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권 논의 없는 정치개혁 개헌은 의미 없어
성소수자, 청소년, 이주민, 장애인권단체 모여 개헌 논의
헌법에 소수자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명시되어야

‘소수자 인권과 평등권을 위한 헌법개정 과제'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발표자들. 왼쪽부터 초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임선영 이주인권셋 대표,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사진 이재민
‘소수자 인권과 평등권을 위한 헌법개정 과제'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한 발표자들. 왼쪽부터 초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임선영 이주인권셋 대표,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 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사진 이재민

다가올 개헌 논의를 앞두고 다양한 소수자 인권 단체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8일 ‘소수자 인권과 평등권을 위한 헌법개정 과제’ 토론회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시민주도 헌법 개정 전국네트워크(아래 시민개헌넷)’는 시민사회에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개정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와 의견이 보장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들이 모인 연대 조직이다.

시민개헌넷에는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을 비롯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다양한 소수자운동 단체들이 참여 중이다.

이지현 시민개헌넷 사무처장은 “(탄핵 정국에서) 소수자의 인권과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힘차게 밝히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며 “시민적 권리와 국가의 의무, 책임을 규정하는 헌법 개정을 논하지 않고는 사회개혁이 이뤄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 이 자리에 기대를 보낸다”라고 인사의 말을 전했다.

사회를 맡은 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차별금지와 평등권의 문제가 정치개혁하고 떨어질 수 없는 문제”라며 “정치 개혁들이 평등권과 분리되지 않고 이야기될 수 있는 논의를 저희가 먼저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토론회의 포문을 열었다.

성소수자 권리, “이미 헌법상 인정됐지만 불필요한 논쟁 계속”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보수 개신교나 국민의힘은 (동성결혼 등을) 다 헌법위반이라고 주장을 하지만, (현행법상)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들이 위헌이라고 판단된 사례들이 있다”라고 밝혔다.

박 공동대표는 “헌법위반이라는 시비들이 남은 상황에서 헌법이 성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명확한 규정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고 법과 정책을 만들 수 있는 확실한 근거”라며 “개헌에 성소수자의 권리를 포함시키는 것은 성소수자의 인권 진전에 있어서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권리, “보호받는 존재로만 묘사돼”

이어 수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헌법에) 연령 차별 금지가 명시돼 있지 않고 어린이나 청소년은 보호받는 존재로만 묘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영 활동가는 헌법의 나이주의와 보호주의에 대한 해체를 강조하며, 선거와 국민투표에 대한 연령제한에 대해 “사실상 청소년을 헌법 공동체 밖에 두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헌법 개정에 대한 투표권은 국회의원 선거권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은 헌법 개정 과정 자체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주민 권리, “국제법이나 조약에 위임”하며 문제 발생

임선영 이주인권셋 대표는 “헌법에서 외국인이 국제법과 조약에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위가 인정된다고 규정하다 보니까 외국인의 기본권에 대해서는 헌법 자체가 아니라 국제법이나 조약에 위임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대표는 헌법의 평등권 조항에 인종 등을 명시하고, 헌법에 독일이나 프랑스와 같이 국제법이나 협약이 국내법보다 우선한다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처럼 기본권을 해석할 때 국제 법규를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권리, “보호 대상, 신체장애인 중심”에서 벗어나야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초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헌법에서 “장애인을 보호 대상으로, 심지어 신체장애인만 포함하고 있다”며 “능력주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에 장애와 관련된 조항은 제34조 5항뿐으로, “신체장애자 및 질병, 노령, 기타 사유로 생활 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만 명시되어 있다.

초록 활동가는 평등권 조항에 장애를 추가하고 차별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구제조치 의무를 부과할 것을 주문하는 한편 제34조를 신체장애자가 아니라 장애인으로 확대하고 보호가 아니라 권리 보장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시민개헌넷이 주최한 네 번째 토론회로, 시민개헌넷은 지방선거제도 개혁, 생명안전기본권, 정보기본권을 주제로 세 차례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시민개헌넷은 오는 25일 정치적 기본권과 남녀동수 명문화를 골자로 한 다섯 번째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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