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출근길 선전전 참여자 봉쇄한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15분 넘게 감금하고 신분증 강제 요구”
8일 을지로3가역 기자회견 이후 인권위에 진정
3일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이 선전전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서울교통공사에 의해 일시적으로 억류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장연은 4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아침 출근길 선전전 참여자들을 억류한 서울교통공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3일 오전 혜화역 출근길 선전전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장애인권리예산 스티커를 승강장 벽면에 붙이며 이날 선전전을 마쳤다. 매일 아침 선전전을 마무리하는 순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해당 스티커가 불법 부착물이라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경고 방송을 했다. 9시께 공사 보안관은 해당 행위에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며 선전전에 참여한 활동가와 시민을 둘러싸고 이동할 수 없게 봉쇄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선전전이 끝나고) 해산하려 했으나 공사는 신분증을 요구하며 활동가와 시민을 감금했다”고 말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봉쇄는 15분 넘게 이어졌다. 공사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과태료를 부과할 때까지 활동가와 시민이 이동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에 대해 선전전 참여자들은 “공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며 “경찰이 온다는 이유로 보안관이 우리를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9시 15분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선전전 참여자를 봉쇄하고 있는 공사를 향해 억류 해제를 요청했으나, 공사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과태료 부과를 이유로 활동가들이 이동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사실상의 감금 행위”라며 “서울시와 공사뿐만 아니라 이들의 부당한 명령 지시를 거부할 의무를 저버리고 장애인 차별을 조장하는 지하철 보안관에게도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서울교통공사가 행정 처분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마치 형사상 책임이 있는 위법 행위인 것처럼 취급하면서 활동가들을 위협적으로 감금했다”며 “선전전을 이런 식으로 압박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박미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3월 중 1·2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선전전 스티커를 붙인 행위가 철도안전법에 위반된다며 지난달 5일 서울시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한 바 있다. 서울시는 1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에게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했고,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를 받지 못한 박 사무국장에게는 같은 금액의 과태료를 재고지할 예정이다. 박 사무국장은 “의견 제출 기간이 끝났다는데 아직 (과태료) 통지받은 게 전혀 없다. 이걸 언론으로 확인하는 것이 맞느냐”고 항의했다.
전장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사와 더불어 장애인 권리를 외면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적 책임을 촉구했다. 박경석 대표는 “오 시장이 지난해 ‘휴전’을 제안하자마자 서울시는 전장연에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시위 중인 지하철 승강장을 무정차 통과했다”며 “우리가 붙인 건 불법 부착물이 아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사망한 이후 22년간 외친 기본권이 담긴 스티커다. 장애인의 이동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서울시는 22년간 지하철에서 죽어간 장애인들에게 사과하고, 전장연을 향한 ‘칼춤’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8시 46분께 박경석 대표가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선전전 스티커를 붙일 때마다 배재현 혜화역장은 경고 방송을 했다. “시민들의 쾌적한 지하철 이용을 위해 광고물 무단 부착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경고는 선전전이 끝난 9시 10분께도 수차례 반복됐다. 자신을 공사의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신분증 제시를 떳떳하게 하지 못할 정도면 활동가를 하지 말아야지”라며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을 도발하고 거친 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도 이날 활동가들이 인권위 진정에 필요한 공사 책임자들의 직책과 이름을 밝히라는 요구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전장연은 오는 8일 오전 을지로3가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에 이 문제를 인권침해 사안으로 진정할 계획이다. 오는 12일에는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과 탈시설 및 장애인권리예산 등을 두고 협의를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