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아사카 유코, 다테이와 신야 등 집필…장총련 번역 출간
"장애는 복지 대상이 아닌 지혜가 창출되는 현장"
『생의 기법』은 장애인 스스로의 정체성 확립과정과 자립을 향한 노력, 사회편견에 맞서는 용기와 삶을 개척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생의 기법을 체득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장애인 자립생활과 관련한 사례를 중심으로 작성돼 있다. 다테이와 신야, 오카하라 마사유키, 오나카 후미야 3명의 사회학자와 장애인당사자인 아사카 준코가 공동집필했다. 1990년 출간됐으며, 한국어 판 번역은 정희경 씨가 맡았다.
역자 정희경 씨는 “교토에서 공부 중 10년 전에 봤던 책인데 이번에 자립생활운동에 동참하던 차에 한국에서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번역을 주도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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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짧은 강연을 한 다테이와 신야 씨는 “1985년에 골성형부전증의 장애를 갖고 있는 아사카 준코 씨를 통해 중증 장애인들이 집과 시설에서 나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사회운동은 지금의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운동인데 장애인도 장애를 부정하는 이 사회에 부정하고 비판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이 책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테이와 씨가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당시 일본 사회에서 장애인 복지에 관한 책은 있었지만, 장애인 자립생활운동이나 장애인운동의 역사를 다룬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이 시설에 종사하기 때문에 시설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책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장애인당사자와 사회학자들이 모여 자료를 수집하고 책을 내게 된 것.
책은 아사카 준코의 생애와 장애인들이 왜 시설에서 나와서 생활하려 하는지, 가족과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가족을 떠나 지역에서 살려고 하는지에 대해 상세히 보여준다. 또한 활동보조인과 이용자 사이의 문제점, 동료상담과 자립생활프로그램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다테이와 씨는 “이 책이 나온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일본이라는 나라가 많이 바뀌진 않았다”며 “현재 일본사회에서도 이 책은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장총련은 자신들의 첫 출판서적인 『생의 기법』을 시작으로 매년 출판하는 서적 매출액의 10%를 한국장애인재단에 기부, 장애인나눔을 위한 기부에 앞장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금은 전액 장애논문지원기금으로 기부하고, 장애를 주제로 한 연구 활성화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장총련은 앞으로 장애사회학 관련 도서를 연속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저자인 다테이와 씨와 일문 일답이다.
- 1. 책 소개에 보면 생존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생존학과 장애학의 차이는 무엇인가?
생존학이 학문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일본 문무성에 계획서 낼 때 만들어진 이름인데 장애를 복지가 아닌 사회학적으로 접근하자는 의미다. 병이나 늙음, 장애 등 뜻대로 되지 않는 신체와 함께 사는 것, 그것은 복지나 의료의 원조대상이기 전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이며 사는 지혜와 기술이 창출되는 현장이다. 그 사람들의 경험이나 이야기를 모으며, 사회와의 연관을 해석하여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구상하여 바람직한 사회를 실현하는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생존학’이라 할 수 있다.
2. 이 책 이후에 일본에서 나온 자립생활운동에 관한 책은 무엇이 있나?
사실 이 책은 사회복지학 하는 사람에게 교과서적인 책이다. 이 책 이후에 장애학에 초점을 맞춰 1년에 한두 편씩 출판되고 있다. 장애인운동의 역사만을 주제로 나온 책들도 있다. 사회복지학과 장애학에 대해 관심이 늘었고 사회복지학계도 그 부분을 인정해 이 분야의 책들에 상을 주고 있다.
3. 현재 일본의 장애인운동이 힘든 시기라고 하셨는데 일본 장애인운동의 현 쟁점은 무엇인가?
2006년 시행된 장애인자립지원법은 작업장에 취업한 장애인이 작업장 이용료를 10% 내야 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위헌이라고 재판을 벌이기도 하고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작년에 민주당이 진보적 정권을 내세우면서 정권 잡으면 장애인들에게 이 법을 폐지하겠다고 공약을 했다. 민주당 측에서 법 폐지를 위해 모임을 만들었고 장애인당사자 몇은 그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민주당이 자민당과 협약을 해서 (폐지가 아닌) 수정안만 의회에 넘겨놓은 상태다. 장애인들이 현재 그 부분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 복잡한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