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장애인당(當) 공동대변인 기고③
장애인들과 일상에서 함께하는 모습이 당연한 사회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 권리에 투표하면 가능합니다.

탈시설장애인당(當) 로고 
탈시설장애인당(當) 로고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 파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고 전시를 기획하는 예술 활동을 하면서, 노견을 돌보며 살고 있는 박채달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탈시설장애인당(當) 공동대변인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2023년 초에 비마이너를 통해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인권 운동과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운동 등 다양한 활동들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유언을 만난 세계』, 『노란들판의 꿈』 등의 여러 책을 읽으며 꾸준히 관심을 키웠습니다.

2023년 3월 전시 기획차 한국에 가게 되었는데요, 사실 저의 목표 중 하나는 지하철 선전전에 꼭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선전전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선전전에 참여하면서 제가 매일 쓴 시를 읽을 기회도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에게는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연대와 투쟁의 중요성, 그리고 그 의미를 몸소 깨닫게 되었고, 지금은 작은 행동들도 큰 변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2023년 3월, 혜화역 아침 선전전에 참여한 박채달 씨(가운데)가 장애인 활동가들과 “투쟁”을 외치고 있다. 목에는 “장애인도 시민입니다. 시민의 짐, 혐오정치철폐”라고 적힌 리본을 메고 있다. 사진 강혜민
2023년 3월, 혜화역 아침 선전전에 참여한 박채달 씨(가운데)가 장애인 활동가들과 “투쟁”을 외치고 있다. 목에는 “장애인도 시민입니다. 시민의 짐, 혐오정치철폐”라고 적힌 리본을 메고 있다. 사진 강혜민

저는 파리에서 꽤 오랜 기간 살면서,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며 종종 시각장애인과 마주쳤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휠체어에 탄 장애인과 일상적으로 만났으며, 길가에 자주 다니는 장애인전용 택시로 이동하는 장애인들을 봐왔는데요. 이들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어울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풍경이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저는 최근 프랑스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하는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참여 작가님 중 중증장애를 가진 작가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저희와 마찬가지로 한 작가로서 사진, 조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렇듯 제가 여기서 경험한 당연한 일들은 모두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2022년 장애인 관련 예산은 560억 유로, 즉 81조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장애인 자립생활 관련 예산만 380억 유로, 즉 54조 8,340억 원이었습니다. 또한 2023년 4월 프랑스 정부는 2조 1,645억 원에 해당하는 15억 유로를 장애인 이동권 예산으로 추가했고, 2024년에는 전동 및 수동 휠체어가 100% 환급됩니다. 한국보다 장애인 인구가 두 배 많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2024년 장애인 관련 예산 5조 14억 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누구든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사회는 마땅한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장애인이 주저 없이 시설에서 나올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일상에서 조화롭게 함께 생활하는 것이 놀랍거나, 신기하거나, 신경조차 쓸 일이 아닐 만큼 당연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든 지역사회에서 함께 생활할 권리가 있습니다. 어떠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저는 탈시설을 지지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탈시설장애인당이 제안하는 장애인 권리에 투표해 주십시오. 우리 동네 국회의원 후보 유인물에 ‘탈시설’이라는 단어의 공약이 있는지를 꼭 살펴서 투표해 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필자 소개

박채달. 프랑스 파리세르지 예술학교 및 르 아브르 문학창작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파리 Collectif Nest 공동 창단자이자 회원이며, Anne-Laure Buffard 갤러리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Montagne〉와 〈On verra, On y est〉 공동 저자이고, 프랑스 Jeune Création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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