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로 저항 의사를 표시하는 것 곤란한 상태"
장애인 대상 성범죄 엄벌 의지

▲지난해 8월 여성가족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하는 참가자.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사건에서 '항거불능' 상태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청각장애아 성폭행 사건에서 재판부가 장애아의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지 않아 무죄판결을 내렸던 것과 대비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지난달 26일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김아무개 양(지적장애인 3급, 15세)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로 기소된 정아무개 씨(27)와 박아무개 씨(23)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김아무개 양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지능지수로 성에 대한 기초적 인식이 없고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피해자가 성관계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항하거나 거부감 등을 표현하지 않았다 해도 정신장애로 인해 저항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곤란한 상태였음이 인정되며, 이들은 이와 같은 항거불능 상태를 악용해 김 양을 성폭행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김아무개 양이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겪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는 데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으나, 정 씨 등이 김 양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4일 장애인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일 경우에만 성폭행으로 인정하는 조항이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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