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도와 걷는 세상이야기4 열째날이야기(10월 14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 포항 시외버스터미널

한낮 기온이 아직 걷기에 무더위를 느낄 만큼 뜨겁다. 아마 며칠 후면 이 날씨도 부러워할 것 같다. 걷기 시작하고 나서 아직 비가 오지 않아 걷기는 수월하다.

일요일이라 길거리에 가족 동반 나들이 차량이 많다. 정차 중에 우리 일행을 유심히 쳐다보다 TV에서 본 기억이 떠올라서인지 모두 안부를 묻는다. 용케 균도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균도야 힘내라고 응원도 한다. 균도는 그 응원으로 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포항에서 이균도.

균도는 나보다 더 길을 잘 꿰고 있다. 출발하기 전 계획서를 며칠간 숙지한 까닭에 균도의 머리에 지도가 그려져 있다, 난 아직 언제 어디까지 가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궁금하면 균도에게 물어본다.

오늘은 균도가 힘을 낸다. 내일은 처음 쉬기로 되어 있는 일정 탓이다. 균도와 세상걷기를 하면서 이번에는 옷가지를 줄이고 떠나왔다. 물론 무게는 얼마 차지하지 않지만 부피가 많이 나가 움직이기가 곤란했다.

요즘 모텔에서 세탁을 부탁하면 거의 다 해주고 건조까지 되기 때문에 부피 짐은 많이 줄이고 떠나왔다. 그러나 균도 때문에 노트북 등 무거운 짐을 지고 가다 보니 힘이 든다.

균도는 배낭 중 혼자서 이 배낭 저 배낭을 메어 보고 무거운 배낭을 나에게 메라고 밀어낸다. 머리는 좋다. 이렇게 균도는 나에게 여러 가지를 시험에 들게 한다.

난 한 번씩 균도가 장애가 아닌 것 같아 시험을 한다. 부모 속을 태우려고 20년이 넘게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의구심을 들게 한다. 그런데 그 의구심을 갖고 쳐다보면 다시 심한 자폐로 돌변한다.

아무튼 재미있는 녀석이다. 그래서 나는 균도랑 생활하는 것이 재미있다. 언젠가는 균도의 실체를 밝히려는 나의 계획… 지금 옆에서 이 글을 읽어보고 씨익 웃는다, 헉, 진짜 우리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매일 우리 발달장애부모들은 인내심 테스트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이렇게 의젓하다가 갑자기 돌변하는 그런 아이. 난 이런 아이와 함께 세상을 걷고 있다. 어렵지만 나름 재미는 있다. 저녁에 피자 한 판에 균도는 착한 아들이 되어 있다.

오늘 걷는 길에 제철동사무소 앞의 바르게 살자 표지석을 보았다. '바르게 살자' 이 좋은 말대로 우리나라는 과연 바르게 살고 있을까?

장애아들과 함께 떠나는 이 도보투쟁, 과연 바르게 사는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복지국가라고 이야기하는데 부양의무제가 존재하고 장애를 표의 논리로 해석하는 그런 나라… 언제쯤 우리나라는 바른 나라가 되어 있을까?

그런 바른 나라의 복지를 위해서 균도와 세상걷기를 통해 도보 투쟁을 계속해 나아가야겠다. 내일은 조금 더 편히 쉬면서 균도의 몸을 돌봐줘야겠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아들.

▲포항 도구해수욕장 근처 지느러미 동상 앞에서 균도.

▲그래도 균도와 함께 가는 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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