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발달·과잉행동·언어 장애인은 잠정적인 폭력유발자?
지난 2월 18일 복지부가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일단 관련 부서가 아님에도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선 것도 영 마뜩잖다. 지금까지 공무원들이 보여준 모습이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며 해당 부서로 보내는 일이 허다했다. 마치 탁구공을 치듯이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했던 모습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적잖이 놀랍기도 하다.
우선 교과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살짝 보강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발표는 한 마디로 '어이없음'이다. 학교폭력의 원인이 정신질환에 있다고? 그것도 인터넷이나 게임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이고 영·유아의 경우 조기발견을 통해 이를 개선해 가겠다는 말은 설득력도 없고, 논리도 갖추지 못했다. 원인은 두고 엉뚱한 진찰을 해 엉뚱한 결과를 내놓은 꼴이다.
그것도 부모들에게 직접 설문을 받아 진단해서 전문치료기관과 연계한다는 발상이 제대로 된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의심이 갈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한 관계기관의 담당인력들의 머리를 검사하고 싶은 생각이 불끈불끈 일어난다.
영·유아에게 발달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과잉행동장애 검진을 하고, 청소년들은 불안장애, 우울증, 인터넷 중독 등에 대해서 검진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발달장애, 지적장애, 언어장애,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폭력의 주범으로 인정하겠다는 말인가?
이 말은 병과 장애도 구분하지 못하는 뇌구조를 가지고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는 말인데 이것부터 개선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도대체 학교폭력의 원인을 두고 이따위 발상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학교폭력은 환경에 의한 것이다. 학교환경, 사회환경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지 개인들의 병력을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현재 학생들 다수를 폭력의 예비가해자로 본다는 말이고 이는 그들을 색출(?)해 격리시켜 학교를 안정화 시키겠다는 발상이라고 보인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부모가 자식을 소위 ‘정신병’이 있다고 손들고 이야기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고발정신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그렇게 확신하고 대처방안이라고 내놓을 것이면, 복지부 모든 공무원이 집에 가서 그 설문으로 자식들을 점검해보고 이야기를 해보라.
학교폭력은 환경의 문제와 학습효과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가정환경을 문제 삼는 예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학습효과라는 것은 어른들에 의해 벌어지는 사례라 할 수 있는데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작은 폭력(체벌)들이 비틀어져 표현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환경적인 문제는 물질 만능이 가져오는 현상에 교육환경이 더해지면서 성적과 경쟁, 순위로만 가치를 인정하는 구조에서 일탈하는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모든 폭력은 사회구조의 문제로 보고 판단하고 접근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답을 만들어 그것을 해결하겠다는 식의 땜질로는 문제에 접근조차 하기 어렵다. 그런 식의 대책이라면 이 나라에 인터넷산업을 폐하고, 게임 산업도 규제를 강화하거나 그 자체를 사라지게 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되는 것 아닌가. 자신들이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대책은 엉뚱하게 내놓으면 누가 그것을 적절한 조치라고 인정할 수 있단 말인가?
한 개그 프로그램의 버전으로 이야기하면 이렇다. ‘학교폭력 문제 답 내기 어렵지 않아요.~ 일단 원인을 찾아보면 돼요. 인터넷이라고요? 게임 때문이라고요? 그럼 폭력의 원인이 나왔어요~~, 그것에 따른 대책을 마련할 요량이면 지금부터 인터넷을 비롯한 진화해가는 통신기기들도 모두 땅에 묻어버리고, 게임이 유해함이 드러났으니 모든 게임 개발자와 업체도 문을 닫게 하면 돼요~~
그리고 담배와 술 역시 문제가 되는 만큼 이 나라를 청정지역으로 선포해 술과 담배는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고, 개인이 소지하는 것조차도 철저하게 막아야 해요~~ 그렇게 하면 폭력은 사라지지 않을까요? 대책이라고 내놓을 거면 이 정도로 스케일도 좀 크고, 원인에 대해 딱 맞아떨어지는 내용은 담아야지 목에 힘도 좀 주고, 어깨도 들썩이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복지부 이야기대로 하자면 지적장애와 발달장애, 그리고 과잉행동장애,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잠정적인 폭력유발자다. 그들이 거리를 활보하게 하는 것은 범죄행위를 방조하거나 방임하는 것에 해당하니 그 부모들도 모두 처벌 대상으로 여겨야 할 일이다.
이게 정부가 바라는 폭력에 대한 구체적 해법인가? 이 멍청한 정부, 무식한 정부, 미련한 복지부를 믿고 살아야 할까? 이 강아지떼가 왕왕 대는 소리를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할지 원.
최석윤의 '늘 푸른 꿈을 가꾸는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