 원고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있어, 원고가 오전에 치료를 받고 출근하거나 오후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근무시간을 조정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회사에 과도한 부담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사건의 피해당사자 강 씨는 “사측은 혈액을 투석하는 사람은 버스를 운전하지 말라고 한다. 이는 장애인 차별이다”라며 “회사는 근로자의 말을 모조리 무시하며, 제가 노사 간의 신뢰를 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회사가 그 신뢰를 먼저 깬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라고 이번 판결의 소감을 밝혔다.
사건의 대리인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재판부가 정당한 판결을 내렸다며, 이제라도 중앙노동위가 잘못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 변호사는 “2심에서도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며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사측은 당사자가 면접 당시 신장장애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노사 간 신뢰관계가 깨진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직장생활의 건강상 문제가 없어 면접에서 지병을 숨기지 않았다고 보았다. 게다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채용 전 장애여부 조사 및 의학적 검사는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은 효력이 인정되고 있는 실정법이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실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관리의 부담감만을 토로하면서 해고에 이른 사측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3심을 가더라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곽 변호사는 “중앙노동위와 사측은 무용한 상고절차를 통해 당사자를 괴롭히지 말고, 2심 판결을 존중해 자신들의 잘못된 판정을 수용해달라. 이번 갈등을 종결하고 원고가 무사히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박김영희 장추련 상임대표는 “장애인들은 노동현장에서 수많은 차별을 경험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 않다”며 “이번 사건의 원고가 지난 2년 동안 지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서 이 결과를 만들어주어 감사하다. 장애를 이유로 해고하는 부당한 현실을 누군가가 말하고 싸워야 바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렇게 싸워온 자들이 만들어가는 법이다. 이번 재판을 통해 앞으로 제2, 제3의 원고가 나올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