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 노동자성 보장을 위한 토론회 열려
근무환경 개선과 함께 전문적 보수교육 뒤따라야

사회서비스 정책은 그동안 민간이 주도해 왔다. 정부책임이 민간으로 넘어가면서 낮은 서비스 질, 서비스 양극화 문제와 함께 사회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불안정한 노동조건이 계속 문제시되어왔다. 장애인 활동보조인도 마찬가지다. 저임금과 불안정한 근무조건, 높은 이직률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이에 활동보조인 권리찾기모임,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공대위, 진보신당 장애인위원회 등은 활동보조인의 권리확보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4일 늦은 3시 노들장애인야학 배움터에서 ‘활동보조인 노동자성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체장애인 중 1.5%만 받는 활동보조서비스 발제를 맡은 진보신당 좌혜경 정책연구위원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2008년 장애인실태조사」에서 장애인 33.8%가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 중 87.4%가 대부분 가족구성원에게만 의존하고 있다. 올해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는 3만 명으로 등록장애인 213만 명의 1.5%에 불과하다.
▲신규신청 막고 본인부담금 늘리는 정부 정부는 2009년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자 수가 증가하자 예산 부족을 이유로 신규신청을 금지했으며, 올해부터는 본인부담금을 8만 원까지 오려 소득이 없는 장애인의 서비스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까다로운 재심사를 통해 1급에서 2급으로 바뀌어 활동보조서비스 대상자에서 탈락하는 중증장애인이 발생하고 있다.
▲낮은 임금, 낮은 사회보험 가입률 현재 장애인 활동보조인은 시간당 단가가 6천 원으로 최저임금 시급 4,110원보다는 높지만, 시급제로 운영되는 임금체계와 이용자 확보가 안정적이지 않아 활동보조인의 월평균 임금은 63만 1천 원에 그쳤다. 4대 보험 가입률도 62.4%에 머물렀다.
▲과도한 민간의존, 관리부실과 서비스 양극화로 이어져 정부는 사회서비스 공급을 시장에 맡겨두면 민간공급기관들끼리 경쟁을 통해 서비스 질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했으나 결국 관리부실로 이어졌다. 정부가 관리감독기능을 강화하려 하면 사회복지시설은 사유재산침해로 맞서는 상황이다. 복지서비스 시장화는 서비스 양극화로 연결됐다.
좌 정책연구위원은 “시군구마다 복지고용센터를 설치하는 등 50%까지 공공부문을 확대해야 하고, 민간기관의 진입구조를 현 신고제, 인가제에서 더 강화된 형태로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고 "일부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이 저지르는 불법·편법을 감독할 필요가 있으며, 고려할만한 수단으로는 삼진아웃제, 시정명령 도입, 이용자 이의신청제도 도입이 있고, 문제가 심각할 경우 형사처벌 역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활동보조인을 포홤한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 개선에 관한 법률'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 법에는 △사회서비스 정규직화 및 임금체계 설계 △2인 1조제 도입 △종사자 교육 수준 향상 △이용자 교육 시스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성북구 바우처사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서비스 실태조사를 보면, 기관과의 인간적 관계가 좋고(72.2%가 긍정적) 기관의 기본적 업무인 근로계약서 작성도 성실하게 수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차나 월차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종사자가 72.2%에 달했으며, 업무 중 질병이나 사고 발생 시에도 관리자가 제지하거나 해고될 것 같아서 산재신청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 정책연구위원은 "응답자 중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82.5%, 가입 의사도 60.4%에 달하는 등 노조에 대해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에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가 '사전에 알지 못해서'가 54.5%에 달해 노동조합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좌 정책연구위원은 "근로계약서 작성 유무 및 부당노동행위 감시, 이에 대한 대응은 조직화된 노동자의 힘이 있을 때 해결될 수 있다"면서 “또한 지역별 임금 차이, 사회보험율 가입 차이 등에 대해서도 노동법 교육 및 조직화로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게 하고, 기관과 지자체의 부당한 대응에 맞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활동보조인 당사자가 겪는 고충과 노동환경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의정부 세움자립생활센터 김안순 활동보조인은 “간병, 정신적 돌봄, 교육, 가사 등 활동보조인에게 모든 일을 부탁하는데 다 잘해낼 수 없어 거절하면 오해를 받는다”라며 활동보조인을값싼 만능 가사도우미로 인식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한 “중증장애인이건 경증장애인이건 시급이 같고, 근무연차나 주·야간 등에도 시급차이가 없어 이직률이 높다”라며 불안정한 근무환경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명희 활동보조인은 “이용자들도 활동보조 시간이 부족해 아침저녁으로 시간을 나누다 보니 활동보조인은 2시간 일하기 위해 2시간을 길에다가 버리는 상황”이라며 “노동시간 최소 4시간 보장 등 안정적 노동환경을 위한 창구를 마련해 복지부와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장애아동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파견위주의 활동보조에서 벗어나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단순한 노동환경 개선만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기관의 전문적인 보수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은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연계하는 코디네이터의 경우 한 명당 30여 명을 맡아 상담하니 과부하에 걸려 있다”면서 “장애에 대한 이해, 활동보조인에 대한 상담이 전문화될 때 이용인과 활동보조인의 연계를 좀 더 기술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의 보수교육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노조 박지영 조직부장은 “활동보조를 생계를 위해 하건, 단순 아르바이트로 하건 우리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권리쟁취가 필요하다”면서 “하반기에 법이 만들어지면 바꾸기 어려움으로 지금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복지부는 활동보조인의 권리가 올라갈수록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고 생각하는데, 대인서비스인 만큼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곧바로 서비스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하고 “복지부가 5월에 예산작업을 하는데 하나의 입장만을 가지고 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노동자와 이용자가 같이 의견을 모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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