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오슬로 노벨위원회 찾아가
“장애인 권리 증진에 앞장선 전장연에 노벨평화상을”
[편집자 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이 유럽 도시에서 투쟁을 벌인다. 40여 명의 장애인·비장애인으로 구성된 특사단은 8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노르웨이 오슬로,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를 순회하며 한국의 장애인권리약탈 현실을 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으로 모든 시설을 폐쇄한 노르웨이, 나치의 장애인 대량 학살 프로젝트 ‘T4 작전’이 시행된 독일 베를린, 패럴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
전장연은 14박 15일 동안 매일 아침 유럽의 출근길 지하철에서 포체투지(기어가는 오체투지)를 하고, 3개국의 한국대사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인다. 또한,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자립생활‧탈시설권리와 관련한 주요 단체와 전문가들을 만나 장애인 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비마이너는 현지에 파견한 기자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장 상황을 전한다.
《 19일(월), 노르웨이 오슬로 》
오전 8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오전 10시, ①노르웨이 발달장애인협회(NFU) 면담 ②문화청 면담
오후 2시, ‘노벨평화상 후보 전장연! 시민불복종행동을 통해 평화로!’ 기자회견, 노벨위원회 앞
오후 5시 30분, 24시 농성장 저녁 문화제, 주노르웨이한국대사관 앞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이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노벨위원회 앞으로 찾아가 “한국정부의 탄압과 폭력에 맞선 시민불복종 행동을 결코 포기 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19일 오후 2시(노르웨이 현지 시간), 노벨위원회 앞에서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으로 파견된 전장연 활동가 4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1년 12월 출근길 지하철 행동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은 전장연은 20여 년 넘게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권리를 외쳐온 대표적인 진보적 장애인운동단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월, 전장연은 당시 장혜영 녹색정의당 국회의원 등의 지지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 이날 활동가들이 찾아간 노벨위원회는 노벨상 수상자 선정과 관련한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노벨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전장연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조한진 대구대학교 대학원 장애학과 교수의 이야기가 대독됐다. 서신에서 조 교수는 “전장연이 다시 서울 지하철 탑승 시위에 나선 2021년, 한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31%였다. 이는 시내버스에만 해당하는 수치로, 농어촌버스와 마을버스까지 포함한다면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26%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정류장에서 장애인이 버스를 기다린다면 3대는 탈 수 없고 네 번째 버스만 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그는 “만약 비장애인이 이렇게 3대의 버스를 그냥 지나쳐야 한다면 참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장애인은 왜 그걸 참아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이동권은 인권의 일부로, 그 권리를 누리기 위해선 인간이기만 하면 된다”면서 “인간의 기준에 장애인이 포함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교통수단과 시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 보장돼야 한다. 이러한 불평등과 부정행위를 시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며 한국에서 장애인 이동권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몸소 보여왔다”면서 “전장연의 외로운 투쟁을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 전장연이 노벨평화상을 받는다면,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미온적인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의 투쟁에 대해 ‘불법·폭력 시위’라고 낙인찍으며 강하게 탄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전장연은 4년째 매일 아침 8시, 혜화역 출근길 선전전을 하며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권리약탈 현실을 사회에 알리고 있다.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평화적인 침묵 선전전이라도 단 1초도 허용할 수 없다며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을 앞세워 장애인 활동가들을 매일 아침 폭력적으로 끌어낸다”면서 “그들의 폭력에 나는 오른쪽 어깨를 심하게 다쳐 통증에 시달리고 전동휠체어는 계속 망가지고 있으며, 나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수없이 체포당하는 상황을 반복해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오 시장은 중증장애인은 거주시설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며 거주시설 강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존재로 낙인찍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감옥 같은 거주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 이러한 한국 상황을 알리기 위해 오슬로에 왔다”고 전했다.
이혜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노르웨이는 1990년대부터 모든 장애인의 탈시설이 법적으로 보장된 나라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여전히 탈시설을 반대하며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최근 서울시에선 탈시설조례를 폐지하는 참담한 일이 일어났으며, 경기도에선 탈시설조례 제정을 시도했으나 결국 만들어지지 못했다”고 분노했다.
이 활동가는 “노벨상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수여한다고 알고 있다.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해 이바지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에게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것”이라면서 전장연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