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다니는 지적장애딸을 둔 어머니, 청와대에 호소
"특별전형은 시혜적, 장애인예술종합대가 필요한 시점" 지적도
![]() ▲조순옥 씨가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 |
미술에 재능을 보이는 지적장애 자녀가 각 대학의 획일적인 지원자격 기준으로 지원조차 할 수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지적장애가 있는 딸이 미술에 재능을 보여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으나, 대부분의 대학이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서 획일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격 기준을 정해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지난 5일 이 글을 올린 조순옥 씨는 “제 딸은 지적장애가 있으나,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재능을 보여 지금은 서울 모 고등학교 미술과에 입학해 날마다 기적을 체험하며 자라고 있는 중”이라면서 “지금 이 글을 올리는 것은 앞으로 1년 6개월 후에 제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조 씨는 “제 딸이 지금의 예고에 오게 된 것도 처음에는 학교와 교육청으로부터 심한 반대가 있었다”라면서 “그러나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장애인교육법) 17조 2항을 근거로 교육청도 딸의 미술적 재능을 인정해 대한민국 최초로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이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장애인교육법 17조 2항은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할 때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정도·능력·보호자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조항이다.
조 씨는 딸의 예술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물론 국어, 영어, 수학 등 흔히 말하는 공부는 여전히 힘들지만, 선생님들의 창의적인 배려로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교수와 과제물을 그림으로 수정해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그리하여 현재 전국 최고의 학생들이 모인 예술고등학교에서 재능을 인정하고 교내에서 실기 상을 받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조 씨는 “하지만 현재의 특수교육대상자 대학 특별전형으로는 지적장애 학생은 지원조차 할 수 없다”라면서 “모 대학교 입학본부에서 밝힌 2013년 기회균등 선발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을 보면 지적장애학생도 동일하게 서양화 전공은 수능 3등급 이내 3개, 동양화와 조소 전공은 수능 3등급 이내 1개 영역으로 지원자격 기준을 제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조 씨는 “이러한 규정은 달릴 수 없는 지체장애인에게 100m를 13초 내에 달리고, 산간벽지 가난한 농어민 자녀에게 외국 영어연수 경력을 요구하는 것과 같은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규정”이라면서 “이는 형식상으로 지적장애인을 입학에서 제한, 배제, 분리,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적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지적장애인 집단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지적장애인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조 씨의 글에는 김 아무개 씨가 “장애에는 많은 유형이 있고 저마다 다양한 특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시행된다면 이는 이미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을 다시 한 번 차별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댓글을 다는 등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은 “올해부터 특수교육대상자를 정원 외 특별정원으로 모집정원의 2% 범위 내에서 선발키로 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을 제외한 대부분 대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자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격 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아직 특정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장애인에게 지속적으로 교육을 제공하는 체계는 아직까지 미비하다”라고 설명했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은 "일반종합대는 미대라고 하더라도 일반교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기에 수능 지원자격 기준을 두는 것"이라면서 "또한 현재의 기준에 맞춰 해당 대학에 진학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다른 지적장애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장애유형 또는 등급에 따른 수능 지원자격 기준 변경은 연구를 통한 합리적 기준 제시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따라서 예술적 재능이 있고 장차 예술가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일반종합대가 아닌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같은 예술전문대학으로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면서 "물론 아직 이들 대학도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 대학의 문을 넓혀야 하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외인부대 이재순 부대표는 "장애학생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한다면, 과연 감성을 중시하는 예술 분야에서 통합교육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라면서 "특히 발달장애학생들은 그들만의 창의성이 있으므로 별도로 교육의 장을 만들어 마음껏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부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아무리 장애인에 대한 문호를 넓힌다고 해도 비장애인 중심의 교육 방법과 과정, 마인드를 바꾸거나 끼어맞추기 식의 시혜적 성격이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따라서 한국예술종합학교처럼 장애학생을 위한 국공립예술종합학교를 만들고 그곳에서 그들이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적장애인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기사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