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지하철 투쟁 이후, 늘어난 조롱과 혐오의 댓글
기사 해석뿐만 아니라 ‘기분’에 영향 미치는 댓글
환멸에 기여하는 댓글, 언론의 책임은 없을까

‘댓글폐쇄’라는 글자 옆에 폭발하는 그림이 있다. 
‘댓글폐쇄’라는 글자 옆에 폭발하는 그림이 있다. 

- 전장연 지하철 투쟁 이후, 늘어난 조롱과 혐오의 댓글

혹시 눈치채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7월 17일, 비마이너는 모든 기사의 댓글창을 폐쇄했습니다.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일입니다. 사실 비마이너 홈페이지에는 댓글이 많이 달리는 편이 아니었는데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지하철 투쟁 이후 조롱과 혐오의 말들이 댓글창을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탈시설 기사에는 탈시설에 반대하는 이들이 ‘중증발달장애인의 자립능력 없음’을 강조하는 댓글을 남기고 갔습니다. 아침에 출근했을 때, 그리고 생각나면 틈틈이 댓글창을 살피며 조롱과 혐오의 말들, 활동가에 대한 인신공격을 지우는 것이 제 오랜 일과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댓글창을 닫으면 되지 않을까’하는 물음이 들었습니다. 비마이너는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튜브 전장연 지하철 타기 투쟁 영상에도 악플이 너무 많이 달려 댓글창을 닫은 지 오래입니다. 페이스북 경우엔 댓글 쓰기 제한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 기사를 발행할 때마다 댓글 제한 기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악플도 발견되는 즉시 삭제합니다.

하지만 SNS 댓글창을 차단하는 것과 홈페이지 기사 댓글창 자체를 닫는 것은 어쩐지 무게감이 다른 거 같았습니다. 독자들과의 소통, 공론장 형성, 표현의 자유와 같은, 언론사 댓글창을 상징했던 여러 단어가 댓글창 폐쇄를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악플을 마주하고 지우며 ‘내가 독자들의 목소리를 편집하여 남기는 것은 아닌지’ 검열하기도 했고, ‘이 정도는 남겨도 되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직접적인 욕설을 사용하진 않아도 우회하여 슬쩍 조롱하는 댓글, 긴가민가하게 기분 나쁜 댓글, 정중한 물음표를 단 비아냥을 마주할 때는 매번 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됐습니다. ‘만약 이 댓글 쓴 사람이 왜 삭제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그 답이 명료하게 떨어지지 않으면 못 본 척 남겨두기도 했습니다.

비마이너 홈페이지에 달린 악플 중 일부를 캡처한 이미지. 같은 아이피 주소를 가진 사람이 여러 개의 댓글을 남겼다.
비마이너 홈페이지에 달린 악플 중 일부를 캡처한 이미지. 같은 아이피 주소를 가진 사람이 여러 개의 댓글을 남겼다.

- 비마이너가 댓글창을 폐쇄한 이유

그런데 왜 결국 비마이너는 댓글창을 폐쇄하게 되었을까요. 사실 결정적인 계기는 없습니다.

언론사 댓글창을 상징했던 독자들과의 소통, 공론장 형성, 표현의 자유와 같은 말들이 시효를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댓글에는 ‘비마이너 잘 읽고 있다’는 독자분들의 소중한 응원도 있었지만, 그보다 악플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기사를 꼼꼼하게 읽고 비판하는 것이 아닌 혐오와 조롱으로 점철된 말덩어리들이었습니다. 또한 오늘날엔 홈페이지 댓글이 아니더라도 본인 SNS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공론장을 형성하여 충분히 의견 표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뉴스 댓글을 읽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기사 내용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84%)’”(〈포털 댓글창, 지켜야 할까 떠나보내야 할까〉, 시사인, 2023.7.13)라고 합니다. 즉, 댓글은 기사 해석에 영향을 미칩니다. 독자가 스크롤을 내렸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댓글은 독자의 기사 해석뿐만 아니라 ‘기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악플을 보면 자연히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요. 이러한 것에 비마이너 독자들을 계속 노출시키는 게 적절한지, 이러한 책임에서 언론사는 완전히 무관해도 괜찮은지 거듭 묻게 되었습니다.

비마이너 기사 상당수는 ‘투쟁하는 내용들’입니다. 이는 우리사회 민낯을 고발하는 목소리이기도 해서 비마이너를 지지하는 독자분들은 ‘아니 세상에, 우리사회가 이렇게 엉망이라니. 정부는 대체 뭐 하는 거야’라고 많이 분개하십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그다지 높지 않죠. 그런데 여기에 혐오와 조롱까지 달린다면 어떨까요. 댓글을 쓴 익명의 개인에게, 나아가 사회에 환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댓글 쓰는 이들은 극소수이고, 그들이 많은 댓글을 쓴다고 합니다. 즉, 댓글은 우리사회 아주 극소수의 목소리이지 전체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비마이너 기사를 편집하며 늘 경계하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문제를 선과 악, 피해와 가해로 이분화하는 단순한 구도에 놓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구조의 문제를 놓치지 않으며, 오늘날의 열악한 사회구조를 폭로하고 저항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힘있게 보도하여 더 나은 사회를 견인하는 데에 비마이너 기사가 역할하길 바랍니다. 그런데 조롱과 혐오로 점철된 댓글이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대한 환멸에 기여한다면, 언론사 홈페이지 댓글이 기사의 연장이 되고, 여기에 언론사의 책임이 무관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면, 모든 피드백을 다 통제할 수는 없겠으나 비마이너 홈페이지에 있는 댓글창이라도 폐쇄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7월 17일, 비마이너는 홈페이지 모든 기사의 댓글창을 닫았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비마이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