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차 삭발결의자 서지원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활동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매일 아침 8시,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지하철역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역 방향)에서 진행 중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서지원 활동가가 동료들과 함께 환히 웃고 있다. 사진 이슬하
서지원 활동가가 동료들과 함께 환히 웃고 있다. 사진 이슬하

안녕하십니까!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활동가 서지원입니다.

삭발을 결의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결의하신 동지분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삭발을 결의하기까지 스스로가 참으로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늘~ 무능하고 무성적 존재로 취급받았던 제게 “머리카락”은 유일하게 저의 삶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수단”이었으니까요.

서지원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서지원 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던 저는 단 한 번도 삶을 계획하면서 살아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사무실에서 조용하게 저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삭발결의문을 작성하겠단 계획과 달리 장애인콜택시가 일찍 잡혀서 무언가에 쫓기듯이 부랴부랴 컴퓨터를 껐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삶을 계획한다는 것은 “사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장연을 향해 “불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처벌밖에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정말 어이가 없고 분노스럽고, 아니 분노를 넘어 비통하고 참담합니다.

삭발하려고 결의한 그 순간부터 이동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한 번의 이동을 하기까지 활동지원사를 새벽에 섭외했고 장애인콜택시가 잡히지 않을 것을 고려해서 삼각지역과 가까운 곳에 방을 얻었습니다.

서지원 활동가가 삭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서지원 활동가가 삭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장애인이 이동하는 문제는 언제까지 개인이 고민하고 개인이 해결해야 합니까? 대체 기획재정부의 역할은 뭡니까? 지하철 탑승이 불법이라고요? 불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처벌밖에 없다고요?

좋습니다. 처벌하십시오. 두렵지 않습니다. 삶을 내 생각대로 계획하지 못하는 삶을 더 이상 살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유일한 “표현의 수단”인 머리카락을 “표현의 장치”로 활용하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관리하기 쉬운 파마머리와 짧은 머리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비장애인이었던 언니는 항상 긴 머리였죠. 부럽고 억울했습니다. 나도 긴 머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여자라고 생각했으니까요. 20살이 되고 고등학교(시설)에서 나오고 나서 제 머리는 변화무쌍 그 자체였죠. 염색이며 긴 단발에 “남자예요? 여자예요?” 항상 받던 질문을 더는 받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전 그저 장애인이었지만 장애여성공감을 알고부턴 장애여성이었고 18년 인권운동으로 현재는 무대에 서는 장애여성입니다.

삭발을 마친 서지원 활동가. 사진 이슬하
삭발을 마친 서지원 활동가. 사진 이슬하

이런 것이 뭐가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을 어떻게 설명하고 정체화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고 함께 실패를 경험하면서 동료와 어깨를 맞대고 인권을 인권답게 하기 위해 치열히 싸우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두고 보십시오. 처벌한다고 협박만 하는 국가는 무능을 증명하듯 일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투쟁해서 인간답게 계획대로 동료들과 활동하고 매일 이 현장을 지켜낼 것입니다.

삭발을 마친 서지원 활동가가 머리에 ‘장애인권리, 민생5법’이라 적힌 띠를 둘렀다. 사진 이슬하
삭발을 마친 서지원 활동가가 머리에 ‘장애인권리, 민생5법’이라 적힌 띠를 둘렀다. 사진 이슬하

장애인권리예산, 이제 국회의 몫만 남았습니다. 이제 일하십시오. 죽는 날까지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혼자 할 수 없기에 동료가 있고 실패를 나누려 합니다. 삭발이 두려웠지만 함께 지지해주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든든했습니다.

장애인의 이동, 교육, 노동, 탈시설 어떤 것도 불법이 아닙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애인에게 사과하십시오. 사과를 받아야겠습니다. 우리의 권리를 모욕하지 마십시오.

장애인권리예산 이제 국회의 몫이다!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삭발을 마친 서지원 활동가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삭발을 마친 서지원 활동가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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