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법 전부개정안 ‘장애학생 교육 국가책임’ 강조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및 특수교사 배치 기준 강화
전부개정안 ‘완전한 통합교육’ 목표로 삼아야
‘어린이집에 있는 장애유아’도 의무교육 보장 명시  

28일, 특수교육법 전부개정안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약자의눈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28일, 특수교육법 전부개정안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약자의눈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지난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 제정 후 14년이 흘렀다(2008년 시행). 특수교육법 도입 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진학률은 점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양적 성장만큼 교육성과는 따라주지 못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여전히 교육현장에서 장애학생 인권침해와 차별이 해소되지 않았고, 양질의 교육을 받기 힘든 게 현실이다. 

특수교육법은 시행 이후부터 수많은 개정안이 발의됐다. 21대 국회에서만 9건의 특수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만큼 손볼 곳이 많고, 현행법이 특수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특수교육법 전부 개정의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28일, 특수교육법 전부개정안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 약자의눈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개됐다. 

- 전부개정안 ‘장애학생 교육 국가책임’ 강조

이번 특수교육법 전부개정안은 장애학생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통합교육 실현을 위한 지원 기반 마련을 담았다. 기존 특수교육법이 6장 38조로 구성이 됐다면, 전부개정안은 6장 59조로 21개 조항이 늘었다. 전반적 내용 수정과 체계, 자구 등이 수정된 곳도 많다. 

전부개정안의 주요 쟁점으로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교육대상 학생 및 장애대학생 완전 무상교육 실현 △사립 특수교육기관의 책무 강화 △의무교육 간주 어린이집 규정 △학급당 학생수 감축 및 특수교사 배치 기준 강화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범위 확대 △중도중복장애학생 특수교육대상자 건강관리 조항 신설 등을 꼽았다.

토론자들은 특수교육법 전부개정안이 담은 전체적인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조항에 대한 해석이나 자구, 법안구성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또한, 통합교육실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개정안 방향을 △장애학생 교육 국가책임제 실현 △인권친화적 특수교육 환경 조성 △특수교육 여건의 획기적 개선 △통합교육 실현 환경 조성 △특수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특수교육 지원 기반 구축 등으로 제시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개정안 방향을 △장애학생 교육 국가책임제 실현 △인권친화적 특수교육 환경 조성 △특수교육 여건의 획기적 개선 △통합교육 실현 환경 조성 △특수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특수교육 지원 기반 구축 등으로 제시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 전부개정안 중도중복장애학생 지원 늘릴 수 있을까

2019년 특수교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학생을 위한 의료적 지원인은 학부모가 28.3%(197명)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교사 23.7%(165명), 활동보조인 16.4%(114명), 간호사 0.9%(6명) 순이다.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의 67.7%가 지체장애학생이다. 그러나 중도중복장애학생들은 특수교육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아 학교 내에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 전부개정안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에 중도중복장애를 포함시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은 “그동안 중도중복장애학생은 보호자가 5분 대기조처럼 학교에 상주해 의료적 지원을 해야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원격교육, 순회학급 등에 배치되어 큰 교육적 차별을 받았다”라며 “향후 의료법, 학교보건법 등의 개정 과제가 있으나 특수교육법부터 중도중복장애학생을 위한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개정안을 환영했다. 

전부개정안 제46조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투약, 기관흡인, 위루관·경관영양 등(제1항) 특수교육대상자의 건강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보건교사, 순회 보건교사, 특수교사와 협력하여 지원’할 수 있다(제2항)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3항에는 법에 따라 건강관리 지원을 했을 때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해 감경과 면제 등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그러나 건강관리 지원이 전문가가 아닌, 특수교사에게 책임을 지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보건교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건강관리 지원에는 동의하지만, 의료인이 아닌 특수교사 등이 의료행위와 관련한 행위를 학교 안에서 행하도록 근거를 두는 것에는 우려가 된다”며 반대의 뜻을 표했다.

중도중복장애와 별도로 시·청각장애가 특수교육대상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청각장애는 시각장애와 청각장애가 중복되는 장애로서 점자정보·무인점자단말기 등 의사소통 보조기구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병운 특수교육학회 회장은 “중도중복장애와 시청각장애는 특성과 요구가 매우 다르다”라며 “지난 2019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시청각장애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가 강화되고 있으므로 전부개정안에도 담겨야 한다”고 제시했다. 

- 학급당 학생수 감축 및 특수교사 배치 기준 강화 

전부개정안에는 특수교육기관 학급당 기준을 유치원은 4명에서 3명, 초등학교·중학교는 6명에서 5명, 고등학교는 7명에서 6명으로 각각 1명씩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수교사 배치 기준도 강화했다. 전부개정안은 현행 특수교육대상 학생 4명당 특수교사 1명에서 ‘학생 3명당 교사 1명’ 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특수교사를 통합학급과 특수교육지원센터에도 배치하고, 여가·문화·예술·체육 활동, 진로·직업교육 등을 위해서도 특수교사를 추가로 배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런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약 3000개 이상의 학급이 증가하고, 약 9000명의 특수교사가 증원되어야 한다. 김기룡 교수는 “약 4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 재정당국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대부분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특수교사 배치 기준 강화에는 뜻을 모았다. 특수교사들은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은경 위원장은 장애학생 학급설치 기준을 △영아학급은 2명 △유치원 3명 △초등학교 4명 △중등학교 5명으로 제시했다. 또한 “중도중복장애 학생의 경우에는 위의 기준에서 1/2의 범위 내에서 학급 설치 기준을 조정하고, 순회교육의 경우 장애의 정도와 유형에 따라 학급 설치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회교육은 특수교사 및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담당 인력이 학교나 의료기관, 가정 또는 복지시설 등에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직접 방문하여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이은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이은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정부 측 토론자로 참여한 김선미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장은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특수교사를 증원, 아울러 장애학생 무상교육 등의 대한 내용은 재정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관계부처와 논의하겠다”라고 밝혔다.  

- 개정안 방향, ‘완전한 통합교육’을 목표로 해야 

그러나 통합교육 예산과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은 법 개정은 ‘통합교육 없는 통합교육 현장’을 답습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특수교육은 물리적 통합은 이뤘을지언정, 진정한 의미의 통합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부개정안에 담긴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특수교사 배치 기준이 강화되어도 통합교육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 기준으로 일반학교에 배치된 장애학생은 총 6만 8805명으로 전체 특수교육대상학생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특수학급에 배치되어 통합학급에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학생은 5만 27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전부개정안 제35조(통합교육)에는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 받은 일반학교의 장은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협력으로 통합교육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구체성이 떨어진다. 

조경미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간사는 “통합학급에 있는 동안 장애학생에 대한 책무가 일반교사에게 있다면 일반교사에 대한 연수와 지원을, 특수교사에게 있다면 특수교사를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라며 “전부개정안 35조는 일반교사의 책무와 특수교사와의 협력이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할 수 없다. 학급당 교사배치 기준을 상향해 통합교육을 지원하는 교사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한 통합교육 강조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한 통합교육 강조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특수교육법 전부개정안의 방향이 ‘완전한 통합교육’으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근거한 통합교육을 강조하며, 법명을 특수교육법이 아닌 ‘장애인교육법’ 또는 ‘장애인 통합교육법’으로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주언 변호사는 “특수교사만으로 일반학교에서 실질적인 통합교육을 이루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해 일반담임교사 중심의 통합프로그램인 ‘통합담임교사제’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어린이집에 있는 장애유아’도 의무교육 보장해야 

이주언 변호사는 장애유아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순회교육을 시행하도록 한 현재 전부개정안은 교육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장애유아의 70%는 유치원을 다닐 수 없는 사정 등으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있다는 이유로 교육부는 의무교육대상자인 장애유아에 대한 교육적 지원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순회교육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아동최선의 이익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장애유아에게 동등한 교육적 지원이 제공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라며 어린이집에 있는 특수교육대상자에게도 특수교사 배치와 특수교육관련 서비스 등 의무교육에서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가 전부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김기룡 중부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가 전부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튜브 채널 캡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