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선거에서 장애인 교육권 보장하는 후보 지지할 것”
특수교육법에 명시된 통합교육, ‘먼 나라 얘기’
학령기 교육도 못 받고, 평생교육에서도 배제된 장애인들
장애인교원, 특수교사 처우개선 필요해

2022교육감선거장애인연대는 교육감 선거 장애인 투표용지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교육! 장애인 교육권리 실현!’을 새기고 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 허현덕
2022교육감선거장애인연대는 교육감 선거 장애인 투표용지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교육! 장애인 교육권리 실현!’을 새기고 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진 허현덕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교육감선거를 겨냥한 2022교육감선거장애인연대가 출범했다. 2022교육감선거장애인연대(아래 연대)는 5일 2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연대는 “헌법에는 모든 국민이 교육받을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은 학령기부터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다”라며 “비장애인 중심의 능력주의 교육환경을 변화시키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차별 없는 장애인교육권 실현을 위해 연대를 출범한다”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교육감 선거에서 장애인교육권 개선 공약을 내걸고 실현할 수 있는 교육감을 뽑겠다는 강한 의지 표명이다. 

- 특수교육법에 명시된 통합교육, ‘먼 나라 얘기’

2007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에는 장애인의 생애주기별 교육지원체계 확립, 유치원 및 고등학교 의무교육, 통합교육 강화와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의무화 등에 대한 근거를 담았다. 그러나 법과 현실은 달랐다. 

통합교육 환경에서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무늬만 통합교육’이라는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학할 때마다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을지, 특수학급이 설치되었는지, 전전긍긍해야 한다. 통합교육을 받더라도 특수학급에서만 머물러 분리교육과 다름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대는 출범식을 마치고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광화문을 지나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외쳤다. 사진 허현덕
연대는 출범식을 마치고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광화문을 지나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외쳤다. 사진 허현덕

정순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장애학생의 교육환경이 12년 전과 비교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증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 딸은 24시간 옆에서 돌보지 않으면 일상을 이어갈 수 없다. 어느덧 스무 살이 됐다. 12년 전 입학을 앞두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특수학급을 만들어달라고 줄곧 외쳤다. 그런데 12년이 지난 지금 장애학생 교육권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도 교육청 앞에서 여전히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장애학생 부모들은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도록 특수교육법 전면 개정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예산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정말 예산의 문제인가? 장애인에게 교육은 생명이다. 장애학생의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편성해 교육권을 보장하라.”

- 학령기 교육도 못 받고, 평생교육에서도 배제된 장애인들

학령기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은 성인이 된 후 평생교육의 기회마저 매우 적다. 2020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중 고등학교 미만 학력자는 45.6%에 달한다. 따라서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은 학령기 교육을 보충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이에 따른 지원체계와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체 장애인 중 평생교육을 받는 장애인은 고작 0.2%~1.6%에 그친다. 전체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율 43.4%와 비교해 차이가 크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지난해와 올해 두 건의 장애인평생교육법안(유기홍, 조해진 의원)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계류 중이다.

참가자들이 '장애인평생교육은 지역사회 통합이다! 국회는 장애인평생교육법 연내 제정하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참가자들이 '장애인평생교육은 지역사회 통합이다! 국회는 장애인평생교육법 연내 제정하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권리를 장애인은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 장애인야학 다니는 분들이 많이 오셨다. 이분들은 학령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장애인은 헌법에 명시된 교육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지역 출신인지, 장애가 있는지, 부모가 누군지에 따라 다르지만, 비장애인은 적어도 0에서는 출발한다. 그런데 장애인은 마이너스 100에 가깝다. 장애인에게도 0에서 시작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동권이 중요하다. 이동해야 교육받고, 교육받아야 일할 기회를 얻고, 일할 기회를 얻어야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이 권리를 위해 지하철에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 

연대는 출범식을 마치고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광화문을 지나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외쳤다. 사진 허현덕
연대는 출범식을 마치고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광화문을 지나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외쳤다. 사진 허현덕

- 장애인교원, 특수교사 처우개선 필요해 

교육현장에서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특수교사와 장애인교원의 처우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공교육은 신체 조건, 성별, 출신, 거주지역 등 가정의 사회·경제적 환경의 차이를 완충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많은 장애학생이 교육활동에서 배제되고 있다. 특수교육을 뒷받침할 체계적인 지원체계가 없는 탓이다. 그 공백을 특수교사가 감당하고 있다.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특수교사의 노동이 존중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장애인교원의 권리 보장도 강조됐다. 2020년 기준 시도교육청의 장애인고용률은 1.97%로 정부부문 법정 의무고용률 3.4%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연대는 이처럼 장애인교원이 적은 것은 교육계의 장애인차별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수인 탓에 장애인교원은 필요한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김헌용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교원 중에는 장애를 가진 교원도 있다. 그러나 장애인교원은 교원으로서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장애인교원에 대한 운영지원 전담기구 설치와 출퇴근 지원 등의 인적·물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교원도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장애인교원이라는 이유로 인사에서 차별을 당하지 않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 교육감선거에서 장애인교육 보장하는 후보 지지할 것

연대는 교육감선거 전까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교육’에 대한 요구안을 전국 후보들에게 전하며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권리 보장을 약속한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대는 교육감 선거 장애인 투표용지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교육! 장애인 교육권리 실현!’을 새기고 도장을 찍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들은 출범식을 마치고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광화문을 지나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외쳤다.

한편, 연대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한국장애포럼,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등 10개 단체가 함께한다.

연대는 출범식을 마치고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광화문을 지나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외쳤다. 출범식에는 중증장애인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도 참여했다. 사진 허현덕
연대는 출범식을 마치고 서울시교육청 정문에서 광화문을 지나 서울시청 앞까지 행진하며,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외쳤다. 출범식에는 중증장애인권리중심일자리 노동자도 참여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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