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 위한 수단·방법 제공하지 않고 의사능력 부정한 건 차별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사진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사진 인권위

지적장애인의 인지능력이 낮다는 이유로 치아보험 가입을 거절한 보험회사가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아래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고, 장애인의 보험 가입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ㄱ 씨는 2020년 3월, 지적장애가 있는 어머니 ㄴ 씨의 치아보험을 가입하려고 했었다. 보험회사인 ㄷ생명은 ㄴ 씨와 네 차례 통화한 후 보험 가입을 거절했다. ㄴ 씨가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스스로 대답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ㄷ생명은 ‘ㄴ 씨는 해당 보험계약의 피보험자로 동의한다는 것의 법률적 의미나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봤다. 의사능력이 없어 법적으로 유효한 동의를 할 수 없으므로 보험 가입을 거절한 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ㄱ 씨가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이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 20일, 결정문을 통해 △ㄷ생명은 ㄴ 씨의 보험 가입을 진행하고 발달장애인의 상해보험 가입을 불허하는 관행을 개선할 것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보험회사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상해보험은 피보험자와 보험수익자가 같아서 보험살해의 위협이 없다. 그럼에도 동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게 되면 의사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지적장애인은 상해보험 혜택을 전혀 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권위는 ㄷ생명을 향해 “지적장애인이 사안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와 그림카드 등으로 충분히 설명하거나 의사소통의 조력을 받게 하는 등 필요한 수단과 방법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지적장애인 의사능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ㄷ생명은 ㄴ 씨의 보험가입을 진행하고 장애인의 보험 가입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보험회사 상해보험 업무를 점검하고 관리 강화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험회사,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에 발송했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1월 19일, ㄷ생명과 금감원이 인권위 권고를 수용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앞으로도 장애를 이유로 한 보험가입 차별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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