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시행 2년만에 처음으로 법무부 움직여…시정명령 활성화돼야
장애인에게 직권면직 통보한 구미시설관리공단에 복직 시정명령
법무부는 구미시설관리공단에서 근무하던 손 아무개씨(59세, 남)가 질병으로 뇌병변 장애 2급이 된 뒤 직권면직 당한 사건에 대해, 구미시설관리공단 측에 손 씨를 복직시키고 장애인차별관련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명령했다. 법무부는 28일 오후 2010년도 제1차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를 결정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구미시설관리공단에서 일반직 3급(팀장)으로 근무하던 손 씨는 2004년 4월 8일 뇌실질내혈종이 발병해 '뇌병변 2급' 장애인이 됐다. 손 씨는 1년 8개월 동안 병가 및 휴직을 낸 뒤 2008년 8월 1일 무보직으로 구미시설관리공단에 복직했다. 하지만 구미시시설관리공단은 같은 달 말 "손 씨가 좌반신불수 상태로 근무상태가 정상적이지 않고,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만한 지장이 있다"며 손 씨에게 직권면직을 통보했다.
이에 손 씨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지난 2009년 8월 구미시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게 손 씨를 복직시킬 것 등을 권고했다. 그러나 구미시시설관리공단은 인권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손 씨 사건은 2010년 1월 법무부로 넘어갔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3조는 '장애인 차별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고, 그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며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법무부장관은 피해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차별행위를 한 자에게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 씨의 사건을 접수한 법무부는 이해관계인과 사건현장을 조사하고 업무적합성 평가를 의뢰한 뒤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그리고 28일 "구미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은 손씨를 복직시키고, 장애인 차별 관련 인권교육을 받아라"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것.
법무부는 "장애를 이유로 직권면직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업무적합성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 및 잔존 노동능력에 적합한 담당 업무 조정 등의 조치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0조 제1항의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대한 시정을 위해 신청인의 복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시정명령은 장차법이 시행되고 법무부에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원회가 만들어진 뒤 처음으로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권위는 29일 “이번 시정명령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한 단계 향상시킴과 동시에 국제 사회의 보편적 인권기준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것으로, 우리나라 인권의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인권위는 “법무부가 향후 시정명령 결정 과정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적 이행과 우리 위원회의 권고 취지 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조은영 활동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장애인차별 사건 중에서도 풀어가기 힘든 장애인고용 문제에 관한 시정명령이라 더 반갑다.”면서 “복직과 교육 조치 외에 현장에서 장애인이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조 활동가는 “법무부의 장애인차별시정심의위원회가 활성화돼서 당사자 신청에 의해 심의가 이뤄지는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라 법무부가 시정 사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2주년 토론회’에서도 ‘법무부 시정명령’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는 “시정명령은 차별행위 시정을 위한 여러 조치를 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미국 등의 사례를 살펴볼 때 시정명령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와 제도개선 효과는 크기 때문에 시정명령 제도가 활성화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임 변호사는 “법무부 시정명령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피해자들이 시정명령을 적극적으로 신청할 필요가 있으며 법무부도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할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장차법은 인권위에 진정, 인권위의 시정권고, 법무부의 시정명령, 법원의 구제조치, 형사처벌이라는 다섯 가지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지만, 인권위에 진정하는 것 외에 나머지 제도는 이용하지 않는다”라며 구제절차를 다양하게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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