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소결정 이뤄진 종합적 상황 고려해 판단해야”
“장애인들, 지원주택에서 더 나은 복지서비스 제공받아”
최근 무연고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 결정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인권침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ㄱ씨는 사회복지법인 프리웰이 운영하는 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했다. 이 시설은 서울시의 탈시설 5개년 계획에 따라 2018년부터 탈시설을 준비했다. 시설은 2019년 11월 퇴소위원회를 열어 무연고 중증장애인 7명을 포함해 중증장애인 9명을 탈시설시켰다. 장애인들은 현재 서울시 지원주택에서 살고 있다.
이에 대해 ㄱ씨는 그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 향유의집 원장을 인권침해로 진정했다. “중증장애인을 강제퇴소시킨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진정은 2020년 4월 기각됐다. ㄱ씨는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인권위 행정심판위원회는 같은 해 6월, 기각을 재결했다. ㄱ씨는 또다시 불복해 인권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ㄱ씨는 소송에서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기존 시설 생활보다 더 나은 삶을 산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변경된 거주지에서의 삶을 선택한 사실이 없으며, 일반인과 같은 기준으로 (장애인을) 판단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0일, 법원은 의사표현을 하기 어려운 무연고 최중증발달장애인의 퇴소 결정에 대해 “장애인의 동의가 없었다고 곧바로 퇴소 결정이 인권침해라고 볼 순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퇴소결정이 이뤄지게 된 정책적 배경, 구체적인 퇴소 경위나 과정, 장애인에게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 여부, 퇴소 전후 장애인의 복지 수준, 그 밖의 전후 사정 등을 살펴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시설 측은 서울시의 계획과 정책을 기반으로 2018년부터 탈시설을 준비하고 1년 5개월에 걸쳐 장애인들에게 수차례 설명회와 간담회, 교육 등을 통해 지원주택에 관한 설명을 했다”면서 “중증장애인이 그 설명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는 있으나 완전히 불가능하다고까지는 보이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설령 불가능하더라도 서울시와 SH공사도 지원주택 입주자 심사 과정을 통해 입주 적합성을 판단하였고, 활동지원서비스 등 서비스 연계가 완비된 후 퇴소 결정이 이뤄졌다”며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시설 퇴소를 인권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중증장애인들이 지원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후, 이전에 비해 비교적 쾌적한 환경(1인실)에서 1:1 개별 지원을 받게 됐다”면서 활동지원 24시간 등 지역사회에서 더 나은 복지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고도 밝혔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언급하며 탈시설 권리를 명시하기도 했다. “서울시 탈시설조례가 위헌”이라는 원고의 주장에는 “그와 같이 볼만한 근거는 없다”고 짚었다.
ㄱ씨는 항고하여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향유의집은 2021년 4월 모든 거주인을 탈시설시키고 폐지됐다.
한편, 지난 10일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국회에서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며 토론회를 열었다. 해당 토론회에선 또다시 불법 촬영된 향유의집 탈시설 중증발달장애인들의 사진, 퇴소동의서 등이 무단 공개되어 장애계가 강하게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