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10명 중 1명은 시설에 살아
‘죽임당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애도는 없는 사회
발달장애인이 직접 나서 탈시설 투쟁하는 역사 만들 것
* 이 발언문은 7일 열린 ‘아시아 탈시설 권리 증진을 위한 국제 간담회’에서 발표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 박경인입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아래 피플서울센터)라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발달장애인입니다. 미혼모 시설에서 태어나 23년 동안 시설에서 살았고, 5년 전에 자립했습니다.
한국에는 약 2만 8천 명의 장애인이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적게는 30명, 많게는 200명, 300명이 하나의 시설에서 생활합니다. 이 중의 80%에서 90%는 발달장애인입니다.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2,823명(사회복지시설일람표, 보건복지부, 2022년)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저처럼 발달장애인일 것입니다. 한국의 발달장애인은 25만 명으로, 발달장애인 10명 중 1명이 시설에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병원이나 요양원에 살고 있는 사람은 7만 명입니다. 시설에 살고 있는 정신장애인 중 70%(정신장애인인권보고서, 국가인권위원회, 2021년)는 가족이나 주변인에 의해 강제입원 되었고, 입원한 사람 중 50% 이상은 10년 이상 입원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50% 이상이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또 많은 발달장애인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발달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거주시설이나 정신병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신적 장애인으로, 정확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멋지고 끈질기게 투쟁하는 주체는 바로 장애인입니다. 한국의 장애인운동은 지난 20여 년 동안 힘차게 투쟁했습니다. 엄청난 성과와 변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7년 정도 되었습니다. 또한 발달장애인이 대중에게 우리 입장을 알리거나, 발언을 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투쟁 현장에서도 발달장애인은 ‘듣는 사람’이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우리를 지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것은 어렵다’,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이다’ 같은 것들은 우리를 지원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2022년 한국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일 중 하나는, 발달장애인을 양육하는 부모가 발달장애인인 자녀를 죽이고 자살한 사건입니다. 무려 약 10건의 죽음이 기사에 나왔습니다.
시설에서 발달장애인이 학대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사건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때 이야기되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우리를 돌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불쌍한가’를 말합니다. 죽임을 당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애도는 없었습니다.
한국은 장애인을 돌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시설 보호가 당연하다는 인식이 높습니다. “시설에서 계속 살고 싶기를 원합니까?”라고 발달장애인에게 묻지 않습니다. 사실 시설에 들어갈 때도 묻지 않아요.
저는 피플서울센터에서 활동합니다. 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이기 전에 사람으로 인정해 달라고 외치는 발달장애인운동입니다. 저는 피플퍼스트 활동을 하기 전에 비장애인 사회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하거나, 리더로서의 경험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피플서울센터에서 활동하면서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해낸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피플서울센터는 7명의 발달장애인이 활동하고 있고, 이 중 4명이 탈시설한 장애인입니다. 탈시설한 발달장애인들과 탈시설을 지지하는 발달장애인 동료들이 모여, 우리는 탈시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저는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공동대표가 되었습니다.
신체장애인은 스스로 탈시설을 위해 투쟁한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당사자가 나서서 탈시설을 외치기 어려웠습니다. 나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나서서 탈시설-자립생활을 만드는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휠체어 타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지시를 하거나 우리를 낮게 보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나는 발달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투쟁의 현장에는 왜 지체장애인들만 앞에 나오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기껏해야 시설에서 그룹홈으로 가면 성공한 자립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의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의 대표로 탈시설한 당사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지역에 간담회를 가면 신체장애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시설에서 나올 때 많이 힘들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탈시설하고 자립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발달장애인은 자립이 아니라 가출이나 탈출처럼 시설을 나옵니다.
그래서 다른 발달장애인들이 앞으로 저보다는 쉽게 탈시설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내가 잘나서나 못나서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박경인을 바라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로 인해 시설에서 살며 자립을 고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조금이라도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자리에 서는 게 두렵지만, 나는 먼저 나온 사람이니까, 내가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느리지만 천천히 한 발짝씩 나아가, 시설에서 살았던 친구들과 함께 동네에서 살고 싶습니다.
시설은 평생 살아야 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에 나와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곳입니다. 비장애인 아동들은 시설에 살다가도 성인이 되면 자립을 준비합니다. 그러나 시설에서 아동기를 보낸 장애인은 성인이 되어도 계속 시설에 살거나, 전혀 모르는 시설로 보내질 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발달장애인의 목소리로 알리고 싶습니다.
탈시설해서 자립해 산다는 것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기회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