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교육 개선 등 요구안 받아들여질 때까지 1인시위 이어져
“만약 요구가 거부하면 해당 후보 사퇴 운동도 진행할 것”

▲수화언어 권리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13일 이른 11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부터 각 대선후보 캠프 앞에서 1인시위에 돌입했다.

 

수화언어 권리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수화언어권공대위)는 13일 이른 11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수화언어 법적 지위 향상 등을 공약으로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각 대선후보 캠프 앞에서 1인시위에 돌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함효숙 팀장은 “내 딸 역시 농아인인데 내가 30여 년 전 농학교를 다닐 때와 지금 딸아이가 농학교를 다닐 때와 수화 차별은 여전하다”라며 “농아인은 수화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생각을 나누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라고 토로했다.

 

함 팀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학교 교육환경 개선과 수화언어 법적 지위 확보가 시급히 필요하다”라며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가 진정 국민을 위해 대선에 나온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라”라고 촉구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라나 사무국장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라나 사무국장은 “대선후보들은 복지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라며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농성은 오늘로 85일째를 맞이하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 앞에선 쌍용차 국정감사를 촉구하며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사무국장은 “얼마 전 화재로 고(故) 김주영 활동가와 고 박지우 양이 죽었는데 이들은 아마 몇십 년 전에 이미 죽었던 사람들인지도 모른다”라며 “그렇게 우리의 삶은 일상 속에서, 이 나라 안에서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라고 꼬집었다.

 

이 사무국장은 “얼마 전 수화통역사를 대동한 대선 후보가 크게 화제가 됐는데 이는 사실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라면서 “모든 정치인은 민중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시민캠프 김효진 공동대표는 “장애인계 전체 이슈도 중요하나 그 안의 소수자들 목소리도 절대 묻혀선 안 된다”라며 “이들의 문제는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너무나 어려운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영화 ‘도가니’ 이후 농학교 선생님들이 수화하지 못한다는 걸 사회가 알고 있음에도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라면서 “만약 건청인 학교에 농아인 교사가 와서 수화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상임이사가 수화언어권공대위 요구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상임이사가 요구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쳤다. 수화언어권공대위는 요구서에서 “수화언어권공대위는 그동안 농교육 개선 등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하고, 대선 정국에 들어서는 대선 후보들에 수화언어 법적 지위 향상 등을 공약으로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관련자 면담, 요구서 전달 등을 해왔다”라며 “그러나 최근 발표된 공약들에 수화언어 문제는 거론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수화언어권공대위는 “우리의 요구가 공약으로 수용될 때까지 1인 시위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만약 요구가 거부된다면 해당 후보 사퇴 운동 등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각 대선후보 캠프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날 민주통합당 문재인 캠프에는 김세식 상임이사가, 무소속 안철수 캠프에는 안세준 고문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는 함효숙 팀장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안철수 캠프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안세준 고문(청각장애 2급, 68세)은 “대선후보들에게 수화언어에 대해 알리고 수화언어 법적지위 확보를 위한 법률 제정과 농아인 문화를 인정해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1인시위에 돌입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캠프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안세준 고문

 

네 살 때 열병으로 청각장애를 입은 안 고문은 “부모님은 수화를 할 줄 몰라 부모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라며 “여덟 남매 안에서 혼자 농아인으로 살아오며 간단한 필담만으로 가족과 소통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안 고문은 8, 9살 때 농학교에 입학하면서 수화를 배웠다.

 

안 고문은 “그러나 수화를 언어로 사용하는 농아인의 60~70%는 필담으로 해도 ‘집에 가니? 밥 먹었니?’ 등 간단한 대화만을 이해할 뿐 어려운 이야기는 힘들다”라며 “시각장애인은 겉으로 장애가 드러나니 사람들이 이해하는데 농아인은 장애가 드러나지 않아 농아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더욱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안 고문은 “지금도 여전히 은행, 동사무소 등 관공서에 가서 농아인임을 밝히며 글로 써달라고 요청해도 사람들이 농아인에 대한 인식이 없으니 말로 전달하려 한다”라며 “사람들과 결국 소통되지 않아 답답해서 언쟁까지 가게 되는 일도 있다”라고 어려움을 밝혔다.

 

안 고문은 성년이 된 후에도 기본적인 소통이 되지 않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농아인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옛날엔 농아인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란 공사장 미장일 등 막노동뿐으로 일반 직장에 들어간다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안 고문은 “대선후보들이 농아인들의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독특한 문화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라며 바람을 전했다.

 

수화언어권공대위는 현재 △수화언어 및 농문화 지원법률(가칭) 제정 △일반 교과 과정에 수화 제2외국어로 채택 △농교육의 근본적인 개정 정책 마련 등을 공약으로 수용할 것 등을 대선후보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1인 시위는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앞에서 매일 이른 11시 30분부터 한 시간가량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수화는 언어다" "수화 교과목 제2외국어로 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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