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삭발결의자 차한선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삭발 투쟁을 합니다. 장소는 인수위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길은 내 앞에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이 길의 시작과 끝을
그 역사를 나는 알고 있다
이 길 어디메쯤 가면
낮과 밤을 모르는 지하의 고문실이 있고
창과 방패로 무장한 검은 병정들이 있다
이 길 어디메쯤 가면
바위산 골짜기에 총칼의 숲이 있고
천길만길 벼랑에 피의 꽃잎이 있고
총칼의 숲과 피의 꽃잎 사이에
“여기가 너의 장소 너의 시간이다 여기서 네 할 일을 하라”
행동의 결단을 요구하는 역사의 목소리가 있다
허나 어쩌랴 길은 가야하고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
가자, 가고 또 가면 이르지 못할 길이 없나니
가자, 이 길을 가고 오지 말자
남의 땅 남의 것으로 빼앗겨 죽창 들고 나섰던 이길
제나라 남의 것으로 빼앗겨 화승총 들고 나섰던 이길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멀다 하지 말자
다시는 제 아니 가고 길만 험타 하지 말자
주려 학대 받은 자 모든 것의 주인 되는 길
오 해방이여!
위의 시는 〈길2〉라고 하는 고 김남주 시인의 시입니다. 길을 나서는 마음으로 삭발투쟁에 대한 결심을 처음 세웠습니다.
저는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삭발 이후 만날 사람들의 시선이 솔직히 두렵고 걱정됩니다. 그러나 두려움과 걱정을 뒤로 하게 된 건 혐오와 잘못된 사실로 이 상황을 호도하는 무리들 앞에서도 결연하게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투쟁으로 승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옵니다.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투쟁을 이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장애해방을 향해 갑니다. 그런 마음으로 삭발투쟁을 결심했습니다.
저도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마음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바퀴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에 빠지고 휠체어가 없는 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면서 느낀 불안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장애인에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는 생존을 위한 권리입니다. 우리 헌법 제34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돼 있습니다. 장애인도 이 나라 국민입니다. 장애인에게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마음껏 나다닐 수 있어야 하고,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 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다운 삶입니다.
그러나 장애인에게 그런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은 자신의 권리를 가져오고자 투쟁을 시작했고 그 투쟁은 많은 것을 바꿔 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예산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이뤄지는 날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