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 석탄발전소 노동자 등 정부청사 집결
3시간 동안 기후정의파업 및 도로 행진
조직위, 정부와 기업 향해 요구안 발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시민 3천여 명이 오는 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 집결할 예정이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는 5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함께 살기 위해, 자본과 결탁한 정부에 맞서 우리 터전과 삶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위 활동가들이 기후정의파업 포스터를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조직위 활동가들이 기후정의파업 포스터를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조직위 “정의로운 전환 추진하고 생태학살 멈춰라”

조직위는 수정된 414 기후정의파업 대정부 요구를 발표하며, 각 요구의 구체적 내용을 해설했다.

우선 ‘파업’은 노조법에 따른 것은 아니다. 선지현 조직위 기획팀 활동가는 “사회적 (의미의) 파업이다. 노조에서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파업’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 빈민 등 기후위기 최전선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일상을 멈추고 (정부와 대기업을 향해 기후정의에 관한) 요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파업’이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대정부 요구사항으로는 2대 방향, 6대 핵심요구, 13개 영역별 구체 투쟁요구 등이 있다. 6대 핵심요구와 13개 투쟁요구는 △기후정의를 향한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라 △자본의 이윤축적을 위해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춰라 등 2대 방향을 기조로 마련된 것이다.

6대 핵심요구에는 △에너지 공공성 강화로 전체 에너지 수요를 대폭 감축하고 시민의 필수적 에너지를 탈상품화해 에너지 기본권과 주거권을 보장하라 △에너지 기업의 초과이윤을 환수하고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탈석탄·탈핵을 추진하라 △모두를 위한 공공교통 확충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라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 사회적 소수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라 △광범위한 환경파괴와 생태학살, 신공항, 케이블카, 산악열차 건설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 △자본과 결탁한 난개발과 부동산 투기, 그린벨트 해제 권한 지자체 이양 시도를 철회하라 등이 있다. 13개 영역별 구체 투쟁요구에는 6대 핵심요구의 구체적 내용을 담았다.

나경동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나경동 씨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가난하고 집 없는 나, 공공임주택 요구하며 기후정의파업 참여”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사람들은 기후위기로 겪은 피해상황을 증언하며 대정부 요구사항의 핵심 내용과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56세 지적장애인 나경동 씨는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만들라고 이야기하기 위해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홈리스야학 학생이기도 한 나 씨는 현재 고시원에 거주 중이다. 그는 “(겨울에) 보일러가 없어서 전기장판을 쓴다. 그래도 너무 추워서 입김이 나온다. 여름에는 더 살기 힘들다. 창문이 없어 답답하다. 에어컨은 복도에 하나 있지만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고 틀어주지 않으니 있으나 마나다. 제일 힘든 건 바퀴벌레와 진드기”라고 토로했다.

나 씨는 2년 전,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을 신청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보여준 집은 관리비가 10만 원이나 되는 곳이었다. 그는 “관리비는 주거급여에서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5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생계급여에서 내야 한다. 결국 그 집을 포기하고 지금도 진드기 나오는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고 성토했다.

나 씨는 “낡고 좁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가난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왜 자꾸 안 좋은 집에서 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구가 많이 병 들고 있다고 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날씨 때문에 집에서 더 위험해지고 얼어 죽는다”며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만들라고 이야기하러 (세종정부청사에) 갈 예정이다. 지구는 비싼 차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망쳤는데 우리는 차도 없고 에어컨도 없다. 기후위기시대, 공공임대 대폭 확충하라”라고 말했다.

한재각 조직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주거 빈곤층이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빈곤층이 사는 낡은 주택을 개선하는 일이다. 따라서 기후정의 요구의 가장 중심적인 슬로건이 ‘주거권 보장’”이라며 “에너지 문제는 주거권 문제와 닿아 있다. 누구나 따뜻하고 쾌적하며 환경적으로도 적절한 집에서 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상표 씨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송상표 씨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도 “발전소 폐쇄하고 기후정의 보장하라”

이번 파업의 핵심 요구 슬로건 중 하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조직위에 따르면 에너지 소비감축을 자본이 아닌 공공이 주도하는 것과 탈석탄·탈핵 과정에서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등 에너지 감축 전 과정에서 사회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을 ‘정의로운 전환’이라 일컫는다.

송상표 씨는 태안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송 씨는 “발전소 노동자도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국민과 생각이 다르지 않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발전소 폐쇄에 동의한다. 다만 우리의 고용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씨는 “정부의 (고용보장) 대책이라고는 재취업, 재교육 등 기존의 실패를 답습하는 재탕·삼탕 내용이 전부다. 발전소 노동자는 이미 많은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정부는 항상 똑같은 대책을 내놓는다”며 “정부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발전소 노동자를 만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라고 강조했다.

이이자희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이이자희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생태학살’ 일어나는 제2공항,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 ‘반대’

무리한 개발을 추진해 ‘생태학살’이 벌어지는 곳의 증언도 잇따랐다. 박찬식 제주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은 조류충돌을 막고 숨골을 보존하기 위해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라일보에 따르면 숨골은 ‘바위가 갈라진 틈을 따라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를 형성하는 통로’를 뜻한다.

박 위원은 “2공항 건설에 165만 평의 땅이 필요하다. 부지 일대에는 5개의 철새 도래지가 있다. 조류충돌을 예방하면서 조류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냐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또한 숨골을 막아버리면 제주도 지하수 양이 줄고 홍수 피해도 난다”며 “국가 예산을 낭비하면서 불필요하게 많은 환경이 훼손될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떤 답변도 못 하고 있다. 반드시 2공항 건설을 저지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이자희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 팀장에 따르면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는 설악산국립공원은 수많은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는 공간이다. 설악산은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등으로 지정된 곳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해당 사업에 조건부 협의를 해주면서 오색케이블카 건설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이 팀장은 “환경부가 펼치는 규제완화는 보호지역을 향하고 있다. 규제완화를 비롯한 각종 개발 사업의 모든 이익은 기득권이 보고 있다”며 “설악산국립공원의 풀 한 포기조차 건드리지 못하게 시민이 지켜낼 것이다. 모든 것을 멈추고, 뒤처지는 사람과 생물의 손을 잡기 위해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기후정의파업 당일인 14일에는 세 번의 집회와 세 번의 행진, 세 번의 단체행동이 계획돼 있다. 오후 2시, 세종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먼저 집회를 연다. 여기서부터 산업부와 정부종합청사 종합안내실을 거쳐 환경부와 국토부 앞까지 행진한다. 행진 중 도로 한가운데에서 일상을 멈춰 세우자는 의미의 단체행동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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