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근이양증으로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합니다. 현재 활동보조시간은 그나마 시 추가 80시간을 더해 180시간을 받고 있는데 일상생활을 해나가기에는 너무 부족합니다. 딸이 고등학생이라 밤 10시에 집에 오는데, 엄마 때문에 공부 포기하고 일찍 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금 욕창이 생겨 고생인데, 누군가 옆에서 자주 자세를 바꿔주었다면 하는 바람이 너무 큰 소원인 건가요?"
19일 늦은 2시 의정부시청 앞.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의정부장차연)를 비롯한 420경기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420경기공투단)이 의정부지역 장애인들의 생존보장을 위한 7대 요구안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영화씨는 자신의 사례를 얘기하다가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목이 메는지 눈물을 글썽였다.
7대 요구안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활동보조서비스 지원확대 ▲발달장애인 및 가족에 대한 권리보장 ▲노동권 및 소득보장 ▲장애인교육권 보장 ▲탈시설 주거권 보장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 확보 등이다.
의정부장차연 이경호 공동대표는 “의정부시는 2009년 장애인콜택시 10대를 도입했으나 의정부시 중증장애인 5천여 명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운행지역을 의정부 지역으로만 한정해 이용이 불편하다”라며 “작년 조례를 개정해 인근 지역까지 확대해 시행하도록 했지만, 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심의위원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고 의정부 시청의 장애인 이동권 정책을 비판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연금을 시행한다고 라디오 연설에서 발표 후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이 잘살게 된 줄 알고 있는데, 전과 비교해 나는 오히려 1만 9천 원이 깎였다”라며 “이러려면 장애인연금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성인학교 채움누리 이민선 학교장은 “이 사회는 장애를 특정한 몇몇 일로 치부하면서 장애인 문제를 당사자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다”라며 “공무원들은 법 적용이 어렵다고 떠넘기기나 하면서 어디 가서는 지역장애인들을 위해 일한다고 얘기하는데, 제발 장애인을 두고 거짓말하지 마라”고 일침을 가했다.
동두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진호 소장은 “나이 사십이 넘어서야 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세상이 달라 보였다”라면서 “마땅히 제공돼야 할 당연한 편의시설을 우리는 왜 해달라고 굽실거려야 하나”라며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의정부여성회 조동숙 회장은 "학교급식은 예산이 없어 못해준다는 의정부시가 얼마 전 100억을 들여 '행복로'를 만들었다"라며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는 돈이 없다고 모른 척 하면서 과시행정으로는 100억을 쓰는 의정부시의 행태를 보면 화가 난다"라고 성토했다.
경기장차연 김병태 공동대표는 “소위 21세기에 한국의 장애인들은 아직도 이동권과 활동보조 등 기본적 권리를 구걸해야 하나”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420경기공투단은 의정부시청에 7대요구안과 의정부시장 면담공문을 접수하고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420 경기공투단은 거리의 시민에게 중증장애인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를 설명하면서 의정부역 광장까지 한 시간쯤 행진하고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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