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학대한 시설에 솜방망이 처벌했더니 인권침해 또 발생
하상복지재단 산하 두 장애인거주시설, 운영 위반·인권침해 뚜렷해
장애계 “서울시, 법인설립허가 취소하고 시설 폐쇄 명령해야”

17일 오후 2시, 서울장차연 등은 서울시청 앞에서 반복되는 장애인거주시설 내 학대사건을 방치하는 서울시를 규탄하며,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재단 법인설립허가 취소와 즉각 시설을 폐쇄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가연
17일 오후 2시, 서울장차연 등은 서울시청 앞에서 반복되는 장애인거주시설 내 학대사건을 방치하는 서울시를 규탄하며,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재단 법인설립허가 취소와 즉각 시설을 폐쇄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가연

심각한 거주인 인권침해가 벌어진 여주 라파엘의집. 이번에는 여주뿐 아니라 서울 라파엘의집에서도 거주인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장애계는 여주·서울 라파엘의집 시설폐쇄와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재단의 법인설립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17일 오후 2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은 서울시청 앞에서 반복되는 장애인거주시설 내 학대사건을 방치하는 서울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솜방망이 처벌받은 여주 라파엘의집에서 또다시 인권침해 발생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있는 여주 라파엘의집은 장애인 100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초대형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시설 법인인 사회복지법인 하상복지재단은 서울에 있어,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은 서울시에 있다.  

여주 라파엘의집은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코호트격리 조치된 바 있다. 하지만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전인 8월, 강남구청에 8명의 거주인이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8명의 직원으로부터 집단 학대를 당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시설 직원들은 거주인에게 이종격투기를 하듯 폭행하고 직접 제작한 ‘기립기’에 거주인을 결박했으며, 이 끔찍한 학대행위를 한 모습이 CCTV에 그대로 찍혀 여론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지난 7월, 18명의 직원 중 단 두 명의 직원만이 각각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시설은 ‘개선 명령’과 ‘시설장 교체명령’만 받았을 뿐이다. 작년 12월 29일,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됨에 따라 장애인학대신고의무자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신설되어 지난 6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법원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로 여주 라파엘의집의 인권침해를 고발하는 투서가 도착했다. 인권침해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또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이다. 

한 익명의 제보자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에 보낸 편지. 사진 출처 전장연
한 익명의 제보자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에 보낸 편지. 사진 출처 전장연

투서에는 한 거주인의 눈에 멍이 든 사진, 거주인의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문고리에 도어락을 설치한 사진, 그리고 거주인의 장애연금을 지급하지 않고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해 직원끼리 나눠 먹었다는 구체적인 의혹이 담겨있었다. 또한 제보에 따르면 작년 인권침해로 수사 중인 직원이 여전히 근무 중이다. 

서울장차연은 “끔찍한 인권 유린이 자행된 시설에서 또다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허탈한 마음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솜방망이 처벌을 한) 사법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같은 시설에서 거주인 학대사건이 또 발생했다”고 분노했다. 

- 서울 라파엘의집도 인권침해로 경찰 조사 중

게다가 하상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또다른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도 인권침해가 발생해 경찰조사 중이다. 

하상복지재단은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서 아동 및 청소년기의 시각, 발달, 뇌병변 중복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서울 라파엘의집 또한 운영 중이다. 그런데 지난 8월, 서울 라파엘의집에서 인권침해 발생했다며, 이를 고발하는 투서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으로 전달됐다. 

익명의 투서에 따르면, 서울 라파엘의집 직원 이 아무개 씨가 거주인 한 아무개 씨를 학대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시설에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의뢰를 하지 않은 채 가해직원을 권고사직시켜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사건은 경찰조사 중에 있다. 

정민구 발바닥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정민구 발바닥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정민구 발바닥 활동가는 “서울 라파엘의집에서 시설 직원에 의해 거주인이 학대를 당하고 있는 편지를 받고 바로 서울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제보했다. 현재 경찰조사 중인 내용에 따르면, 직원이 거주인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다니는 영상이 CCTV에 찍혔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시각·발달의 중복장애가 있는 강복순 씨의 자녀는 서울 라파엘의집의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강 씨는 “서울 라파엘의집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다는 사대문 안에 있다. 가톨릭 사회복지법인인 하상복지재단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모든 학대와 폭력이 무마되는 곳인가” 되물으며 “서울 라파엘의집 거주인은 대부분이 미성년자 와상 장애인이다. 그런데 (시설 직원이) 누워있는 여성 거주인을 질질 끌고 다녔다고 한다. 서울시는 대체 어떤 생각으로 차일피일 대책마련을 미루고 있는가. 서울시가 학대 직원을 처벌하고, 시설을 폐쇄할 때 까지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강복순(서울라파엘의집 이용인 어머니)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강복순(서울라파엘의집 이용인 어머니)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 서울시, 하상복지재단 운영 위반·인권침해 뚜렷해도 시설 폐쇄는 안 해

하상복지재단은 지난 몇 년간 인권침해를 비롯해 여러 차례 운영상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후원금 관리위반’으로 개선명령, 2020년 ‘식품 등 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2021년에는 서울시 특별지도감독을 통해 업무상 배임, 부당노동행위, 부당급여 지급 등의 혐의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장애인복지법 제62조에 따르면 ‘시설의 회계 부정이나 시설이용자에 대한 인권침해 등 불법행위, 그 밖의 부당행위 등이 발견된 때’ 시설폐쇄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상복지재단의 경우, 산하 시설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연달아 발생하고 수차례 시정명령을 받을 정도로 운영상 문제가 뚜렷하지만, 시설폐쇄 명령은 여전히 내려지지 않고 있다.  

정민구 활동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감시가 소홀해진 상황에서 시설 내 인권침해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상복지재단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오히려 후원금을 횡령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등의 시정명령을 받고 있다”라며 “시설이 가지는 근본적 한계로 인해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지만, 시설 거주 장애인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의 학대를 멈추기 위해 서울시는 라파엘의집을 폐쇄하고, 하상복지재단의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하라”고 밝혔다. 

박경인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동료지원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박경인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동료지원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동료지원가는 “라파엘의집 사건을 보고 저의 과거가 다시 생각났다. 탈시설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사회복지사에게 맞았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시설에서는) 맞고 난 후에도 사회복지사랑 같이 지내야 했다. 나를 또 때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고 밝혔다. 이어 박 동료지원가는 “더 이상은 지켜볼 수 없다. 라파엘의집에 하루빨리 대책이 필요하다. 향유의 집처럼 얼른 모두 지원주택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대표는 “서울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시설을 즉각 폐쇄하고 가해자에게 적절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런 시설 내 인권침해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지역사회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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