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도와 세상걷기 여섯째 날(4월 28일)
전북대학교 덕진공원~완주군 삼레읍
![]() ▲전주를 벗어난다. |
지금 전주에는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휴식을 취하는 날이기는 하지만 균도는 계속 걷기를 원한다. 아침을 덕진공원에서 해결하고 길을 떠난다.
오늘부터는 겉잠바를 벗고 노란티를 받쳐입고 간다. 그동안 동행하던 피디들도 떠나고 이제는 균도랑 둘이서 손잡고 길을 간다. 진정으로 아빠와 함께 가는 세상걷기의 시작이다.
내일 전주지역 장애인들과 함께 걷기로 했지만, 가는 길이 차도라 먼저 간다. 아마 시 외곽으로 벗어난 지점에서 같이 걸어가야 안전할 것 같다.
균도는 아빠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잘 따라온다. 그렇지만 말을 잘 듣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뇌까리는 말이 연속이다. 배 아플 때는 맥시롱, 영비천, 박카스 이런 말들을 온종일 이야기한다.
공원 앞에 펼쳐진 잡상인에 균도의 눈길이 꽂혀 있다. 노란 솜사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사달라고 떼를 쓴다. 솜사탕을 집어들고 불량식품 아이스크림도 사달라고 한다.
안 사주니 나를 밀고 자기 몸을 물면서 학대를 시작한다. 영락없는 네 살배기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어느 한 곳에 혹하는 순간이면 뭐든지 고집이다. 이런 아이를 데리고 세상걷기에 나섰다. 집에 있을 땐 가족 모두를 불안에 떨게 하고…
지금 균도 엄마는 갑상샘 암 수술을 하고 매일 호르몬제를 먹고 있다. 수술 전보다 피곤함이 더 엄습해서 균도의 모습과 나의 태도에 더 피곤함을 느낀다. 발달장애인 가족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균도 엄마의 피곤함을 더 가중시킨다고 한다.
오늘 지나가는 길에 균도랑 무지 싸운다. 매일 겪는 일이지만 나 역시 균도에게 짜증을 내는 날도 있다. 그러면 균도는 더 공격적으로 언제나 무는 자리를 다시 무는 자해를 되풀이한다.
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가는 여행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그래도 나 혼자서 균도의 스트레스 완화라고 생각하며 걸어간다.
이제는 밥을 먹을 때마다 아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참이슬 15톤을 운반하는 아저씨는 우리 일행을 지켜보다 살며시 캔커피 두 개를 전해준다. 점심 저녁을 먹을 때에도 알아보고 이제 여기 오시느냐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균도를 위해 음료수를 전한다.
왜 우리가 대중에게 우리 일을 알려야 하는가? 이런 것들이 여실히 보여준다. 균도와 세상걷기가 반복될수록, 언론이 노출되면 될수록 발달장애인법은 우리에게 가까이 오리라 생각한다.
균도와 나는 우리 식으로 알려내고 다른 활동가와 부모들은 연대로써 반응했으면 좋겠다. 연대는 균도와 세상걷기의 생명이다.
균도가 원하는 것은 발달장애인법 제정, 기초법상 부양의무제 폐지가 그 중심에 있다.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더라도 부양의무제가 폐지되지 않으면 1급과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 위주의 법밖에 되지 못한다. 지금의 법하고 달라질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환기를 위해 균도의 세상걷기가 진행된다.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뜻을 전해 반드시 쟁취하도록 노력하겠다. 오늘 저녁에 연대하려는 사람을 기다리며 내일의 꿈을 다져본다.
균도야, 우리의 꿈을 위해 내일도 앞으로 전진하자!!!
![]() ▲완주군에 들어가면서 균도는 힘이 더 생겨 웃고 있다. |
![]() ▲만경강이 이곳이구나… 균도는 지나가면서 지리공부를 한다. |
![]()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덕진공원 앞에서 솜사탕을 들고 있다. 아이스크림 안 사준다고 한바탕 떼를 쓴다. 난감한 균도. |
![]() ▲균도 길을 간다. 아마 이 길 끝에는 너의 미래가 있으리라. 이 아빠는 기대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너는 누구보다 더 세상을 사랑하고 정의로운 사람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