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대상자 10명 중 8명은 발달장애인
법정 정원에도 못 미치는 특수교사, 확충 필요해
“친구들 괴롭힘… 발달장애인에게 학교는 버텨야 하는 곳”
최근 유명 웹툰 작가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교권을 뒤흔든 사건’이라며 공분했다. 이 사건은 ‘특수교사-학부모 간의 갈등’처럼 비쳤다. 그 안에서 학부모는 ‘진상 민원인’이 됐고 발달장애학생의 ‘돌발행동’은 자극적으로 소비됐다. 이번 사건은 특수교육 현장에 오랫동안 누적된 어려움과 구조적 문제가 가시화된 것이었지만, 정작 책임 주체인 교육부와 교육청은 소환되지 않았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18개의 학부모, 교사, 시민사회단체는 7일 오전 10시 30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교사와 학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교육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35도에 육박하는 뙤약볕 아래에서 200여 명의 참가자들은 두 시간 가까이 자리를 뜨지 않고 그간 쌓인 울분을 토해냈다.
- [현장] 특수교육대상자 10명 중 8명은 발달장애인, 특수교사는 정원 부족
특수교육대상자는 등록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 15조에 근거해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 2022년 9월 발간된 교육부의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보면, 특수교육대상자는 10만 3,695명이다. 전체 학생의 1.8%를 차지하는 비율로, 특수교육대상자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장애유형으로 보면 지적장애가 5만 3,718명(51.8%)으로 압도적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자폐성장애가 1만 7,024명(16.4%), 발달지체가 1만 1,087명(10.7%) 순이다. 우리사회가 ‘발달장애’라고 분류하는 이들이 특수교육대상자의 10명 중 8명을 차지한다.
특수교육법 시행령 22조에 따르면 특수교사는 학생 4명당 1명으로 배치해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특수교사는 2만 5,924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교원 수는 2만 4,962명으로, 962명이 더 필요하다. 법정 정원도 못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교육을 지원하는 인력은 1만 4,466명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특수학교는 192개, 특수학급은 1만 2,712개가 있다.
정부 통계로도 특수교사 부족으로 인한 과밀학급 운영과 교실 1개당 특수교육지원인력 1명이 겨우 배치되어 있는 현실이 확인된다. 그러나 발달장애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교사 1명에 지원인력 1명으로는 실질적인 교육이 어렵다. 발달장애학생 1~2명당 1명의 인력이 붙어야 그나마 안정적인 수업이 가능하다.
- [증언] 발달장애자녀 둔 학부모, 발달장애인이 경험한 학교 현장은?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에서 활동하는 장누리 서울위원은 지적장애가 있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집 앞 일반학교 통합학급에 보내고 있다. 자녀가 수업에서 계속 배제되자 그는 특수교육지원센터에 통합수업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원센터로부터 들은 답은 충격적이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 통합수업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들은 대답은 어떤 교사가 제대로 하지 않는지, 그 교사가 특수교사인지, 담임인지, 과목교사인지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교육 시스템은 교사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왜 통합지원을 하지 않은 선생님을 제게 고발하라고 하십니까?
2학기 개학을 앞둔 저희 부모들은 두렵습니다. 선생님들의 고충을 정확히 알아버렸고 통합교육은 2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바닥이라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지금 당장 교육부는 서로 간의 혐오를 부추기지 말고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괴물로 묘사하고, 그의 부모를 악마화하여 단죄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들 또한 붕괴한 교육 시스템 속 피해자입니다.”
이번 사건이 특수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으로 비치는 사이, 정작 이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발달장애인이 경험한 학교는 어떤 공간이었을까. 김대범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학교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곳”이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저도 일반학교 특수학급을 다녔습니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 ‘빵셔틀’하고, 체육 시간에는 저 같은 발달장애인은 같이 할 수 없다고 빼놓고 했습니다. 진짜 싫어서 욕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넷플릭스 디피(D.P.)에 나온 조석봉 일병처럼 괴롭힘을 당하는 생활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가방 싸서 집으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학교는 버텨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 친구(이번 사건 당사자인 발달장애학생)에게도 그럴 것 같아요.”
김 활동가는 이번 사건으로 고통받고 있을 발달장애학생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도 전했다. “직접 네가 이야기하지 못하면 우리가 계속 같이 이야기 해줄게. 나도 학생 때 이야기 못했어. 나는 알아. 학교 다니기 너무 힘들었지? 더 이상 우리처럼 이런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가 바꿀게.”
- [요구] 교사 희생에 기대온 ‘독박 교실’, 이제 교육부가 책임져라
특수교육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물리적 통합만 이뤄질 뿐 질적 개선이 되지 않는 통합교육 현실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들은 교육부를 향해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최윤영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교육부에 열 가지 대책 마련을 제시했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현장에선 통합교육을 하라고 하는데 제대로 된 제도 없이 특수교사 개인 역량에 모든 것이 맡겨져 있다. 개인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통합교육은 통합이 아니다”라면서 “국가 예산을 투입해 차별 없는 통합교육 환경을 구축하라”고 요구했다.
《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열 가지 요구안 》
△도전행동 중재를 위한 생활지도 매뉴얼 제작 및 배포
△교육활동 중 신체적 지원에 대한 지침 및 가이드라인 제시
△학급당 학생 과밀 배치 금지 및 특수교사 정원 확대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신·증설
△교육청 및 관리자의 역할 명시 및 책무성 강화
△협력교사 지원 및 필요시 긴급 비정기전보 조치 실시
△교육활동 중 상해에 대한 치료비 지원
△학부모 책무성 강화
△병원 및 전문기관 연계 확대
△분리조치를 위한 공간으로 특수학급 활용 금지
이윤경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대표 또한 특수교사 확충을 요구했다. 이 대표는 “특수교육대상자뿐만 아니라 경계선 지능과 ADHD처럼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위해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를 배치하고, 전문교사도 배정돼야 한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초등만이라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교육부가 대안이라고 발표한 “각종 법령 개정, 소송비 지원, 가해자 처벌, 민원 차단은 문제의 원인을 학부모와 학생에게 돌리고 책임을 전가하는 비겁한 술책”이라면서 “문제의 핵심은 학교가 교육기관으로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의 부재와 책임자의 부재”라고 꼬집었다.
지석연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서울지부장은 작업치료사로서 26년간 장애아동, 청소년의 일상생활, 학교 참여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해왔다. 지 서울지부장은 외부 전문가로서 학교와 협력할 때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교사 개인이 관리자를 설득하거나, 부모가 교사를 설득하거나, 외부전문가가 자원봉사를 하는 등 개인의 노력과 희생이 있어야만 겨우 움직이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업치료사는 국제적으로 규정한 자격을 인증받았기 때문에 저희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들, 외국인학교의 외국인 학생들을 지원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한국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법을 따릅니다. 소위 선진국에선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는 체계가 있어서 그 절차를 따르는 노력만 하면 됩니다. 교장선생님을 설득할 필요 없이 이미 학생 지원을 위한 팀이 구성되어 있으며, 없는 지원을 만들어 내기 위한 부차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학생, 교사, 가정을 연계하는 체계가 필수적인데, 현재 대한민국 교육부에는 이러한 체계가 부재합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18개 단체는 “한정된 예산과 시스템의 부족으로 교육현장은 교사 혼자 책임져야 하는 ‘독박 교실’로 운영되었으며, 특수교육 현장은 고군분투한 교사의 헌신으로 이뤄져 왔다”면서 “이제 이 짐을 교육부가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특수학급 중심의 분리교육이 아닌 통합학급 중심의 큰 변화를 위한 교육시스템 개혁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들은 연석회의를 통해 교육시스템 개혁을 위한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