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숨'

▲영화 '숨' 포스터.

수희가 내뱉는 '숨'은 마치 그녀 몸의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 울음 같다. 그 '숨'을 듣고 있으면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내면 깊이 감춰둔 그녀의 고독과 슬픔은 시종일관 계속되는 그녀의 침묵 속에서도 거칠게 뿜어져 나오는 '숨' 소리를 통해 드러난다.

영화 전체를 감싸고 도는 이 숨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가 돼 관객들에게 말을 건넨다. '숨'은 수희에게 존재를 이어나가는 수단인 동시에 수희의 언어인 셈이다. 

누구도 그 숨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기에 세상은 그토록 수희에게 폭력적이다. 그것이 수희에게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시설의 폭력이든, 시설의 폭력으로부터 수희를 보호하려는 쉼터 활동가의 선의든지 간에 수희라는 존재의 주인이 온몸으로 내뱉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모든 것이 폭력일 수밖에 없다.

함경록 감독의 영화 '숨'은 수희 몸, 수희의 숨소리, 수희의 눈빛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다. 수희의 동작들을 하나하나 쌓아올리며 전체를 구축한다. 

'숨'은 전북 김제에 있는 '기독교 영광의 집'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사건 그 자체를 영화화하기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수희의 감정을 그려내는 데만 집중한다. 시설에서 움직이는 수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시설의 면면과 비리들이 뒤따라 보일 뿐 영화 전체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수희가 느끼는 감정 그 자체를 포착하는데 바쳐진다.

그러므로 영화 마지막에 이르러 수희가 내뱉은 말은 소리 그 자체로서 세상을 향한 수희의 선언으로 들린다. 그것은 보호라는 미명아래 짓밟힌 그녀의 삶 저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진 울음이며, 경고이며, 저항이다.

▲영화 '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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