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불평등추모행동 5대 요구안 발표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과 주거취약계층 주거권 보장 촉구
9·24 기후정의행진, 10·1 세계 주거의 날 집중행동 등 투쟁 이어가

23일 오전 11시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서울시의회 앞 추모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23일 오전 11시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서울시의회 앞 추모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향해, 시민사회계가 기후재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지난 8일과 9일 내린 폭우는 기후위기를 실감케 했다. 또한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됐다. ‘반지하’에 사는 ‘발달장애인’이자 ‘기초생활수급자’와 ‘노동자’가 죽었다.

시민사회단체 177개(18일 기준)가 참여한 ‘불평등이 재난이다―재난불평등추모행동(아래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지난 16일부터 1주일 동안을 추모주간으로 선포했다. 추모주간이 끝나는 23일 오전 11시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서울시의회 앞 추모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요구안과 향후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 재난불평등추모행동 5대 요구안 발표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이 발표한 정책요구안에는 크게 5가지 내용이 담겨있다. △실효성 있는 탄소배출 감축 계획 마련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와 빈곤층의 주거 안정 보장 △노동자의 주거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이 그것이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지부장이 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지부장이 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없이는 이번과 같은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정부에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 수립을 요구하면서 “한국의 국제적 책임에 부합하도록,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40%에서 최소한 50% 이상, 나아가 70%까지 대폭 상향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녹지 확충 등을 통한 도시의 물순환 건전성 회복 △상습침수지역에 대한 침수방지 대책 마련 및 관련 인력과 예산 대폭 확대를 요구했다.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약 86만 가구가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하, 옥탑, 고시원 등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이번 폭우 이후 발표한 지하 가구 주거 상향 대책에서 매입임대주택의 연간 공급량은 5천 호로 유지하고, 전세임대주택의 연간 공급량만 8천 호에서 1만 6천 호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2020년 기준 5.5%(119만 호)에 불과한 전국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을 윤석열 정부 임기 내 1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폭우 참사는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의 필요성을 다시금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폭우로 주택 반지하가 침수돼 사망한 신림동 40대 여성과 상도동 50대 여성 모두 발달장애인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노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장애계는 발달장애인 돌봄 문제를 가족의 책임으로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해왔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발달장애인 생활실태 전수조사를 통한 서비스 지원과 재해 취약 상황 파악 및 지원 대책 수립 △발달장애인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낮활동지원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손에 든 피켓에는 “불평등이 재난이다!”라고 적혀있다. 사진 이슬하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손에 든 피켓에는 “불평등이 재난이다!”라고 적혀있다. 사진 이슬하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주거급여 수급가구가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이들은 “적정 품질을 갖춘 민간임대주택 평균 임대료보다 낮은 주거급여 기준임대료를 현실화하고, 주거급여 선정기준을 현행 기준중위소득 46% 이하에서 60% 이하로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임대주택과 주거비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며 “빈번해지고 심각해지는 기후재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기업의 일방적인 작업지시”를 정부가 금지할 것을 주문했다.

- “재난불평등 사회를 바꿔내기 위해 끈질기게 투쟁하겠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서울시와 정부에 정책요구안을 전달하고, 서울시장과 국토교통부 장관 면담을 촉구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얼마 전 오세훈 시장이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이번 참사를 예고한 것일지도 모른다. 층수 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개발을 가속화해 ‘콘크리트 서울’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기후정의에도 맞지 않고 사회적 약자들의 주거권 보장에도 맞지 않다는 것을 면담에서 똑똑히 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한편,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은 국회 토론회와 서명운동 등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지하주거 실태 및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를 열고, 다음 달 24일에는 기후정의행진을, 10월 1일에는 세계 주거의 날 맞이 집중행동을 열 계획이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 본부장은 “폭우 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발달장애인·빈곤층·노동자의 목소리를 모아 직접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재난불평등 사회를 바꿔내기 위해 끈질기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 손에는 정책요구안을 쥔 재난불평등추모행동 대표단이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한 손에는 정책요구안을 쥔 재난불평등추모행동 대표단이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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