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인화학교 7년의 투쟁을 담은 ‘둥근 장막’ 야외 상영
5일~7일 대학로 혜화CGV에서 총 28편 무료 상영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10주년 개막식 사회를 맡은 '미녀와 야수'. 옆에는 수화통역사가 수화 통역을 하고 있다.
10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주최로 4일 늦은 6시 종로 보신각 야외무대에서 개막식을 열고 나흘 동안의 행사를 시작했다. 
이번 영화제는 5일부터 7일까지 대학로 CGV에서 15편의 선정 작품과 10주년을 기념한 역대 장애인인권영화제 화제작 13편 등 총 28편이 상영된다. 모든 작품은 무료로 상영한다. 
이날 개막작으로는 지난해 영화 ‘도가니’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문제에 맞선 광주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아래 인화대책위)의 7년간 투쟁의 시간을 담은 ‘둥근 장막’(연출 김영순)이 상영됐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불합리성을 다룬 폐막작 ‘이 부부가 사는 법’(연출 김세미)은 7일 늦은 6시에 대학로 CGV에서 상영된다.  
이날 개막식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회장은 “장애인 인권 문제가 과연 투쟁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 문제의식 속에서 10년 전 영화제가 탄생했다”라며 “영화 도가니 한편으로 장애인 인권이 얼마나 유린당하고 있는지 이 사회는 알게 되었고 그만큼 영화의 힘은 크다”라고 전했다. 
서울인권영화제 김일숙 활동가는 "영화 도가니가 장애인 문제를 알렸다고 하지만, 사실 장애인의 끈질긴 투쟁이 소설을 만들고 좋은 영화를 만든 것"이라며, "장애인들이 온 몸바쳐 만든 저상버스를 노인, 어린이, 유모차 이용자들도 편히 이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저상버스가 100% 도입될 수 있을 때까지 비장애인들도 함께 투쟁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영화제의 심사를 맡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미소 심사위원은 "10년이 지나도 장애인이 처한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라며 "10회 동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영화제 초반엔 이동권 문제가 중심을 이뤘으나, 그 후엔 자립생활 등 주제가 변하고 관객층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소 심사위원은 "선정 작품 15편 중 9편이 장애인 당사자가 만든 작품"이라며 "당사자 자신의 삶과 인권을 이야기하고 관객이 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콜트콜텍밴드와 장애인노래패 시선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장애인 노래패 시선의 축하 공연 모습
 
개막식에 이어 개막작 ‘둥근 장막’이 상영됐다. '둥근장막'은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문제 해결에 대한 영화 도가니 전과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치 양파껍질처럼 아무리 겉을 벗겨도 다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돌아가면서 계속 발생한다는 의미를 담은 제목 ‘둥근 장막’은 장애인 인권유린뿐만 아니라 사학 재단의 시설문제, 장애인 교육권 문제까지 포함해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음을 고발한다. 
개막작 상영이 끝난 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정하 조직실장의 사회로 ‘둥근 장막’ 김영순 감독, 인화대책위 김용목 대표와 함께 광주인화학교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둥근 장막' 상영 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정하 조직국장의 사회로 ‘둥근 장막’ 김영순 감독, 광주인화대책위 김영록 대표와 함께 인화학교 사건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를 맡은 김 국장은 먼저 인화학교 사건 이후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도가니 영화 상영 후 국민의 공분으로 가해자 처벌, 우석법인 인가 취소, 재조사 등이 이뤄졌고, 광주시청, 광산구청, 광주시교육청과 특히 경찰청이 이 문제를 다시 보게 되면서 적극적인 해결의지를 보였다”라며 “작년 11월 중순 법인 설립인가취소가 나면서 학교에 있던 21명의 학생이 공립학교로 전학 가고 50명 생활인 이동 조치가 있었다”라고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당시 학생들의 문제를 은폐·축소하는데 가담했던 교사들과 행정실 직원들이 법원을 상대로 억울하게 해고됐다며 손해배상을 신청했다"라면서 "20억 원이 넘는 민사소송이라 이 때문에 청산절차가 중단되어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현재 7명의 피해자가 가해자들과 우석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놓았고, 8명은 국가 상대 손해배상을 청구해 재판 중이며, 어제도 형사재판이 있었고 내일도 재판이 있다”라고 밝히며 “도가니는 현재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인화학교는 장애인학교의 모든 비리가 총체적으로 얽혀 있는 곳”이라며 “80년대 초 비인가 인화학교에서 고등부 과정을 마친 학생 20여 명이 졸업장을 받았으나 학력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또한 강제노역과 강제모금을 당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서 사실관계가 입증되어도 보상받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는 “사건이 처음 알려진 2005년도 당시 수화자격증이 있는 특수교사가 단 한 명도 없었고 대부분 수업이 체육시간으로 대체되었으며, 그 외 시간에는 자습이나 판서 등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라며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조사하니 고등부 2, 3학년 학생들이 한글이나 산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부족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덧붙여서 “영화에서는 피해 학생 인원이 25명으로 나왔는데 현재 30명으로 늘어났고 가해자 또한 15명으로 늘었다”라며 “피해자 30명은 사건화되기를 원하지 않은 사람들을 제외한 인원수이므로 실제 피해 학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는 “영화 도가니 덕분에 사회복지사업법 개정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개정, 시설 거주인들의 인권실태조사가 이뤄졌으나, 세 가지 모두 많이 미진하고 아쉽다”라며 “앞으로 남겨진 과제를 잘 풀어가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보자”라는 인사로 이날 감독과의 대화를 마쳤다. 
한편 이와 관련해 '도가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토론회가 17일 늦은 2시에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10년의 역사를 담은 안내판들이 보신각 앞에 설치되어 있다.
▲개막식장 한 쪽에서는 '한국영화에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의무화하라!'라는 내용의 장애인 영화접근법 보장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10주년을 맞아 개막식 전, 사회자가 관객들에게 퀴즈를 내어 맞춘 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10주년을 맞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축하 케이크에 촛불을 끄고 있다. 
▲축하 공연팀의 노래에 환호를 보내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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