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배치 처분에 심판 청구한 중랑구 학부모들, 승소
행정심판위원회, "특수학교 증설에 박차 가해야"

▲중랑통합부모회가 두 달 넘게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행한 1인 시위 피켓 모습. © 중랑통합부모회

 

지역교육청이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할 때 관내 학생 우선 배치 원칙을 적용한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14일 서울특별시북부교육지원청은 노원구에 있는 서울동천학교 중학교 1학년 과정에 31명(정원 18명)이 지원하자, 노원구 거주인만을 관내 특수학교에 배치했다.

 

이에 북부교육청은 서울동천학교 정원을 25% 늘려 노원구 거주인 25명 중 23명을 동천학교에 배치하고, 나머지 2명은 관할 지역인 도봉구에 있는 서울인강학교에 배치했다.

 

반면 해당 교육청에 특수학교가 없어 서울동천학교에 지원한 중랑구 거주 학생 6명에 대해서는 서울동부교육지원청 관할 일반중학교 특수학급에 이들을 배치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22일 중랑구에 사는 학생의 학부모 3명은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할 때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 한다는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조항의 취지와는 다른 배치기준을 적용한 잘못이 있다며 배치기준을 전면 재심사하고 재배치를 해달라고 북부교육청에 청구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17조 2항은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할 때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정도·능력·보호자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북부교육청은 지난 1월 30일 이를 거부하고 부결 통보를 했다. 이에 학부모 3명은 2월 16일 서울특별시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아래 행정심판위원회)에 북부교육청의 부결 결정이 위법함을 주장하며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2일 “서울동천학교 중학교과정 미배치 재심사 청구 부결 처분을 취소한다”라면서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줬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이 사건은 한정된 입학정원을 초과해 학생들이 초과 지원을 한 경우 어떤 기준과 원칙 하에 학생을 배치할 것인가 하는 점이 쟁점이 된 문제”라면서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특수학교 배치 요구에 대해서 적용한 배치 기준은 법 자체의 취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동시에 헌법 제11조 상의 법 앞의 평등원칙과도 충돌하는 잘못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즉, 행정심판위원회는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은 학생 입장에서 학생이 거주하는 곳을 기준으로 가까운 곳이라는 의미임에도 북부교육청은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반대로 학교를 기준으로 ‘학교에서 가까운 학생들’을 우선 배치했다고 보았다.

 

또한 행정심판위원회는 북부교육청이 학생 배치 시 관내 학생 우선 배치 등 다른 지역교육청의 특수교육운영위원회 기준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이는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관내 학생을 차별하는 것으로 헌법의 평등원칙을 위반했다고 보았다.

 

특히 행정심판위원회는 서울동천학교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6명이나 입학정원을 초과한 전례가 있다며, 북부교육청이 주장하는 재학 중인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보다 절실한 문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정심판위원회는 “지역교육청이 학생들의 특수학교 배치에 있어 관내 우선 원칙을 적용한 관행이 있다면 즉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면서 “향후 서울시교육청은 특수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수요에 비해 모자라는 특수학교 증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특수교육법의 배치기준은 지원 대상 학교가 수요에 비해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이 부족한 경우, 서로 경합관계에 서는 학생들 사이에서 공정하게 배치할 수 있는 잣대로 부족하다”라면서 “지원 당사자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중랑통합부모회 이현배 회장은 “서울 11개 지역교육청이 관내 우선 원칙으로 학생들을 배치해 그동안 학부모들이 이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문제점을 지적해왔다”라면서 “이번 판결로 지역교육청이 법 조항 취지와는 다른 배치기준을 적용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에 한참 모자라는 특수학교에 있다”라면서 “예를 들면 중랑구와 동대문구를 관할하는 서울특별시동부교육지원청에는 특수학교가 하나도 없어 이번의 경우처럼 다른 교육청 관할의 특수학교에 진학해야만 하는 상황이며, 최근 10년간 서울에서 개교한 특수학교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미배치를 받은 6명의 학생 중 4명은 지난 3일 자로 서울동천학교에 입학했다. 나머지 2명은 서울인강학교와 봉화중학교 특수학급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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